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면... 글쎄요. 생얼도 예뻐 보이고 다크 서클도 이뻐 보이고 뭐, 그런 것 아닐까요? 퉁퉁 부은 손을 보면서도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거나, 땀으로 절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면서도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 그런 상태겠죠. 다른 사람을 대할 때는 나타나지 않는 감정. 저는 그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히들 사랑에는 유통기한이 있다고 하죠. 저도 동의합니다. 언제까지나 그 사람의 모든 것들이 예뻐 보이진 않겠죠. 호르몬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이랄까, 뭐, 그 말도 영 틀린 건 아닐 겁니다. 사랑을 시작할 적에 모두 눈이 멀어버렸던 경험 한 번 씩 있으시잖아요? 반짝반짝 빛이 난다거나 날개가 달려 보인다거나 꿈속에서도 나타난다거나 화장실 가는 뒷모습도 예뻐 보인다거나. 하지만 함께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는 처음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그 사람의 단점들을 보게 될 겁니다. 그러니 유통기한은 필연이겠죠.
그런데 그런 식의 사랑은 열이 나는 것과 같습니다. 평소와 다르기 때문이에요. 그런 사랑을 하고 있는 나도 평소와 다르지만, 그런 상태로 바라보는 상대방 또한 평소와는 다른 모습일 겁니다. 결국 거품이 빠지는 과정이 필요해요. 자연스럽지만 필수적이기도 하죠. 진짜 사랑은 그 이후부터 시작됩니다. 그 사람의 평소 모습을 얼마나 예쁘게 볼 수 있는가에 달렸죠.
그러니까 꾸며진 모습만을 바라보는 건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건 예쁘고 잘 생긴 연예인을 한 번이라도 만나길 소망하는 팬의 마음과 같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상대방을 아무렇지 않게 대하란 말은 아닙니다. 꾸밈에는 한계가 있다는 말을 드리고 싶은 겁니다. 사랑을 시작하려면 혹은 계속해 나가려면 이상형에 대한 환상부터 정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나는 그녀가 예뻐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예뻐하는 것이다, 가 되려나요?
제가 생각하기에, 사랑과 증오에 필요한 에너지는 특별히 분리되어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달리 말해, 그 사람을 예쁘게 보는데 필요한 에너지와 못나게 보는데 필요한 에너지는 같은 데서 끌어다 쓴다는 말이죠. 간단하게는 상대방의 예쁜 점을 보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으면 됩니다. 그럼 나쁜 점은 보려야 볼 수 없을 겁니다. 너무 억지스럽나요? 하지만 생각보다 쉽습니다. 결심 하나면 됩니다. 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겠다는 결심.
물론 사랑은 양방향입니다. 내가 아무리 그의 장점만을 찾아낸다고 해도 상대방이 시시때때로 내게 시비를 걸어오거나 나를 무시한다면 그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겠죠. 이런 사람 하나만 조심하시면 시작부터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겁니다. 그 사람은 바로 '남을 험담하는 사람'입니다.
타인에 대한 험담을 일상에서 줄기차게 풀어대는 사람이라면 사랑을 시작하지도 말고 친구에게 소개하지도 마십시오. 험담은 전염력이 강합니다. 험담을 하는 입에는 곰팡이가 피고 험담을 듣는 귀에는 피딱지가 앉습니다. 험담은 상대방의 단점에 집중하는 사고방식에서 출발합니다. 세상에는 정말 모나고 악한 사람도 많지만 그런 사람에 대한 험담은 오히려 할 말이 적고 오래가지 않습니다. 그것이 아닌 험담은 그저 호불호의 영역에서 비롯된 사사로운 사건들의 잔여물 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그가 정말 나쁘거나 못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단지 그를 싫어해서, 혹은 그와의 악연으로 인해 악감정이 쌓여서 만들어 낸 주관적이고 편향되고 왜곡된 아주 나쁜 종류의 험담일 수가 있다는 말이죠. 더군다나 그런 식의 험담은 무한히 만들어낼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니 그들의 험담은 불의에 대한 고발이나 한탄의 개념이라기보다는 단지 일시적인 스트레스 해소의 방편으로 무한히 재생산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사랑은 누군가의 장점을 보는데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곁에 머무는 주변인을 어여삐 보는 연습을 해보십시오. 그가 가진 단 하나의 장점에 집중하고 그것을 발굴해 주세요. 사람들은 의외로 자신에 대해 자신 없어할 때가 많습니다. 기준을 두고 평가하는데 익숙해서 그렇습니다. 공기 중에는 수많은 기준 미달이 떠 다닙니다. 사회가 공인한 속삭임을 무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고요. 그런 것들에 둘러 쌓여 살다 보면 내가 어디가 부족한지에만 관심을 쏟기 쉽습니다. 마찬가지로 그런 관점을 타인에게 적용하기도 쉽죠. 분명 노력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사랑을 위해서도, 불행을 덜어내기 위해서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