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힐링을 위한 문학으로 글쓰기 1기
문제를 끝없이 일으키는 제제처럼 자신의 생존을 알리는 사건과 사고를 터뜨리는 제제, 진정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이었구나. 빠실리아 빠임 담임선생님께 꽃을 몇 송이 꺾어서 화병에 꽂아 두는 일, 아리오발두 아저씨께 공연하는 거 도와주면서 안면을 트고 천사라는 소리를 듣는 사건, 몸이 근질근질하여 마음속에 악마가 출연하여 담벼락에 있는 구아버 나무열매 향기에 취해 열매를 따려는 순간 아주머니의 고함 소리에 펄쩍 뛰어내리다가 발바닥에 유리조각이 찔린 사건, 수없이 많은 사건으로 고도이어 누나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감동을 받았고, 천사 같은 뽀루뚜까아저씨가 유리조각에 찔린 발을 절뚝거릴 때 따뜻하게 치료해 주고 위로해 주었던 일 등 자신의 존재가 살아 있음을 끊임없이 확인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식으로 나를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겼을까?
엄마가 말했다. 태어나면서 울음소리가 엄청 커서 사내인 줄 알고 아버지가 기뻐하셨는데 태어나보니 딸이라 그때부터 아버지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나도 제제처럼 존재감을 알리기 위해 뭔가를 했을 것이다. 아무도 봐주지 않는 나의 존재를 어떻게 알렸을까? 예를 들어 어떤 부부가 둘 다 교수이고 경제까지 부유한 집안에 아무 걱정근심이 없었는데 두 자녀 중 한 명이 자폐증을 앓고 있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신께서는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저울질을 했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저울질이 되었을까. 이렇게 생각하니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엄마가 이렇게 말했다. “너는 이미 큰 그릇이다. 너를 낳아 삼칠이 지났을 때 새끼줄에 숯과 솔가지를 꺾어 매달아 놓았더니 지나가던 철학관 아저씨가 사주를 봐주었단다.”
“이 아가는 태어난 시가 언제인가요?”
“2월 8일 오전 8시에 태어났습니다.”
“아~ 남자로 태어났으면 장군감이네요. 그래도 이 아이는 천복을 타고났어요. 잘 키우시오.”
그 말을 전하고 바람같이 사라졌다고 했다.
“아 그래요? 천복이라… 감사합니다.”이 말을 들으시고 속으로 삼키고 살다가 내가 중학교 다닐 때 말씀해 주셨다. 너는 천복이 있단다. 그 당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또 한 가지 죽을 고비를 넘긴 사건이 있다. 내가 백일도 안 되었을 때 오빠 두 명과 함께 홍역을 했다. 그때 오빠 두 명은 금세 나았지만 나는 생사가 오락가락했고 결국 냉방에 옮겨졌다. 하지만 엄마가 나를 포기할 수 없었다. 밤새 자신의 몸을 태우면서 딸을 지켰기에 기적같이 살아났다. 기적같이 살아난 나는 어떤 근자감인지 모르지만 승부욕이 강하고, 인정받기 좋아하고, 뭐든지 호기심이 스몰스몰 올라오는 사람이 되었다. 그 호기심은 엄마의 깊은 사랑, 산같이 변함없는 엄마의 사랑이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면 이 세상 모든 사람과 사물과 존재하는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으니까. 나는 나의 존재를 살리기 위해 불철주야 한시도 느슨하지 않았다. 배경보다 전경을 넓히기 위해서였다. 전경이 도드라지는 것이 내적 힘이다. 조그마한 계획이라도 스스로 세웠다면 내면과 싸워 이겨야 했다. 예를 들어 개근상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다. 나는 어릴 때 상이라고는 초등학교 6년 개근, 중학교 3년 개근, 고등학교 3년 개근 한 번도 결석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결혼하고 보니 남편은 개근상은 없고 모두 최우수상, 우등상, 특별상, 학교장상 등 상이라곤 다 휩쓸었다. 갑자기 쪽팔린다는 생각에 나의 12년 개근상장을 모두 찢어 버렸다. 순간 자존심에 금이 간 것이다.
이 일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후회스럽기도 하고. 그 상을 놔둘걸, 개근상의 가치를 살아가면서 더 알게 되었다. 너무 모범생적으로 살아온 나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알아주지 않고 봐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에게 단점이 있다면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해도 정해 놓은 경쟁자는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나는 머리가 나쁜 줄 알았다. 하지만 집안 환경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 나이에 글쓰기도 하고 직장도 다니고 전문직을 갖고 있다는 것이 천복을 타고난 것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했으니. 제제는 라임오렌지 나무와 대화를 하면서 청소년기를 보냈다면, 나는 자신과 대화를 하고 성찰을 하면서 나를 만들었다.
“순희야, 넌 어디에서 태어났어?”
“넌 몇째 딸이야? 누가 너를 환영해 줬어?”
“너 인생은 앞으로 어떻게 될 거 같아?”
“천복을 타고났다는데 그게 뭘까?”
이렇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하면서 살아왔다. 그럴 때마다 내가 소중함을 느낀다.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의 주인공 제제을 보면서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다가 다시 마음이 짠하다가 또 안도의 숨을 내 쉬기도 했다. 한 존재를 살리기 위해 수많은 사건과 사고들이 벌어졌다는 것은 자신의 소중함을 알아차리기 위함이었다. 만약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나 또한 어린 시절 열악한 환경들이 없었다면 심리상담전공과 내공까지 쌓지 못했을 것이다. 이 글은 내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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