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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햇살 코치 Dec 22. 2021

괜찮아, 강박이야!!! 2탄

인생 2막, 햇살이 드리워지다

자존감 회복 스토리

괜찮아, 강박이야!!! 1탄


<‘차가운 이과 언니’, NLP를 만나고 나를 보다>     


사직원을 내고 찾아온 것은 불안감이다. 아이들은 아직 어리고 일을 그만두기에 나는 너무 젊다. 첫 3개월은 이전처럼 매달 월급이 통장에 찍혔고 그다음 9개월은 실업급여가 들어와 그나마 다행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불안감은 커졌고 각종 자격증을 따고 교육을 들으며 불안을 달랬다. 

“NLP 배워봐. 논리적이라 자기한테 잘 맞을 거야.” 

침대에 누워 폰으로 교육을 검색하는데 남편이 책장에 꽂혀있는 700페이지 분량의 [생활 속의 NLP] 책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 NLP와의 만남은 그렇게 별 기대 없이 시작되었다.      


© alexas_fotos, 출처 Unsplash



오랜 직장생활로 경직되어있던 나는 말을 하지 않을 때 특히 무표정했다. 그 모습을 본 NLP 동료가 통계학을 전공한 나에게 "차가운 이과 언니"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다.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으로 사실은 상처를 받는 것이 두려워서 사람을 경계하며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고 자신을 보호하고 있었다. 내 안에 갇혀 있었고 친구를 사귀는 방법을 몰랐다. NLP 동료들은 그런 나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고 나는 경계를 풀고 조금씩 다가가 친구가 되었다.     


동료들은 친구이면서 동시에 내 모습을 비추는 좋은 거울이기도 했다. 한 번은 상대의 특징적인 자세, 동작, 표정, 말 등을 그대로 표현하면 누구인지를 맞추는 NLP 세션이 있었다. 다섯 명 정도의 사람들이 동시에 어깨와 눈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 주먹을 불끈 쥐고 눈썹을 위로 올리고 굳은 표정으로 “잘해야 한다, 잘해야 한다”를 외치는 모습을 보고 웃음이 빵 터졌다. 매우 낯설었지만 한눈에 나라는 걸 짐작했다. 


‘앗! 내 모습이 저렇단 말이야?’ 


당황스러워 웃기는 했지만 사실 충격이었다. 너무 고집스럽고 꽉 막혀 보여서 외면하고 싶었다.      


다년간 명상을 해서 내 삶을 돌아보고 객관화하는 것은 익숙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직접 말을 해주고 보여주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전에 회사생활에서 경험한 피드백은 ‘잘못을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것’이었으나 NLP에서 경험한 피드백은 달랐다. 나의 말과 행동이 상대에게 어떤 정서와 생각을 불러일으켰는지를 알게 되어 공감적 대화와 실질적인 소통이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 내가 전하고자 하는 의도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법도 터득하게 되었고 이번 세션처럼 직접 내 모습을 보고 그 느낌을 확인하니 나에 대한 이해와 변화가 빨리 일어났다.     


‘모든 사람이 “잘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며 살지 않나? 

이건 당연한 거 아닌가? 

이게 옳은 거 아닌가?’      


내가 가진 신념을 확인하고 처음에는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런데 NLP 훈련을 통해 참가자의 생각과 방식을 탐구하며 ‘각자 다르다’라는 것을 알았다. 책에서 마주하는 ‘글자’가 아닌 ‘몸의 감각을 활용해 보고 듣고 느끼는 경험’을 통해 진짜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나를 힘들게 만든 또 다른 신념은 ‘나에게 문제가 있다’였다. 그런데 ‘너에게 문제가 있다’라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 내 앞에서 눈을 반짝이며 말하고 웃고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그 자체로 신선했다. NLP 훈련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 생각은 옳지 않아. 저 사람 참 이상하네. 나와 맞지 않아.’라며 등을 돌렸을 것이다. 그런데 그 신념을 가진 사람이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과 경험하는 세계에 대해 들으니 마음이 가볍고 여유가 생겼다. 그것이 곧 배움이 되고 내 문제에 대한 해법이 보였다.     


나를 성찰하고 타인을 배우며 내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명확히 이해했다. 나는 ‘~해야 한다’라는 말과 생각이 습관화되어 있었다. ‘잘해야 한다’ ‘완벽해야 한다’ ‘내 인생에 실패는 없다’라는 생각이 내 삶을 압박했다. 그리고 내 결정에는 항상 타인의 시선이 있었다. 잘해야 했기에 부담이 되었고 완벽해야 했기에 불안했고 실패가 두려워 새로운 것에 도전하지 못했다. 무언가를 성취했지만 원하는 것을 이룬 기쁨과 만족보다는 타인과 사회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안도감이 컸다. 그리고 내가 정한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 자신을 비난하고 야단치고 위축되었고 ‘나에게 문제가 있다’라고 생각하며 괴로워했다. 내가 잘못이고 내가 부족해서 생긴 일이니 마음속에서 화가 올라와도 표현하지 못하고 억압했다. 그 화살은 나 자신을 향했고 그래서 우울증도 찾아왔었다.





<강박적 신념을 바꾸니 사랑이 오다>


왜곡된 신념을 바꾸고 나에 대한 탐구가 깊어지니 본래 가지고 있던 밝고 긍정적인 모습이 점점 더 드러나기 시작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사람들과 만나 교감을 나누는 것이 즐거워졌다. 창가에 있는 화분에서 올라오는 연둣빛 새싹도, 동네 산책을 할 때 뺨을 스치는 바람도, 이른 아침 재잘재잘 지저귀는 새들의 노랫소리도 나를 미소 짓게 했다. 따스한 햇살에 내 안에서 꽃들이 피어나는 듯했고 그 향기가 전해져 주변 사람들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었다. ‘고슴도치처럼 차가운 이과 언니’는 ‘봄햇살처럼 따듯한 문과 언니’가 되었다.     


© suhyung798, 출처 Pixabay



그런데 1년에 한 번 있는 콘퍼런스를 앞두고 먹구름이 다가왔다. 모든 것이 시큰둥하고 점점 의욕이 사라졌다. 몇 발자국 걸어가면 있는 마트에 가는 게 귀찮아 1주일씩 몰아서 장을 보았고 익숙했던 NLP 세션도 아주 시원하게 말아먹었다. 콘퍼런스는 점점 다가오는데 자신감은 없어지고 맘속으로 그렸던 세션은 더욱 모호해졌다. 다시 머릿속이 텅 빈 백지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이런 내 마음을 누구에게도 표현하지 않았다.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안 돼’라는 생각을 품고 나는 또 그냥 혼자 끙끙거리며 버텼다. 


‘변한 줄 알았는데 아니구나. 내가 원래 이렇지 뭐. 어떻게 지난해보다 더 막막하지? 트레이너 2년 차가 이 정도밖에 안 되다니, 역시 난 NLP로도 안되는구나.’ 


퇴직 후 사라졌던 자조적인 목소리가 다시 쌩쌩하게 스프링처럼 튀어 올라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NLP 동료들과 선생님이 생각 속에 갇힌 나를 흔들었지만 마치 커다란 바윗덩어리인 양 꿈쩍 않고 내 상태를 완고하게 고수했다. 


‘내가 움직이려면 로켓을 쏘아 올릴 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나에겐 그 정도의 힘이 없어’ 


자신에게 반복해서 말하고 있었다. 이런 내 모습이 답답하고 싫었지만 움직여지지 않았다. 거의 자포자기 수준이었다.      

© zoltantasi, 출처 Unsplash



그러던 중, 동료들과 저녁 식사를 하며 ‘이러이러해야 한다’라는 생각 없이 그저 생각이 떠오르는 대로, 감정이 느껴지는 대로 표현했다. 


“어머, 춘원 님~ 이런 모습 처음이에요.” 

“오늘, 좀 다르시네요.”

“그런데 저는 이 모습이 더 친근감이 느껴지고 좋아요.”


이상했다. 괜찮은 척 숨겨왔던 모습 대신 흐트러진 내 모습을 사람들이 오히려 좋아했다. 내가 있는 그대로 한 마디씩 툭툭 던질 때마다 사람들은 탁자를 치고 손뼉을 치며 웃음을 터뜨렸다. 내 생각과 감정을 여과 없이 표현해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표현을 하며 묘한 쾌감과 함께 머리와 가슴이 점점 가벼워졌다.      


집으로 돌아와 내 마음속을 들여다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 이런저런 나들이 가시나무처럼 뾰족하게 서 있었다. 너무 황량해서 싫었고 좌절감에 고개를 떨구었다.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뜨거운 물을 맞으며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 가시나무숲을 헤매다 문득 알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이 모습, 저 모습이 모두 나구나.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사랑이고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거구나.’ 그 순간 ‘로켓의 추진력이 필요하다’라는 왜곡된 생각을 붙잡고 있음을 깨닫고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그저 한발 옆으로 옮기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그 경험을 고스란히 담아 세션을 만들었고 콘퍼런스에 참석한 사람들은 함께 눈물을 흘렸다. 그날의 감동은 잊을 수 없는 ‘내 인생의 한 컷’으로 남아있다.      


슬럼프를 만나 처절하게 대화하고 성찰하며 통찰을 얻고 한 단계 더 성장했다. 힘든 시간을 온전히 직면한 덕분에 더욱 단단해지고 올곧게 ‘나’로 섰다. 혼란스럽고 불편할 때 변화와 성장이 시작되고 이 또한 과정임을 알기에 이제 나는 삶의 문제를 당당히 만난다. 내 삶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은 참 신나고 멋진 일이다.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문, NLP>     


직장 다니며 우스개 소리로 사람들과 나누던 말이 있다.


“젖은 낙엽처럼 바닥에 착 붙어서 숨도 쉬지 말고 있자.”


퇴직 후 직장생활 기억은 서랍 속에 꼭꼭 담아 잠가두었다. 불편하고 부끄러운 기억이라 외면하고 싶었고 문득 떠오르는 기억은 시간과 함께 흑백사진처럼 퇴색되어 있었다. 글을 쓰며 서랍을 여니 내가 되뇌던 말처럼 10여 년의 삶이 쭉정이처럼 납작 쪼그라들어 있다. 따듯한 시선으로 조금 멀리 떨어져 숨결을 불어넣어주니 한 올 한 올 살아나며 알맹이들이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 나조차 외면했던 내 삶을 바라보고, 그때의 나에게 말한다.


“애썼어. 그때는 그것이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는 걸 알아.”     


나를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축은 ‘신념’이다. ‘~해야 한다’라는 ‘당위’의 신념들에 갇혔고 두려움과 불안에 발목을 잡혀 그 자리에서 맴돌았다. 원리를 알고 나면 해법은 저절로 나온다. ‘실패는 없다, 오직 배움만 있을 뿐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시작한다’. 내 안에서 대체할 신념을 찾고 행동하니 이전과는 다른 결과를 만난다. NLP를 통해 나 자신의 작동원리를 알고 다른 방식을 배우니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주도적인 삶이 가능해졌다.      


© craft_ear, 출처 Unsplash



얼마 전 조카 결혼식에서 큰 오빠를 만났다. 


“막내는 점점 멋있어지는 것 같아. 사람들은 자기를 지키려고 보호막을 치고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기도 하는데 막내는 그게 없어. 그래서 함께 이야기하면 나도 편안해져. 네 모습을 보면 정말 자유로워.”  

   

명상이라는 비상구를 통해 어두 컴컴한 지하에서 1층으로 올라왔다면, NLP라는 문을 통해 드넓은 세상으로 나왔다. 안정을 추구하고 새로운 모험을 두려워했던 나는 신념에 갇혀 항상 똑같은 문을 열고 똑같은 길만 갔었다. 그런데 NLP를 배우며 다른 문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문을 열면 어떤 세계가 펼쳐질지 몰라 두려웠고 처음에는 감히 열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두려움이 느껴질 때 그 두려움을 직면하는 용기와 의식적으로 다른 선택을 하는 힘이 기회와 새로운 경험의 세계로 안내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두려움을 성장의 원동력 삼아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모험을 즐긴다. 이 글이 바로 그 증거다.    


  

여전히 주변이 깨끗이 정돈되어야 안정감을 느끼며 일에 집중할 수 있고 기한이 다가오면 불안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아주 가끔 어떤 생각이 반복되고 가슴이 두근거릴 때도 있다. 그때 나를 토닥이며 ‘괜찮아’라고 말한다. 그리고 묻는다.


-내가 원하는 게 뭐지?

-어떻게 하면 될까?

-지금 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지?     


매일 질문과 선택을 하며 한 발 한 발 내디딘다. 그 발걸음은 ‘나를 찾고 오롯이 서서 삶의 주인으로 행복하게 살기를 희망하는 누군가’를 향하고 있다. 그와 변화 경험을 나누며 함께 걷고 성장한다. 오늘도 얼굴에 미소를 띠고 가볍게 발걸음을 옮긴다. 기쁘고 감사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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