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름답게 노래하는 새>
이른 봄에 맹꽁이 숲 옆으로 흐르는 난지천에 커다란 새가 날아왔어.
하얀 깃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새가 발을 담그고 있는 개울 근처가 꽃이 핀 것처럼, 아니 등불을 켠 것처럼 환해졌지.
그 새는 해마다 봄이 되면 개울에서 맹꽁이, 개구리를 잡아먹었는데,
이 번 봄에는 아무 것도 없어서 배가 너무 고파졌지.
보통 때는 울지 않던 큰 새가 아주 듣기 싫은 소리로 하루 종일 울어서 원숭이를 화나게 했어.
원숭이는 부하개와 함께 큰 새를 잡으러 갔어.
큰 새는 날개를 펴서 도망가려 했지만, 며칠이나 먹지 못해 힘이 없었던 거야.
멀리 도망가지도 못하고 그만 붙잡히고 말았어.
원숭이는 처음에는 그 새를 부하개의 먹이로 줄까 했는데,
나와 동생이 나서서 말렸어.
이 숲의 원래 주인인 맹꽁이들이 다시 돌아오면 이 새가 그들을 잡아먹지 않겠냐고.
원숭이는 그래도 그 새가 또 울면 너무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 없지 않냐고 했지.
그래서 우리가 말했지.
그 새는 추운 겨울에 이곳으로 오기 때문에 감기에 자주 걸리고 기침을 많이 해서 목소리가 나빠진 거라고,
이제 곧 보리수 열매가 열려서 빨갛게 익으면
그걸 넣어 차로 끓여 먹이면 목소리가 정말 아름다워질 거라고 알려줬지.
원숭이는 흥미가 없어 보였어. 그래서 한 가지를 더 알려줬지.
큰 새는 날개가 아주 튼튼해서 원숭이를 태우고 세상 어느 곳에라도 갈 수 있을 거라고.
그제서야 원숭이는 우리 말이 그럴 듯하다고 생각해서 큰 새를 살려주기로 했어.
우리는 큰 새에게 말했어.
보리수 열매 차를 먹으면 목소리는 좋아지는데
깃털이 누렇게 되어 모두 빠질 거라고.
그리고 원숭이가 큰 새의 목에 줄을 매어 자기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자 할 때
그 말을 들어야 할 거라고. 그러자 큰 새가 말했어.
“나는 지금까지 깃털이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어.
이제는 그런 칭찬이 기쁘기는커녕 지겨울 정도야.
가장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지게 된다면 그까짓 깃털쯤이야 아무렴 상관없어.
그리고 나는 당장 배가 너무 고프거든.
배가 고파서 죽지 않을 수 있다면 누구의 말이든 들을 수 있지.”
그렇게 해서 큰 새는 이 곳에 남게 되었지.
이제는 맹꽁이나 개구리가 아니라 보리수나 모감주, 산수유 같은 나무열매만 먹어.
보리수 열매는 콩보다 조금 작은데 늦은 봄에는 빨갛게 익으며 물렁물렁해지지.
쌍둥이 박사가 밤마다 보리수 열매차를 큰 새에게 먹이자 큰 새의 목소리가 정말 좋아졌어.
그래서 밤마다 맹꽁이 숲에서는 정말 아름다운 새 소리가 들렸는데,
원숭이 대장은 그걸싫어했어.
혹시라도 그 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밤마다 맹꽁이 숲으로 찾아오지 않을까 많이 걱정했거든.
<마술사의 종과 나무 매미>
이제 동물들은 밤이 되어도, 발이 묶여있지 않아도 도망가지 못했어.
진돗개를 동물들은 부하개라고 불렀는데,
부하개가 밤새도록 귀를 쫑긋 세우고, 또 눈을 부릅뜨고 감시를 했지.
게다가 원숭이가 무슨 말을 해도 시키는 대로 다하는 거야.
어떤 날 밤에는 원숭이보다 더 사납고 무서워져서
동물들은 몸을 못 움직이더라도 빨리 아침이 되길 바랬지.
사납고 힘센 개를 부하로 삼았는데도 원숭이는 안심이 되지 않았나 봐.
어느날 우리에게 사나운 이빨을 들이대며 물어보는 거야.
“어이, 박사님들. 혹시 동물들을 죽이지 않고 그냥 못 움직이게만 하는 방법은 혹시 없을까?”
우리는 지난 번에 원숭이 대왕이 속인 걸 생각했지만,
아는 걸 말하지 않고는 참을 수 없는 버릇을 버릴 수 없었어.
꾹 참아야 했는데, 불쑥 말해버리고 말았지.
“인도의 마술사가 종을 갖고 있는데,
누구든 그 종소리를 들으면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지요.”
“종이라고? 거 참 재미있는데? 금방 인도라고 했지.
내 조상은 인도에서 왔다고 들었어.
언제 한 번 가볼까 했는데, 마침 잘 되었네.”
어느 날 원숭이는 부하개에게 맹꽁이숲을 지키게 하고 큰 새의 등에 올라탔지.
큰 새의 하얀 깃털은 이제 누렇고 볼 품 없게 되었지만,
몸이 건강해진 큰 새는 힘찬 날개짓으로 하룻밤 사이에 인도로 날아갔지.
인도에는 어디든 원숭이가 많이 살았는데,
대장 원숭이는 거기에서도 다른 원숭이들을 부하로 삼아
마술사가 사는 곳으로 쳐들어가려고 했던 거야.
그런데 마술사가 그걸 먼저 알고 원숭이들이 사는 곳에 밤에 몰래 숨어들어왔지.
하지만 마술사가 모르는 게 한 가지 있었어.
대장 원숭이는 어렸을 때 꽃집 진돗개에게 물려서 왼쪽 귀는 아무 것도 안 들리고
오른쪽 귀는 너무 잘 들리는 거야.
그래서 잘 때는 언제나 오른쪽으로 베개를 베어서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했지.
원숭이들이 모두 자고 있을 때 마술사가 종을 들고 딱 한 번 흔들었어.
종 안에 든 아기 주먹만한 쇳덩이가 두꺼운 그릇의 안쪽을 때려서 때-앵-하고 소리가 길게 났지.
원숭이들이 그 소리에 모두 잠에서 깨어났지만 왠지 움직일 수가 없었어.
마치 얼음땡에 걸린 것처럼 말이야.
마술사가 대장 원숭이를 찾아내서 발로 가슴을 밟으며 소리쳤지.
“나한테서 종을 빼앗아가겠다고? 원숭이 주제에 겁이 하나도 없네?”
그 때 갑자기 대장 원숭이가 마술사의 발을 손으로 밀쳐내며 벌떡 일어났지.
대장 원숭이는 마술 종소리를 듣지 못했던 거야.
마술사가 쓰러지며 종을 바닥에 떨어뜨리자 대장 원숭이가 얼른 그걸 주웠어.
그리고는 마술사의 양쪽 귀에 든 솜마개를 뽑고 자기는 오른쪽 귀를 막은 채로 다시 종을 쳤지.
때-앵---마술사는 그 자리에 꼼짝하지 못하게 되었지.
원숭이는 다시 얼음땡이 된 마술사의 두 귀를 솜마개로 막고
이번에는 때앵, 때앵하고 연속해서 종을 쳤어. 그러자 다른 원숭이들의 얼음땡이 모두 풀렸지.
대장 원숭이는 그렇게 해서 마술종을 손을 넣었고,
이제 그걸 이곳으로 가져와 다른 동물들을 밤에도 못 움직이게 할 수 있게 된 거야.
원숭이가 그 종을 어디에 감추어 두는 지 우리는 알지.
저 나무에 매어둔 큰 매미 뱃속에 감추어 두었지.
<거인의 손가락과 공주의 두 손>
원숭이 대장이 마술종을 구해서 돌아오는 길이었어.
이 세상에서 가장 높은 히말라야 산맥을 지나갈 때였지.
하늘을 높이 나는 큰 새에게 구름 아래에서부터 화살이 여러 개 날아왔어.
다행히 화살이 빗나갔지만. 원숭이 대장과 큰 새는 깜짝 놀랬고 정말로 화가 났지.
그래서 구름 아래로 내려가
어떻게 해서든지 화살을 쏜 사람을 찾아내 혼내 주기로 했어.
그 화살은 히말라야 산 속에 있는 어느 왕국의 왕이
새로 만들도록 명령하여 시험 삼아 쏴 본 것이었어.
왕은 이웃에 있는 작은 나라의 왕을 쫓아내서 영토를 넓히려고 했는데,
그 작은 나라의 화살이 더 가벼우면서도 강했던 거야.
그래서 왕은 자기 나라 최고의 대장장이를 시켜 이웃 작은 나라의 화살을 꺾을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센 화살을 만들어내라고 명령했지.
만약 실패하면 대장장이의 막내 아들,
이제 막 여덟 살이 된 소년을 죽이겠다고 겁을 주었어.
왕은 막내아들을 왕궁으로 끌고 와서 아버지가 명령을 다 이룰 때까지 거기에서 살게 했어.
대장장이는 아주 열심히 연구하고 실험하고 또 연구했지.
그렇지만 십년이 훨씬 지나도록 이웃 나라의 화살보다 센 화살을 만들지 못했고,
그 사이 막내아들은 청년이 되었어.
왕궁에서 자란 막내아들은 마치 거인이라도 된 것처럼
그 나라에서 가장 키가 크고 덩치가 좋았지.
게다가 마음까지 아주 착해서 왕의 외동딸이 그를 무척 사랑했지.
대장장이의 막내아들도 공주를 사랑하긴 했지만,
공주의 아빠, 그러니까 왕을 미워할 수밖에 없었겠지?
자기를 억지로 궁으로 끌고 왔고, 아빠를 죽이려고 하니까. 왕도 막내아들을 미워했어,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는데
왕은 딸이 대장장이 아들을 사랑할수록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어.
그래서 둘을 떨어뜨려 놓으려고 대장장이 아들은 왕궁의 지하 감옥에,
공주는 가장 높은 첨탑에 가두어 놓았지.
원숭이 대장이 큰 새를 타고 하늘을 날아가던 때는
마침 약속한 10년이 다 되어 대장장이의 화살을 시험해보는 날이었지.
화살이 큰 새를 맞히지 못하자
왕은 약속대로 막내아들을 왕궁의 광장으로 끌어내서
대장장이가 쓰는 커다란 불가마에 빠트려 처형하기로 했어.
원숭이는 공주를 이용해서 왕을 위험에 빠트리기로 했어.
그리고 무엇보다 왕이 쓰고 있는 황금으로 번쩍이는 왕관도 아주 탐이 났어.
원숭이는 큰새를 타고 첨탑으로 올라가 갇혀 있던 공주를 광장으로 데려왔지.
왕의 병사들이 대장장이의 아들을 불가마의 가장 높은 곳으로 끌고 가서 밀어뜨려서 떨어질 때,
갑자기 공주가 달려와 떨어지는 대장장이 아들의 두 발목을 붙잡았어.
그러자 이번에는 왕이 달려와 떨어지는 공주의 두 발목을 붙잡았어.
세 사람이 뜨거운 불가마 속으로 떨어질 때, 왕의 황금왕관이 벗겨져 떨어졌지. 원숭이는 큰 새를 타고 불가마 속으로 들어가 왕관을 붙잡으려 했지.
그런데 대장장이 아들의 커다란 손이 먼저 큰 새 발목을 붙잡았고,
큰 새는 할 수 없이 다시 불가마 밖으로 솟구쳤지.
그런데, 가운데 있는 공주가 힘이 빠져서 대장장이 아들의 발목을 놓친 거야.
대장장이 아들이 왼손을 뻗어 공주가 그 손을 잡았지만,
큰 새가 세 사람을 한꺼번에 끌어올릴 수는 없었지.
세 사람과 큰 새, 원숭이는 다시 불가마 속으로 떨어지기 시작했어,
큰 새와 원숭이가 다시 힘껏 날아올랐을 때 몸이 불타서 없어진 대장장이 아들의 오른 손이,
또 공주의 두 손이 큰 새의 발목을 하나씩 붙잡고 있었지.
어찌나 세게 붙잡고 있었는지,
그 손들은 여기까지 와서야 힘이 풀려 새의 발목을 놓게 된 거지.(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