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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Nov 06. 2024

손님들이 도착하기 전에

2024.11.6.


"자, 모두 수고 많았어.

  오늘도 정신없었지만 잘 지나갔네.

  정리 마무리하고 쉬도록 하자."


지배인의 낭랑한 목소리가 홀을 채웠다.

매일 거의 똑같은 문장이지만

나름 위로의 기능이 있지.

일종의 만트라 같아.

C는 손님들이 떠난 테이블을 치우며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이곳은 신도시 S의 번화가

더블 스트리트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교통과 일자리, 편의 시설은 물론

풍부한 녹지와 공원을 갖춘 이곳에

몇 군데의 주요 상권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여기는 더블 역세권에

편리한 쇼핑 환경을 갖추어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C가 일하는

'레스토랑 더 이태리'는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식당이다.

신선한 재료로 만든 담백한 풍미와

합리적 가격, 편안하면서도 이색적인

실내 장식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장은 S시에 오기 전

옆 도시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했다.

C는 이때부터 일했는데

차분하면서도 영민한 태도를 인정받아

레스토랑 확장 이전 때 함께 왔다.


이제 정신없는 시간이 지나고

3시부터 5시까지 숨 돌릴 틈이 났다.

직원들은 휴게실에서, 테이블 의자에서,

밖에서 각자의 휴식을 즐겼다.

C는 늘 그렇듯 식당을 한 바퀴 둘러보며

부족한 건 없는지 살펴본 다음

제일 좋아하는 창가 옆 구석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앞주머니에서 수첩과 펜을 꺼내

무언가를 써 내려갔다. 내용은 다양했다.

식재료나 메뉴 구성, 매장 운영 등에 대해

느낀 점과 개선점을 쓰기도 했고

앞으로 운영하고 싶은 공간을

구상해 보기도 했다.

시상이 떠오를 땐 시를 쓰기도 하고

힘들 땐 낙서나 그림도 그렸다.

그런 작은 공책이 벌써 7권이나 쌓였다.


"자, 이제 슬슬 저녁 타임 준비해 볼까."

벌써 두 시간이 지났나.

C는 백지가 얼마 남지 않은 수첩을

주머니에 넣으며 중얼거렸다.

나만의 시간에 몰입할 때에는

시간이 참 빨리 간단 말이야.

그렇지만 힘들지는 않지.

C는 손을 씻고 심호흡을 했다.

다시 시작하는 자신만의 루틴,

이제 힘을 내보자. 파이팅!


손님들이 도착하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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