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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Dec 13. 2023

당신이 태어나던 시각에

2023.12.13.


내 생애 최초의 기억은 무엇일까. 

기억이란 예전의 경험이나 감정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내는 일이다.

신생아 때의 기억은 물론 없다. 

4살 즈음일까. 부모님과 산책하던 인상이 흐릿한데

아마도 이게 인생 첫 추억이 아닐까 싶다. 

글을 쓰며 새벽 물안개를 닮은 작고 여린 회상에 잠겼다. 


올해 가을 아기가 태어났다. 

그토록 바란 소중한 새 생명은 건강하게 세상에 나왔다. 

나중에 만날 세 명의 아기 천사들이 

모태의 동생을 잘 돌봐 준 덕일까. 

첫 만남은 얼떨떨했다. 

태지 덮인 얼굴로 포대기에 싸인 채 

이동식 투명 케이스에 담겨 분만실을 나오는 아기. 

대기하던 남자들 중 첫 번째로 아기를 만났다. 

그게 뭐라고 떨리면서 우쭐했다. 

이 순간을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사진으로만 보던 너를 직접 마주한다는 것, 

막내아들이자 동생이고 삼촌이었던 내가

'아빠'라는 삶을 새롭게 시작하도록 이끄는

너의 작은 손과 발이 눈꽃처럼 눈부시구나. 

아내와 병원에서 5일을 함께 하고 

산후조리원은 주말마다 다녀왔다. 

아기를 품고 집으로 돌아오는 첫날, 

거실로 쏟아지는 오전의 햇살이 너를 반겨주었단다. 


육아는 결코 쉽지 않았다. 

눈코 뜰 사이 없이 몸을 움직여야 했다. 

감정의 혼돈과 인내의 동요가 일상을 마구 뒤흔들었다. 

부모가 된다는 게 정말 쉽지 않구나, 사무치게 깨달았다. 


어느 고요한 새벽녘이었다. 

구슬피 울던 아기를 겨우 재우고 돌아서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유체 이탈하듯 과거를 그려 보았다. 

내가 태어남을 내가 곁에서 바라보고 있다. 

나, 바로 당신이 태어나던 시각에

당신의 부모와 가족은 기쁨이 넘쳤을 것이다. 

지금의 내가 그랬듯이. 

그래, 처음부터 어른으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지. 

누구나 신생아 시절이 있었고 

누군가의 손길과 관심을 받으며 

먹고 자고 싸며 커 온 거야. 

나와 배우자, 가족, 그리고 모든 이의 지금을 있게 한

누군가의 시간과 노력이 없었더라면 

우리의 현재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은 닿을 수 없는 온기로

멀어져 간 사람들이 떠오르며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립고 감사했다. 아, 그랬다. 

아기처럼 터져 나오는 울음을 겨우 달랬다. 

그렇게 아기는 어른이 되어갔다. 

당신이 태어나던 그때 그날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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