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e Park Sep 12. 2023

23일

유심

둘째는 초등학교 2학년이다.

둘째에게 휴대폰을 개통해 주기 위해 알뜰폰을 알아봤다. 원래는 3학년때 해주려고 했는데…

자기 반에 휴대폰이 없는 학생이 본인 뿐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에게 박탈감과 소외감을 준 것 같아

늦지 않게 개통을 해줘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이참에 남는 폰에 유심만 사서 해보자 알아봤으나 아이패드로 진행하는 바람에 진행이 잘 안 됐다.

시간낭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시간에 그림이나 더 그릴걸. 아차 싶었다.

결과 없는 과정이 무의미한 것이 아닌 걸 알면서도 그게 잘 안 됐다.

해결되지 못한 문제는 내 안에 남아 해결을 하기 위해 무의식 중에도 애쓰는 것 같았다.

이 문제는 잊어버리고 되려 애쓴 나에게 칭찬해 주면 될인인데…

15개의 숫자. 32개의 영문과 숫자로 이루어진 알 수 없는 암호 같은 휴대폰의 고유한 이름이 있었다.

휴대폰의 고유한 신상정보를 적은 뒤 아이의 주민번호, 보호자의 번호까지 적어야 휴대폰 개통의 긴 과정이 끝이 난다.

아니 그 정보가 입력된 유심을 받아 꽂아야 비소로 휴대폰 개통의 과정이 끝이 나는 것이다.


나는 집에 굴러다니는 유심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한자어로 유심 마음이 있다는 뜻인데 손톱만 한 이 작은 칩에 한 인간의 고유함이 담겨있을 수 있을까?

마음에도 유심이 심겨있다면 내 영혼과 감정에 대해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이란 드넓은 대지 안 꼿꼿이 솟아 있는 유심을 바라본다.

나는 그곳에서 낯설고 당황한 감정을 느낀다. 유심의 작동법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