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6.
시간, 시간이란 뭘까.
바쁜 일상 한가운데에서 잠깐 틈이 났다.
심호흡을 했다.
어지러운 생각을 잠시 멈추고
눈을 감았다 떠 본다.
내가 살아있구나.
우리가 무엇을 하든
심장은 뛰고 있고
숨을 쉬고 있고
눈도 깜빡이고 있었다.
미처 신경 쓰지 못해도
무언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생명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삶 속에서 겪고 느끼고 담아내는 모든 것,
생겨나고 머물고 사라지는 일련의 과정은
시간이라는 흐름 속에 존재한다.
이 글을 읽듯 우리가 무언가를 본다는 건
물체에 반사된 빛이 눈에 닿고
그 정보를 뇌가 해석해서
이미지로 만드는 과정이다.
빛의 속도도, 신경전달속도도
무한대가 아니기에
아주 짧더라도 시간이 걸린다.
시간이 없다면 생물과 무생물의
모든 활동도 없지 않을까.
모든 감각과 생각, 행동이 멈춰
다음으로 이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간의 흐름은
보통 시계를 보고, 또는
해와 달이 뜨고 지는 모습으로 안다.
흔히 아침이 오면
하루를 시작한다고 느낀다.
그럼 해는 언제까지 떠오를까.
태양은 앞으로도 수십 억년은
더 빛날 수 있다고 한다.
아, 그런데 약 10억 년 뒤에는
태양이 너무너무 밝아져서
지구의 바닷물이 모두
증발해 버릴 정도가 된다고 한다.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열탕지옥이라니.
모두가 떠난다면 우리도 떠나야겠지.
100여 년 남짓 사는 인간에게는
머나먼 미래지만 언젠가는 닥칠,
시간의 흐름 속 예정된 사건이다.
우주적 걱정은 접어두고
시간의 흐름 속에 있을
인생의 전성기는 언제일까.
'카덴차(cadenza)'라는 말이 있다.
협주곡의 악장이 끝나기 전
기교 가득 화려한 독주자 또는
독창자의 특별 무대를 뜻한다.
지금쯤 작심삼일로 흐느적거리는
연말연시 계획을 다시금 붙들어
삶의 카덴차가 불꽃을 피워내며
타오르는 기분, 삶의 언저리에서
언젠가 반드시 느낄 카타르시스를
오롯이 체험하는 순간을
꼭 맞이하면 좋겠다.
시간을 알차게 잘 쓰는 건 중요하다.
그런데 시간의 흐름을 붙잡으려고 하면
더 달아나 버리는 것 같다.
때로는 불안하기도 하다.
너무 돌아가는 것 같아도,
나만 뒤처지는 것 같아도,
때로는 그저 시간의 파고 위에
몸을 드리우고 자연스러운 리듬에
마음을 맡겨본다.
당장 앞이 보이지 않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걱정은 내려놓아 본다.
때로는 열쇠꾸러미의 마지막 열쇠가
굳게 잠긴 자물쇠를 열 수도 있으니까.
그저 결이 고운 마음을
그대와 함께 나눠 덮으며
세상의 한기를 이겨내고
소박한 행복을 찾아내기를.
언젠가 우리 사이를 잇는 시간이 다해
서로의 모습을 더 이상 마주할 수 없을지라도
좋은 감정이 담긴 추억을 가슴 가득 간직하고
기쁨과 감사가 가득한 인사를 나눌 수 있기를.
시간에 흐름에 담긴 의식의 흐름에 따라
주저리주저리 글을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