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회사를 나가기가 어렵다면
'도망치고 싶다......'
회사에 있으면 마음속에 자꾸 이 생각이 들었다. 이 마음이 너무 커져 사소한 업무들도 견디지 못할 만큼 압박감이 심할 때쯤 결국 사무실에서 울음이 터졌다. 몇 번씩이나 쉬고 싶다고 속으로 외치던 내게 누군가 "좀 쉬는 게 어때?"라고 말했던 게 계기가 되어 아주 추한 모습으로 눈이 퉁퉁 붓도록 울었다. 버티는 게 너무 힘들다고 이야기하면서. 그리고 며칠 휴가를 냈다.
집에 돌아와서 곰곰이 나에 대해 생각을 해봤다. 나는 취업 전부터 꽤 오랫동안 인간관계도 일도 모두 잘 해내는 나를 상상해왔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일도 인간관계도 내 생각처럼 되진 않았다. 오히려 너무 못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정도로 초반에는 실수투성이였고, 상사를 포함한 몇몇 사람들도 나를 ‘회사생활과 잘 맞지 않는 사람’으로 낙인찍었다. 이런 평가를 받으면서 자존감도 많이 낮아졌다. 승진 누락이 이런 내 자존감을 더 깊은 바닥으로 끌어내렸으니 자꾸 나는 현실의 나로부터 도피하고 싶었다.
‘내가 지금 회사를 그만두면 어떻게 될까?’
휴가 기간에 이런 생각들을 해보았다. 아이가 남편 회사에 있는 어린이집을 다녔기 때문에 내가 재직 상태가 아니면 곧바로 다른 어린이집을 찾아야 하는 점, 승진이 누락된 상황에서 직장을 옮기는 게 쉽지 않은 점 등 걸림돌이 많았다. 당장 회사를 그만두기가 어려웠다. 또 지금 현실에서 도망치면 그 이후는 과연 편해질지 의문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나 자신도 소중히 여기고 싶었다. 휴가 기간에 만났던 한 친구는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건 지금 나도 많이 지쳐있다는 것이고, 이런 나를 잘 다독이지 않으면 결국 무너져 내릴 수도 있다고 했다. 오히려 너무 크게 무너지기 전에 직장을 옮기거나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것도 괜찮다고 조언을 해주었다.
나와 비슷한 상황을 겪은 친구이고, 실제로 직업을 바꾸고 만족도 높게 살아가는 그녀를 보면서 버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처한 상황을 없던 일처럼 외면해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소소하게 매일 도망치기로 했다. 만약 내 마음속에 '도망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면, 일단 어떤 상황이든 자리를 박차고 나와 혼자 차라도 한 잔 마시면서 나를 다독여보기로.
그리고 그렇게 소소한 쉼으로도 버틸 수 없을 만큼 힘이 들면 이렇게 연차라도 쓰면서 좀 쉬고, 아무 생각할 필요 없는 영화를 보고, 맛있는 것도 좀 먹으면서 이 시간을 조금 넘겨보기로 했다.
일이 좀 많이 힘들면 욕도 하고, 소심한 복수도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