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친절한 James Nov 03. 2024

쓸쓸한 밤거리를 걸으며

2024.11.5.


찬바람이 뺨에 녹아내렸다.

눈이 내릴 듯 흐렸지만

그럴 기미는 없던 저녁,

노을은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해가 짧아지는 계절이라지만

오늘은 유난히 더 그랬다.

사람들의 발길은 입김보다 더 빨리 사라졌다.


K는 고요한 암흑길 위에 발걸음을 풀어헤쳤다.

인기척 없는 길은 K를 반기는 듯했지만

발길의 주인은 그렇지 않은 듯했다.

쓸쓸한 밤거리 위의 유일한 사람은

캄캄한 외로움을 가르며 어디론가 향했다.


번화가는 멀었다.

밤이 깊어갈수록

생명을 더하는 반짝이는 소란스러움.

그러고 보니 저녁때가 다 된 것 같은데.

K는 식당을 갈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아직 저 너머 길가로 가고 싶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 저쪽으로 갈

그 어떤 계기가 약했다고 할까.

용기라고 할 만큼 대단치는 않고

의지라고 하기엔 멋쩍은 무언가가

좀 부족했던 것 같다.


K는 가로등이 드문 골목길로 파고들었다.

차가 다니기 힘든 좁은 길,

낮은 주택들의 이마와 등짝이 맞닿아

고단한 한숨을 토해내는 어귀에 들어섰다.

새로운 듯 낯선 길,

어렸을 때 잠깐 살았던 그곳과

비슷하게 생겼네. 3년도 잠깐이라면 잠깐이지.

K는 골목길 걷기를 좋아했다.

위험한 차가 없어 좋았고

큰길이 주는 위압감이 없어 좋았고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아서 좋았다.

양 옆의 길과 담이 자신을 안아주는 기분,

토닥이고 쓰다듬으며 감싸주는 느낌,

그런 마음이었다. K는

아, 언제 그런 표현을 받아봤을까.

까마득했다.

순간 가슴에 핀을 찌른 듯

아팠다. 심장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새어 나와

내장을 가득 채우는 듯했다.

가슴뼈가 시리도록 따가웠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사랑이

떠난 지 한 달이 지났다.

온갖 생각과 감정이 용솟음치며

K를 휘감았다.

소나기가 쏟아지는 걸까.

K는 맞은편 나무대문 주택의

작은 처마 밑으로 몸을 피했다.

비는 오지 않았다.

K는 눈앞이 번지며 주저앉았다.

말없는 밤공기가 함께 흐느꼈다.


쓸쓸한 밤거리를 걸으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