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7.
"오늘 저녁은 외식할까?"
"좋아,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맛집을 찾아본다.
가고 싶었던 곳이 있으면 간다.
맛있을 것 같은 곳도 방문한다.
추천받은 곳도 들러 본다.
오늘은 외식하는 날이다.
외식(外食), 집에서 직접 해 먹지
아니하고 밖에서 음식을 사 먹음,
또는 그런 식사를 일컫는 말이다.
외식이라는 단어에 대응해서
내식(內食)이란 표현도 있을 법한데
그보다는 집밥이라는 정겨운 낱말이 있다.
집밥이라. 집에서 먹는 밥,
손수 만든 음식으로 한상 차린 밥,
경제논리에 좌우되지 않고
정성과 사랑이 담긴 밥.
이름만으로도 푸근하다.
그런데 요즘 하루 세끼를
일 년 내내 집밥만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쩌면 바쁘디 바쁜 현대인들에게
차츰 외식이란 여유로운 선택에서
필수적인 요인이 되어가는 듯하다.
외식을 얼마나 할까.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직업이나 생활 습관 등
여러 요인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하루에 3끼를 먹는다고 하면
일주일에는 3*7=21끼를 먹는다.
그중 못해도 3~4번은 외식인 듯하다.
직장 구내식당에서 먹는 것도
외식으로 치면 더 많아질 테다.
이런 생각도 해봤다.
가정과 심리적 친밀감으로 따져서
집밥을 1.0, 외식을 2.0으로 표기한다면
배달음식은 1.8 정도 되지 않을까.
도시락은 1.3 정도일 것 같은데
집에서 직접 싼 도시락은 그렇고
밖에서 사 먹는 건 1.7 즈음될 것 같다.
대학생 겨울방학 때
2달간 호주에서 홈스테이를 했는데
그때 학교 가면서 준비했던 도시락은
1.4 가량이었던 것 같다.
음식은 기억을 품는다.
그날의 풍경과 향기, 질감을 담아
추억 속에서 생생한 감각을 피워낸다.
외식은 대개 어떤 약속이나 일정과
맞물려 그런 의미를 더할 수 있는
여지를 품는 것 같다.
소중한 친구들과의 저녁 약속,
소개팅에서 먹은 식당 메뉴,
소소한 맛집에서 맛본 인생 음식까지.
어릴 적 <요리왕 비룡>이란
애니메이션을 즐겨봤다.
주인공들은 각지를 떠돌며
환상적인 요리대결을 펼쳤는데
조리에 담긴 열정과 정성, 창의성이
반짝거리며 호기심을 자극했다.
나중에 저기 나오는 요리를
한 번씩 먹어보면 좋겠다 싶을 만큼,
그럼 이렇게 체험하는 것도
외식의 일종이지 않을까.
내가 직접 준비하기는
쉽지 않을 테니.
어머니가 아프시기 전
아버지와 함께 시내 중국집에서
외식을 한 기억이 떠올랐다.
누룽지탕과 해물 백짬뽕이었지.
맛있게 드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과 영상을
찾아보았다. 그날의 시간이 살아났다.
어머니의 마지막 숨결이
이 세상에서 바람으로 흩어지고
얼마 뒤 그곳도 문을 닫았다.
그 뒤로 다른 식당에서
같은 식사를 해도
그날의 맛이 나지 않았다.
주방장이 달라서일까.
재료가 달라서일까.
맘이 달라서일까.
외식, 앞으로도 우리는
다양한 외식을 할 것이다.
또 어떤 즐거움과 회상을 줄까.
다양한 요리 종류만큼이나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소중한 사람과의 맛난 외식이
고단한 삶에 작은 기쁨이 되어
당신의 가슴을 채울 수 있기를
찬찬히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