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큰 병풍책을 펼칩니다.
책은 오늘,
동굴이 됩니다.
네모로,
세모로.
모양이 바뀔 때마다
아이의 눈이 반짝입니다.
여덟 달의 아이.
동굴 앞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른 뒤,
두 손과 두 무릎으로
안으로 들어갑니다.
동굴 안은 작은 놀이터.
엄마가
반대편에서
아이의 이름을 부릅니다.
그 소리에
아이의 얼굴이 환해집니다.
웃음을 안고
동굴을 지나
엄마에게로 다가옵니다.
벽에는
동물들이 있고
숫자들이 있습니다.
아이는 뜻은 몰라도
한참을 바라봅니다.
동굴을 몇 번 오간 뒤,
아이의 걸음이
잠시 멈춥니다.
웃음도,
움직임도
잠깐 쉬어 가는 순간.
바닥에 놓인 컵을
두 손으로 들어
빨대를 뭅니다.
조심스럽게 한 모금.
물 한 모금이
아이의 놀이에
작은 쉼표를 찍습니다.
그리고
“커억.”
작은 소리 하나에
엄마와 아빠의 웃음이 겹칩니다.
그렇게,
엄마 아빠와 함께한 하루가
아이를 키웁니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