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은 돈이 안됩니다

by 풀빛푸를은

4월에 인큐베이팅 과정에 지원을 하면서 처음으로 사업계획서를 쓰게 되었다. 사회적 경제에 아는 게 하나도 없었던, 무개념이었던 우리는 목표, 미션, 수익구조, 고객정의 등의 낯선 용어에 당황했다. 인터넷을 뒤져 가며 빈칸만 겨우 채워 계획서를 냈더니, 정작 고난은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협동조합의 개념부터 시장경제, 사회적 경제까지 수업을 듣는데 들으면서도 아 ~ 했다가도 뒤돌아서면 까먹는 것이다. 오랫동안 일을 안 하다가 다시 강의를 들으며 공부를 하려니, 거기다 사업계획서라니. 정말 괜히 했나? 싶을 정도로 매일매일 안갯속을 걷는 것 같았다.

맨 처음 부딪힌 것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싶나, 왜 모였나'였다.

같이 하기로 한 사람들과 얘기를 하다 보니, 아이들이 커서 어떻게 살까 하는 막연한 고민도 있었지만 당장 학교가 끝나면 딱히 보낼 곳이 없고 하교 후에는 돌봄이 모두 부모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피곤함이 있었다. 당시 모였던 멤버들은 초등학교 3학년 즈음의 엄마들이었다. 학교에서 해주는 방과 후 돌봄은 1, 2학년만 해주었기에 장애가 있는 고학년 아이들에겐 돌봄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 돌봄으로 하자. 엄마들이 강사가 되는 거다.'


자격증을 따고, 공간을 만들고 우리 아이들을 보면서 다른 아이들도 같이 돌보고. 그러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겨우 구색을 맞춰 지원서를 내고, 드디어 협동조합 교육이 시작되었다. 협동조합, 사회적협동조합 일단 이것부터가 어려웠다. 교육을 듣는데 무슨 말인지,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미궁에 빠지는 듯했다.

그중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돌봄은 돈이 안된다. 다른 수익 모델을 생각해 보라"


는 전문가의 조언이었다.

아니... 돌봄이 필요하고, 돌봄을 제일 잘 할수 있을 것 같고, 돌봄밖에 생각이 안 나는데 하지 말라하시면? 어떻게 하지?


하지 말라고 하니까 더 하고 싶었다. 머릿속에는 돌봄 돌봄 돌봄 돌봄 돌봄만이 가득했다. 결국 다른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 채 우리는 돌봄으로 사업을 기획했다. 그리고 시작된 교육.

백지에 써 내려간 교육이지만 제대로 입력이 되지 않는 것 같았다. 한 동안 일에서 손을 놓아서 그런지, 강의도 잘 집중이 되지 않았고, 이제까지 관심이 없었던 경제 개념은 무척이나 힘들었다. 그래도 어떤 교육 시스템 안에 있다는 것은 참 좋았다. 그냥 하란대로 하면 진행이 되고, 그러다 보면 결과가 나온다. 조력해 주는 사람들과 기관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인큐베이팅 지원사업에 참여하면서 우리 의지도 있었지만 앞에서 이끌어 주는 대로 강의 일정에 따라 이끌려 가다 보니 어느새 협동조합이 만들어져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가 가장 편한 때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후 3년간 심사위원들로부터 왜 수익성이 안나는 일을 하느냐, 당장 때려 치워라 하는 얘기를 시시 때때로 들었으니까.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02화협동조합이 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