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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Jun 29. 2024

그런 소문이 나돌고 있다

2024.6.29.


세상은 말이 많다.

사실과 진실 사이에

수많은 거짓과 속임이 부글거린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도 갚지만

말이 씨가 되어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불러오기도 한다.

돈과 명예를 잃기도 하고

자칫 안전을 위협받기도 한다.

말을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


소문은 참 빠르다.

참과 거짓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날개를 달고 사람들의 입과 귀 사이를

부지런히 들락거린다.

자리를 옮길수록

억측을 보태고 비난을 얹어

몸집은 커지는데 움직임은 더 날쌔진다.

더 매콤한 양념을 입힌 이야기는

더 날카롭게 대중을 찌르고 다닌다.

나중에 진위가 밝혀져도

상처 난 가슴은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

아, 정말 말조심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K는 설화(禍)와

어울리지 않았다.

평소 말이 없거니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았다.

서울 어느 중소기업에 다니고

미혼이며 혼자 산다는 것 외에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은 별로 없었다.

주말에도 외출이나 야외 활동이 뜸했다.

요즘은 이웃에 대한 관심과 교류가

예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그가 사는

수도권 외곽 작고 오래된 아파트 단지는

그나마 옛적의 모습을 꽤 가지고 있었다.

수년째 동장을 맡고 있는 P는

K의 바로 옆집 주민이었다.

어수룩한 복도를 따라 이어진

10여 채의 집 가운데

703호와 704호가 유난히 돋보였다.

산뜻한 도색으로 눈길을 끄는 집 옆에

금방이라도 손질이 필요한 낡은 철문 속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누군가가 웅크리고 있었다.

신규 입주가 채 마무리되기 전부터

터를 잡아 온 P는 단지 내 우뚝 선

플라타너스처럼 이곳의 터줏대감이었다.

주변 대소사를 알뜰히 잘 챙겨

인기가 많은 P에게도 K는 미스터리였다.

그가 처음 이사 올 때 인사차 들렀는데

별 소득이 없었다. 길에서 몇 번

마주쳤어도 어색한 눈인사만

겨우 스쳐갔다. 단지 재건축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시세보다 비싸게 입주한 것도

조금 의아했다. 엘리베이터를 잘

타지 않는 점도 의문이다.

중앙 복도를 가로질러 위아래로 이어진

계단에서 그를 보았다는 말이 많았다.

엘리베이터에서 그를 보았다는 말은

몇 년째 못 들었다.

P만큼은 아니지만 단지 주민들도

K에 대한 궁금증은 어느 정도 있었다.

어딜 가든 K에 대한 대화는

빠지는 적이 별로 없었다.

아무튼, K는 외부 노출이 거의 없이

그림자처럼 3년이나 여기서 살고 있었다.

오죽하면 여기는 그의 본가가 아니고

자기 집이 따로 있다는 말도 있었다.


심지어 요즘엔 그런 소문이 나돌고 있다.

뭔가 일을 꾸미는 게 아닌지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몇 달 전부터

단지 주변에서 아동 실종 사건이

두드러지게 증가했는데

K를 의심하는 말이

조금씩 떠다녔다.

층간 소음도, 벽간 소음도,

TV나 세탁기 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

7층의 어느 집에 비밀스러운

남자가 살고 있었다.


그런 소문이 나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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