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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Jul 08. 2024

12월의 어느 어두운 날

2024.7.8.


축제처럼 뜨거웠던 올해의 첫날이 까마득하고

마지막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봄꽃이 피기 전 잔잔한 눈발과 함께

찾아온 변종 바이러스는 모든 것을 삼켰다.

증상은 감기와 비슷했지만

일주일 이내 치명률이 70%에 이르는

신종 감염병은 그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

사람은 물론 반려동물과 가축에게도

널리 퍼져나갔다.

폭증하는 감염자와 사망자를 다룰 기관은

한계에 다다랐고 사회는 혼돈에 빠져들었다.

전국 의료시스템은 붕괴되었고

전 세계 경제는 마비되었다.

감염 원인이나 확산 경로, 치료제에 대한 소식은

듣기 어려웠고 각종 음모와 가짜 뉴스가

가시덤불처럼 무성했다. 무능한 정치권은

주먹구구식 대응만 남발했다.

사람들에게는 생존이 최우선 과제였다.

생필품 확보는 전쟁이었다.

약탈과 습격이 곳곳에서 발생했고

민심을 날로 흉흉해졌다.

삶의 여유와 미소는 사라진 지 오래다.


감염병의 원인은 불분명했다.

한 국제 백신연구소가 히말라야 고지대에서

발견한 고대 박테리아가 발단이란 말이 있었다.

작년 유난히 뜨거웠던 러시아의 여름이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을 녹여서 잠들어 있던

미지의 바이러스가 깨어난 거라고도 했다.

모종의 단체가 남극에서 비밀리에 합성한

생화학 무기가 실수로, 또는 의도적으로

확산되었다는 소문도 있었다.

문제는 그 어느 것도 제대로 밝혀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치료제는커녕

이유도 알지 못하는 공포가

모든 인간들을 휩쓸었다.

숨 쉬기도 두려운 세상,

사람이 모일 만한 곳에 사람이 없었다.

공포에 감염된 희망이 거리를

나뒹굴 뿐이었다.

방독면 수준의 성능을 갖춘

특수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

가격은 중요하지 않았다. 이걸 못 구한

사람들은 일반 마스크를 썼지만

효과가 떨어진다고 해서

외출을 잘하지 않았다.

그마저 없는 사람은

대부분의 활동을 포기했다.


도심지 외곽에 자리한 언덕 위 빈민촌.

여기도 예외는 없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사망자가 생겼다.

절망마저 뿌리 뽑힌 마을에는

소름 끼칠 고요가 내려앉았다.

끼니 걱정보다 더 큰 생존 문제가

조용히 들끓고 있었다.

이런 혼란의 소용돌이 속

한 아이가 태어났다.

제대로 이름도 없던 신생아,

12월의 어느 어두운 날이었다.


12월의 어느 어두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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