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지공원 맹꽁이숲의 비밀(연재, 8)

by 박독수


<임금의자를 끄는 소>


밤마다 하늘에 환하게 둥그렇게 뜨는 게 뭐지?

맞아 달이야.

지금은 달이 동그랗지만, 원래 달은 네모반듯한 모양으로 하늘에 달려서

여섯 개의 낙원을 보여주며 천천히 도는 작은 별이었어.

하늘나라 임금님은 꽂을 너무 좋아해서 왕궁 여기저기에 커다란 꽃밭과 정원을 많이 만들었지.

그러다가 아예 그 천천히 도는 작은 별 하나를 온통 꽃밭으로 꾸며진 꽃별로 만들기로 했어.

그런데 꽃밭을 만들려면 땅을 파야 하잖아.

그래서 하늘나라에서도 소에게 쟁기라는 도구를 붙여서 땅을 갈게 했지.

저기 코뚜레를 한 채로 묶여있는 저 소는 원래 하늘나라의 일하는 소였는데,

그 때는 너무나 일을 잘해서 임금님의 사랑을 많이 받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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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천천히 도는 작은 별에 올라가 부지런히 넓은 땅을 잘 갈아서 밭을 만들었지.

그 위에 정원사가 온갖 종류의 꽃씨를 심었더니

정말 아름다운 양탄자상자 같은 커다란 꽃밭이 생겨났어.

임금님과 왕비, 왕자와 공주들은 자주 그 꽃밭에 놀러갔지.

오늘은 노랑 꽃밭, 내일을 빨강 꽃밭 식으로 하루에 한 꽃밭을 돌며

꽃나무 가지 속에 숨어 숨바꼭질을 하기도 했어.

임금님과 사람들은 정말 꽃을 좋아해서 이제는 그 꽃밭을 일군 소에게는 관심도 없었어.

어느 날부터는 꽃밭 옆에 소가 살고 있다는 사실조차도,

먹이를 주는 일조차 잊어버려서 소는 너무 슬프고 외롭고, 배가 고팠지.

소는 생각했어 임금님이 정말 아끼는 꽃밭이지만, 소도 꽃밭을 만드느라 열심히 일했으니까

시들해진 꽃잎은 좀 먹어도 될 거라고.


소는 조심조심 네모난 꽃밭의 모서리의 꽃들을 먹기 시작했어.

그런데 너무 배가 고파서인지 네 귀퉁이의 꽃들을 한꺼번에 먹어치워서

원래 네모였던 꽃밭이 동그랗게 변한 거야.

소는 배가 불렀지만, 임금님은 정말 화가 났어.

소를 꽃밭에서 쫓아내 대신 무거운 수레를 끌게 했지.

소가 없으니 다시는 그 넓은 꽃밭을 갈지는 못했지.

지금도 달이 동그란 건 귀퉁이가 없어진 자리만큼 꽃이 자라지 않기 때문이지.


밭을 가는 대신 무거운 짐수레를 끌게 된 소는 하늘나라를 떠나고 싶었지.

그래서 수레에서 짐을 모두 내려서 가볍게 된 날 도망을 쳤고

이 곳까지 찾아와서 숨어 지내려다 원숭이에게 붙잡히게 된 거야.

원숭이는 소를 무척이나 소중하게 생각해서 혹시라도 소가 도망갈까 봐

화살나무 기름을 두껍게 바르는 것 말고도

코뚜레에다 줄까지 묶어 두었어.

보름달이 뜨면 원숭이 대왕은 꼭 저기 매봉산으로 행차를 가는데,

그때마다 저 소가 임금의자를 끌고 가. 하늘에서도, 땅에서도 참 불쌍한 소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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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둥오리와 왕개구리>


난지천에 청둥오리 한마리가 살았어.

청둥오리는 그냥 오리랑은 다르게 얼굴과 날개가 파랗잖아.

청둥오리는 알을 낳아 새끼를 키워야 하는데, 알을 낳기 전부터 걱정이 너무 많았어.

만약 알을 낳았는데

오리들이 너무 시끄럽게 굴어서 새끼들이 잠을 못자고 알에서 나오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또 만약 알에서 새끼가 나왔는데, 다른 오리들 때문에 개구리가 모두 없어진다면

우리 새끼들이 굶어죽지는 않을까?

너무 걱정이 되어서 얼굴에서 슬픈 표정이 지워지지 않았지.

그래서 청둥오리는 결심했어.

다른 오리들에게 아주 아주 사납게 굴어서 모두 쫓아낼거야.

새끼들을 위해서라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사나운 청둥오리가 되어도 좋아!

이제 난지천은 사나운 청둥오리의 독차지가 되었어.

청둥오리는 모든 오리들이 떠나서 다시는 안오게 되자

겨우 안심이 되어 숲속 구석진 곳에다가 알을 열 두 개나 낳았지.


엄마 왕개구리는 이곳에 사는 개구리들의 대장이야.

대장은 자기 식구들 뿐 아니라 다른 개구리들을 지켜줄 줄 알아야 하지.

그런데 청둥오리 때문에 개구리들이 너무 많이 죽거나 다쳤지.

다른 새들 모두가 개구리를 잡아먹어도 청둥오리가 혼자서 잡아가는 것보다 적었지.

청둥오리는 엄마 왕개구리가 만난 새들 중에 가장 사납고 욕심이 많았어.

보통 새들은 배가 부르면 사냥을 하지 않는데,

청둥오리는 배가 고프지 않을 때도 개구리를 잡아다 자기가 낳은 알 곁에 쌓아뒀지.

개구리들이 모두 잡아먹히거나 다른 곳으로 도망가서 난지천에는 개구리가 거의 없게 되었어.

겨우겨우 살아남은 엄마 왕개구리는 너무나 화가 나고 슬펐어.

그래서 복수를 하기로 했지. 어느 날 숲속에서 청둥오리의 알들을 찾아냈어.

열 두 개 알마다 작은 구멍을 내고 그 속에 개구리 알을 하나씩 낳았지.

그리고는 다시 작은 구멍을 막고 다른 곳으로 멀리 도망가서 숨었어.

그런데 청둥오리는 그것도 모르고 날마다 열심히 알을 품었지.

햇볕이 따뜻한 어느 날, 드디어 청둥오리의 알이 열렸어.

알 속에서는 새끼 청둥오리가 아니라 커다란 올챙이가 나왔지.

청둥오리는 깜짝 놀랐지만 금방 올챙이들을 자기 새끼라고 생각하게 되었지.

올챙이들이 자라고 팔다리가 나와서 왕개구리가 되었지만,

청둥오리는 자기를 하나도 닮지 않은 그 왕개구리들을 버릴 수가 없었어.

날씨가 추워지면 다른 따뜻한 곳으로 새끼들과 함께 날아가야 하는데,

자기 새끼들은 어느 곳에도 날개가 없는 거야.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청둥오리의 눈에는 자기 알에서 나온 개구리들이랑 그냥 개구리들이랑 똑같이 생겨서

이제는 개구리들을 잡아먹을 수가 없었어.

자기 등에 그냥 개구리들이 올라타도 자기 새끼인 줄 알고 잡아먹지 않았지.

그래서 난지천에는 다시 개구리가 많아지게 되었지.

엄마 왕개구리도 편하게 알을 낳아 편하게 새끼들을 기를 수가 있게 되었어.

물론 원숭이 대장이 이곳에 나타나기 전까지의 일이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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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를 쫓아가는 용>


용과 거북은 아주 친한 친구사이였어.

원래 용왕이 사는 용궁에서 함께 살았지. 용왕님도 둘을 좋아해서

가끔은 궁에 맛있는 음식을 차려놓고 둘을 불러 함께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지.

하루는 용왕님이 두 친구에게 물었어.


“너의 둘은 정말 다르게 생겼어도 늘 친하게 지내니 정말 보기 좋고 부럽구나.

내게도 친한 친구가 단 한 명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거북이가 용왕에게 말했어.


“용왕님, 저희가 감히 용왕님과 친구는 될 수는 없지만,

즐거울 때 뿐 아니라 슬프고 힘들 때도 곁에 함께 있어드리겠습니다.”


용도 거북이의 말을 따라서 용왕님께 말했지.


“저희가 서로를 믿으며 변치 않는 것처럼, 용왕님도 저희를 믿어주세요.”


그런데, 그렇게 둘이 궁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어느 날, 골목길에서 떠드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어.


“우리 용님은 머리에 뿔이 멋있게 나 있는데, 거북님은 아무것도 없네, 하하 우스워라.”

“우리 거북님은 얼굴이 맑고 고운데, 용님은 왜 저렇게 인상을 쓰고 다니나? 에고 무서워라.”


용과 거북은 서로를 쳐다보았어.

용의 눈에는 어린이들의 말처럼 거북이의 시원한 이마와 맑은 얼굴이 좋아 보였어.

용은 속으로 생각했지. 아아, 나도 멋진 뿔 밑에 시원한 이마를 가질 수 있으면 좋으련만.

거북이 눈에는 용의 뿔이 그렇게 멋있는 보일 수가 없었어.

거북이도 속으로 생각했어.

내 머리에 저렇게 멋진 뿔이 난다면 세상에서 제일 멋있어 보일텐데...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에 왔을 때, 용이 거북에게 물었어.


“거북님, 거북님의 얼굴은 언제나 맑은 아침 햇살처럼 환하시니,

혹시 좋은 음식을 많이 먹어서 그런 것이요? 방법을 좀 알려주시오.”


거북은 용의 칭찬에 놀라서 잠깐 동안 말을 못하다가, 얼른 이야기를 지어냈어.


“아니요, 용님도 잘 아시는 것처럼 저는 언제나 바닷풀만 먹고 살지요.

제 얼굴이 환한 건 용왕님이 보여주신 커다란 진주 때문이라오.

용궁의 보물상자에는 진귀한 보석들이 있는데, 다른 많은 보석들은 모두 왕비님 것이지만,

커다란 진주만은 용왕님의 것이지요. 욕심이 없는 용왕님도 그것만은 정말 좋아하십니다.

그래서 누구한테도 잘 안 보여주는데, 가끔씩 저에게는 보여주며 자랑하십니다.

그 빛이 정말 영롱하고 찬란해서 그 걸 본 얼굴은 오랫동안 빛나는 것이라오.”


거북과 헤어진 용은 거북이 말한 진주가 자꾸 생각났어.

그것만 본다면 자기 이마도 아침 햇살처럼 환해질 텐데. 용

왕님은 왜 거북에게만 진주를 보여주실까?

다음에 궁에 가면 용왕님에게 꼭 보여달라고 해야지.


그 후에도 여러 번 용왕님은 거북과 용을 궁에 초대했지만,

진주 이야기는 한 번도 하지 않았어.

어느 날 용왕과 거북이 궁의 앞뜰에서 바둑을 두고 있는 사이에

용은 용왕님의 침실에 들어가서 커다란 서랍장에 들어있는 보석함을 열어봤어.

그런데 정말 거기에 커다란 진주가 해처럼 반짝이는 거야.

거북의 말대로 그 영롱한 빛을 얼굴에 쬐고 있는데, 갑자기 용왕님의 목소리가 들렸어.

놀란 용이 얼른 진주를 입 안에 넣은 채로 침실을 빠져 나왔지.


용이 다시 앞뜰로 나왔을 때, 용왕이 아주 난처한 얼굴로 거북과 얘기를 하고 있었어.


“거북아, 너의 바둑 실력이 보통이 아니구나.

오늘 내가 졌으니 약속대로 노래를 한 곡 불러야겠지.

그런데 사실은 내가 지금 목이 너무 아파서 노래를 못하겠구나.

대신 너의 소원을 한 가지 들어주면 어떻겠느냐?”


거북이 말했어. “용왕님, 그러시면 마침 용님이 오셨으니,

용님이 대신 용왕님 대신 노래를 부르고 용님의 소원을 들어주시는 건 어떨까요?”


용왕이 말했지.


“그것도 좋은 생각이구나. 그렇지 않아도 용에게 보여줄 진귀한 보물이 있는데,

용이 나 대신 노래를 부르면 그걸 보여주마. 용아 너는 어떠냐?”




용은 입안에 든 진주 때문에 입을 벌릴 수가 없었어. 아무 말도 못했지.

그러자 용왕의 얼굴이 무섭게 변하면서 화난 목소리로 말했지.


“너는 나에게 친구가 되어 주겠다더니 나를 위해 노래 한 곡 못하겠다는 것이냐?

내가 너에게 진귀한 보물을 보여준데도?”


용이 할 수 없이 노래를 하려고 입을 벌리는데, 입 안에서 커다란 진주가 툭 떨어졌어.

그 걸 보고 용왕이 얼마나 놀라고 화가 났겠어. 용왕이 말했지.


“이제 보니 형편없는 놈이로구나. 도둑질이나 하고.

내가 너를 지금까지 친구로 여겼으니 너를 죽이지는 않겠다.

네 놈의 더러운 입에 들어갔던 진주와 함께 용궁에서 당장 떠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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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은 그렇게 용궁에서 쫓겨났지.

진주를 얻었지만 용왕도, 친구도 잃어버린 거야.

게다가 아무리 진주를 들여다봐도 얼굴이 환해지지 않았어. 그래서 너무나 거북이가 원망스러웠어.

그래서 어느 날 거북이가 육지로 잠깐 나왔을 때 뒤를 쫓아간 거야.

그런데 하필 그날 원숭이 대장에게 붙잡혀서 이곳으로 끌려온 거야.(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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