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처음 외출을 나서는 날.
엘리베이터 앞,
유모차에 탄 아이는 두 주먹을 꼭 쥔 채
긴장된 얼굴로 주위를 살핍니다.
익숙한 집을 떠나
처음 마주한 복도와 엘리베이터.
세상이 낯설기만 해
눈빛이 더없이 진지합니다.
아빠가 아이의 작은 손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어줍니다.
그제야 손끝에 살짝 긴장이 풀리며
아이의 손이 느슨해집니다.
엄마는 웃으며 말합니다.
“또 의심의 눈초리를 시작했네.”
정말 아이는 묻는 듯합니다.
“엄마, 아빠… 지금 어디로 데려가는 거예요?”
공원으로 향하는 길,
유모차는 덜컹이며
낯선 바깥세상의 진동을 전합니다.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리의 정체를 찾으려 고개를 돌립니다.
바람이 나뭇잎을 흔들고
도심의 소음이 주위를 감쌉니다.
아이의 작은 가슴은
조심스럽게 숨을 들이마십니다.
그 소리들을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레 받아들입니다.
공원에 도착하자.
엄마 품에 안긴 아이는 세상의 공기와 호흡하듯
고요히 눈을 감습니다.
가끔은 눈을 찡긋이며
무언가를 느끼는 듯한 표정도 짓습니다.
엄마는 그런 아이의 모습에서
말로 다할 수 없는 사랑을 느낍니다.
그저 조용히,
사랑 가득한 눈빛으로 내려다볼 뿐입니다
딸은 원래 아이를 좋아했습니다.
언젠가
자신의 아이를 꼭 품에 안고 싶다고 했던 딸.
지금 그 아이와 함께
세상의 첫걸음을 걷고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유모차를 밀고 가는 딸의 발걸음은
무척이나 조심스럽고 행복이 가득합니다.
손녀가 살아나갈 세상이 보다 따뜻하고,
평화롭기를 할비는 오늘도 간절히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