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조금 성장했습니다

-읽는 라디오

by 하쿠나 마타타

오프닝

살면서 자신이 전보다는 성장했다는 느낌이 들었던 적이 언제였나요?

처음으로 그런 기분을 느꼈던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시나요?

그 기분 좋은 느낌은 오래 기억하고 싶습니다.



음악

-차가운 체리 (성장통2)

(49) Cold Cherry (차가운 체리) - Growing Pains 2 (성장통 2) - YouTube



사연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제가 스스로에게 ‘나 조금 컸네.’라는 감정을 들었을 때를. 초등학교 6학년 때 혼자서 손톱을 깎고 나서 벅차했던 날을 말이죠. 남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손톱깎기가 저는 그렇게 어려웠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엄마가 깎아주는 걸 기다리고, 깎는 모습을 아빠가 보면 “그 나이에 손톱하나 스스로 못 깎냐?”는 핀잔도 들으면 자존감이 낮아 질대로 낮아져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손톱깎이가 눈에 들어왔고, ‘내가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과 함께 손톱깎이에 왼쪽 손 엄지손톱 밀어 넣고 눌렀습니다. 너무 짧은 순간이었지만 내가 대단한 일을 해낸 거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바닥을 튕기는 손톱을 보면서 신기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렇게 자른 손톱을 보니 삐뚤빼뚤 이었지만 웃음이 절로 났습니다. ‘나도 조금 컸네.’라는 생각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기분 좋은 아찔함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뒤로도 라면을 처음으로 끓여 먹던 날도 기억이 나고,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어릴 적 믹스커피 냄새만 맡아도 심장이 두근거리던 저를 생각하면서 ‘많이 컸네.’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스무 살이면 다 컸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고, 마흔이면 완전한 어른이라 성인(成人:자라서 어른이 된 사람)을 넘어선 성인 (聖:지혜와 덕이 매우 뛰어나 길이 우러러 본받을 만한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그 생각이 얼마나 철이 없던 생각이었는지는 마흔이 넘은 저를 보고 확신했습니다.

마흔이 넘어도 화가 나면 큰소리를 내고, 남이 잘 되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진정한 축하보다는 시기와 질투가 먼저 생기고,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인데도 끝까지 미루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때 몰아치기로 하는 건 여전합니다.


아직도 철이 없는 건 여전하지만 그래도 아주 가끔은, 아주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화가 나서 소리를 쳤지만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알아차리면 바로 사과를 하고, 남이 잘 되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진정한 축하는 하지 못하지만 축하받는 대상에게는 입에 발린 축하는 아낌없이 합니다. 전에는 사과나 축하를 하지 못하는 옹졸한 인간이었는데 이 정도면 성장을 했다고 우겨봅니다.

드라마 미생에서 나왔던 대사처럼 “우린 아직 다 미생이야.” 완생을 꿈꾸는 미생.

완생을 꿈꾸기는 하지만 언제 완생이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완생이라는 게 존재하는 건지도 의심이 됩니다.

다만 내가 미생이라는 걸 알고, 완생을 꿈꾸며 살아갑니다.



음악

-이승열 (날아)

(49) [미생 OST Part 3] 이승열 - 날아 (Fly) MV - YouTube



클로징

하루에도 수없이 후회를 하는 건 여전합니다. 그래도 열심히 살다 보면 내년 이맘때는 지금보다 한 뼘은 더 성장해 있지 않을까요? 아주 느린 속도지만 성장을 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오늘도 수고 많았고, 내일은 오늘 보다 더 많은 행복을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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