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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Nov 19. 2024

당신은 호텔 객실에 있다

2024.11.19.


눈을 떴다.

아직은 삼엄한 어둠 속을 헤매는                    

눈동자의 떨림이 가시지 않은 때,

암막 커튼 아래로 얇디얇은 금빛

한 오라기가 기어 다니고 있었다.

손목에 매달려 있는 스마트워치를

간질이니 뿌연 푸름을 토해냈다.

아, 이제 일어날 시간이군.

J는 옆으로 누워 몸을 웅크리고

팔과 다리로 매트리스를

밀어냈다. 조심해야지.

아직 요통이 가시지 않았으니까.

J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이불을 걷어 냈다.

서늘한 건조함이 몸을 감쌌다.

얼른 협탁에 널어 둔 카디건을

어깨에 걸쳤다. 조금 묵직한

차가움이 몸에 내려앉았다가

이내 포근한 감촉이 쏟아졌다.

J는 무거운 발길을 끌고 창가로 가서

커튼을 열어젖히고 창문을 열었다.

으앗, 인상 쓰는 얼굴 위로

갓 구운 햇살이 쏟아졌다.

J는 잠깐 눈을 감고

태양의 온기를 느꼈다.

이렇게 여유 있는 아침이

얼마만이었던가.

일상을 벗어난 호캉스,

자주는 아니어도 할 때는 좋아.

살림살이를 잠시 잊을 수 있지.


J는 창틀에 앉았다.

소파와는 또 다른 즐거움,

가볍게 앉아 밖을 내다보며

차 한 잔 곁들여 쉴 수 있는 공간,

방바닥에서 한 계단 올라온

이 작디작은 창틀방이

참 아늑한 것 같아.

나중에 집을 지으면

이건 꼭 만들어야지.

어, 무슨 소리가 들린다.

익숙한 울림, 두 팔 벌린 반가움.

하늘로 오르내리는 형형색색 비행기가

수시로 으르렁거리며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

그렇다, 여기는 공항과 아주 가까운

호텔이다. 시티뷰도 나쁘지 않아.

3시에 딱 맞춰서 체크인하니까

아직 정비된 방이 없다고

룸 업그레이드도 받고

넓은 공간을 썼지.

거의 쓰지 않았지만

기분은 더 좋았으니까.

대출 금리가 내려갔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고 할까.


J는 화장실로 향했다.

늘 그랬듯 가글을 하고

세수를 했다. 상쾌하다.

미지근한 물을 한 모금 마시고

기지개를 켰다. 이제 좀 잠이 깬다.

어제 예약한 조식 시간이 다 되었네.

늦지 않게 가야지. J는 옷을 갈아입었다.

객실 카드도 챙겼고, 이제 나가볼까.

밥을 먹고 산책길을 좀 걸어야겠다.

지금, 당신은 호텔 객실에 있다.


당신은 호텔 객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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