그러니까 유명세는 무서운 거야. 사람들은 내가 갖지 못한 걸 가진 사람을 시기하는 버릇이 있어. 그리고 그가 정당한 대접을 받고 있는지 세상 진지한 눈으로 관찰한단다. 그 결과 그가 자신이 가진 것에 비해 과도한 대우를 받고 있음을 알게 되거나, 그가 실은 무수한 결핍과 하자 덩어리라는 걸(세상 모든 이들이 그렇듯) 어떤 식으로든 밝혀내면 그때부터 속에서 불길이 활활 타오르며 부글부글 끓게 되지. 그러곤 때를 기다려. 공격하기 좋은 때를. 스타에게서 대중이 순식간에 돌아서는 건 그런 이유야. 그들은 대개 이렇게 말하지.
"그럼 그렇지. 내 그럴 줄 알았어. 순 가식덩어리에 사기꾼이었잖아. 어쩐지 믿음이 안 가더라니."
그러니까 유명해진다는 건 너를 시기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뜻이야. 생각해 보렴. 사실 한 사람이 그렇게 유명할 필요는 없어. 유명함은 상업적인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만들어내거나 만들어진 거야. 하지만 참 이상하지 않니? 우리 주변에는 유명하지 않고도 뛰어나고 현명하고 의지가 되는 사람들이 많아. 그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묵묵히 무언가를 이뤄나가고 있어. 그들의 곁에는 시기하는 이들 대신 진심으로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성취를 축하하고 공유하며 어려운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사람들. 가끔 식구와 대화 상대가 되어주는. 홍보하고 떠들지 않아도 서로가 무엇에 애쓰고 고민하는지 아는.
유명세는 그를 도리어 외롭게 해. 곁에 아무리 많은 사람이 오가도 실은 아무도 없는 것처럼 느껴. 그의 친필 사인 한 장을 원하거나 그와 셀카를 함께 찍거나 새로운 제안을 권하는 이들은 넘쳐나겠지만 그는 어렴풋이,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느끼고 말아. 그들 중 진짜 친구는 없다는 걸. 그들 중 누군가와 우정을 나누고 싶어도 정작 자신에게는 관심과 애정을 쏟을 여유조차 없다는 걸. 밤마다 전화기를 집어 들고 잠깐 고민하겠지. 누구에게 걸까? 하지만 결국 고민만 하다가 내려놓고 말 거야. 잠깐 공허하겠지만 그런 외로움을 느낄 새도 없이 시계는 돌아가고, 그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겠지. 그런 중에 누군가를 만나고 웃고 떠들고 때로는 진지한 대화도 나누겠지만 이상하게도 어젯밤에 느꼈던 공허함은 사라지지 않아. 자꾸만 배가 고플 거야. 그러다 유명세의 반대급부처럼 악플이나 공격에 시달릴 테고 순간순간 자신의 선택을 고민하게 될 거야. 그러나 결국 그는 받아들여야만 해. 이미 너무 많은 판이 짜여 있고 많은 이해관계가 걸려 있을 테니까. 거미줄에 칭칭 감겨 옴싹달싹하지 못하는 자신을 슬픈 눈으로 바라볼 거야.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 선택할 수 없다는 걸. 이미 너무 멀리 와 버렸다는 걸. 유명세란 그런 거야. 무섭고 답답하고 외롭고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그물 같은 것.
그러니까 유명세를 갈구하지 마. 그건 독버섯이야.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삼키면 고통스러운. 만들어진 유명함 따위 상상하지도, 바라지도 마. 그저 묵묵히 지금 할 수 있는 걸 해. 누가 알아봐 주길 바라지 말고 스스로 빛을 내. 지나가던 여행자가 빛무리를 보고 모여들 수 있도록. 빛을 더 키우려고 하거나 더 멀리 쏘아 보내려고 애쓰지도 마. 다만 오늘의 불꽃을 피워. 땔감을 모으고 부싯돌을 탁탁 쳐서 마당 한가운데 모닥불을 피워. 길 가다 지친 이들이 쉴 수 있도록. 그들과 군고구마 하나를 반으로 쪼개서 나눠 들고 후후 불며 허기를 달래. 어쩌다 말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서로의 안부를 물어. 어쩌다 여길 지나게 되었느냐고. 이제 어디로 가느냐고. 고단하면 잠깐 쉬어가도 된다고. 그가 얘기하면 듣고 맞장구도 치며 잠시 두런두런. 주거니 받거니. 그렇게. 그러다 잠들면 옅은 홑이불이나마 덮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돼.
대단한 사람이 아니어도 돼. 대신 편안한 사람이 되어주렴. 잠깐 쉬어갈 수 있는 사람. 천천히 숨을 고르며 커피든 차든 글이든 시든 노래든 꽃이든 웃음이든 행복이든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사람. 그에게는 향기가 나. 그래서 그의 곁에는 나비와 벌이 모여. 나누는 건 사실 받는 거야.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냐고? 일단 한 번 해보렴. 그럼 알 수 있을 거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얼굴은 웃는 얼굴이야. 곁에 함께 웃을 사람을 두렴. 그들이 와서 앉아 쉴 수 있게 자리를 나누어주렴. 춥지 않고 늘 따뜻할 거야. 그런 네 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