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도 1+1, 마음도 1+1

제육볶음 나라의 신입 앨리스 #9

by 생각할 윤

우리 회사 건물 1층에는 편의점이 있다. 편의점은 출출한 직장인들에게, 담배타임이 절실한 흡연자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존재이다. 흡연구역 바로 맞은편에 있는 최적의 지리적 조건 덕분에 우리 회사 사람들은 담배를 피우고 편의점에 들러 음료수를 사 오는 루틴을 갖게 되었다.


툭.


누군가가 내 책상 위에 비타 500을 툭 올려놓고 자리로 가셨다. 1+1 음료수는 같이 흡연을 한 동무들끼리 나눠 가지거나, 홀로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비흡연자 팀원에게 전달된다. 우리 팀의 유일한 비흡연자 2명 중 1명이자 막내인 나는 1+1의 수혜자로 종종 당첨되었다. 어느 날은 커피, 어느 날은 제로콜라, 어느 날은 이온음료. 종류는 제법 다양하다. 내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도 익명의 누군가가 조용히 내 자리에 음료수를 두고 가곤 한다. 툭툭 올려지는 음료수들은 업무의 고단함을 잊게 해주는 피로회복제가 되었다. 휴게실 냉장고에 받은 음료수들은 잠시 넣어놓으면 마음이 부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든다.


그들은 누군가가 1로 남아있는 것을 그냥 두지 않는다. 점심시간에 누군가 혼자 남아 있을 때는 밥은 챙겨 먹었는지 물어본다. 다들 점심약속이 있어 누군가가 혼자 남게 되면 다른 팀에 껴서 먹을 수 있는지 알아봐 주시기도 한다. 이제는 회식자리에서도 혼자 두지 않는다. 흡연자들이 담배타임을 가지러 밖으로 나가다가 비흡연자인 나 혼자 남게 되면, 흡연자들은 한 명씩 돌아가면서 내 곁에 남아준다. 괜찮다고 말씀드려도 '에이, 혼자 둘 수는 없지.' 라며 말동무를 해주신다. 처음에는 그런 배려들이 괜시리 눈치 보이곤 했는데, 이제는 제법 그 배려를 감사히 즐길 수 있게 되었다.



툭.


편의점 1+1 상품은 나에게영향을 미쳤다. 1이 다소 허전하게 느껴지니 1+1을 찾게끔 했다. 편의점에서 무언가를 살 일이 있으면 내 것만 사기보다는 되도록 1+1 상품으로 사게 되었다. 종류는 다양하다. 1+1 빵이 되기도, 1+1 바나나가 되기도, 1+1 음료수가 되기도 했다. 덤으로 얻은 정은 그때그때 사무실에 남아 있는 누군가에게 드린다.


"아휴, 안 줘도 괜찮은데.. 잘 먹을게요!"

막내에게 차마 무언가를 얻어먹기 미안한 팀원들은 미안함 반, 고마움 반으로 간식을 받아주신다. 보람을 느끼려고 일부러 드리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괜히 뿌듯해진다. 늘 받기만 했던 내가 이제는 누군가에게 줄 수도 있는 사람이 되어 가고 있었다.


'툭'으로 시작된 배려가 또 다른 '툭'으로 이어졌다. 어느 순간부터는 팀의 막내라서 하는 것이 아닌, 팀원들을 도와드리고 싶어서 '툭' 하는 일들이 더 많아졌다. 팀원 누군가가 고객사와 중요한 미팅이 잡혔을 때, 재빨리 회의실을 툭, 툭, 예약해서 회의실을 선점한다. 그러고 메신저를 툭 보낸다.

'대리님~ xx사 미팅 회의실은 000호로 예약해 놨습니다!'

법인카드 지출 처리를 할 때 사내 ERP를 어려워하는 팀원의 목소리가 들리면, 그분의 자리로 가서 툭, 툭, 키보드를 쳐서 하는 법을 도와드린다. 이런 작은 부분들을 툭툭 해결하는 막내가 되면서 어느덧 챙김 받는 막내는 '챙겨주는 막내'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들의 배려를 받았던 경험들이 쌓이면서 나 또한 타인을 배려하는 법을 배웠다. 이상한 나라만큼이나 낯선 '직장'이라는 환경 속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의미 있는 것이었다.


어느 날, 강 대리님과 이에 대해 대화를 한 적이 있었다.

"저도 후배 들어오면 저희 팀원분들처럼 잘 챙겨줄 수 있을까요? 이제 윗분들을 챙기는 건 익숙해졌는데, 후배를 챙기는 건 다를 것 같아요."

강 대리님이 답했다.

"챙겨줄 후배가 있다는 게 선배 입장에서도 배우는 부분들이 많죠. 나도 아직도 후배 대하는 거 되게 어려운데 앨리스 씨 덕분에 많이 컸지. 서로 챙기고 챙김 받으면서 배우는 거죠 뭐."


우리는 이렇게 1+1이 되어 서로를 챙겼고, 1+1이 되어 함께 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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