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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터 Nov 19. 2023

인생에서 한 번쯤, 혼자 해외여행

친구가 떠나고 혼자 남은 대만여행

3박 4일간 친구와 함께하는 타이베이 여행이 끝나고, 이른 새벽 친구가 캐리어를 챙겨 한국으로 돌아갔다. 혼자 남은 호텔 안에서 잠시 꿈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 상태로 누워있었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 걱정했던 생각들이 스멀스멀 떠올랐다. 누군가 함께하는 해외여행은 처음인지라 여러 걱정이 있었다. 혹시 싸우게 될까, 혹은 여행 스타일이 잘 맞지 않으면 어떻게 하지 같은 일반적인 걱정들이 아니었다. 혼자 여행하는 것이 너무나 익숙하던 내가 함께하는 즐거움을 알아버리곤 더 이상 혼자만의 여행이 즐겁지 않게 될까 봐 두려웠다. 홀로 여행을 훌쩍 떠날 때면 주변에서 이렇게 물었다.


“혼자 여행하면 외롭지 않아?”


그럴 때면 전혀 생각해 본 적도 없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혼자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사색하고 걷고 만약에 사람이 그리우면 여행 가서 새 친구를 사귀면 되지.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그 대답에 스스로 물음이 생겼다. 혹시 누군가와의 여행을 가본 적이 없어서 괜찮았던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타이중에서 혼자 갔던 카페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은 혼자 하는 여행보다 더 즐거울 일이 많았다. 혼자였으면 절대 보지 않았을 길목에 있는 그림, 조형물 따위를 마주하기도 했고 그냥 스쳐 지나갈 일도 친구와 함께하니 숨을 못 쉴 정도로 웃을 수 있는 사건이 되었다. 그러니 아침 일찍 준비하며 웃음소리로 가득 차야 할 호텔에 적막이 맴도니 친구와 같이 한국으로 돌아갈걸 그랬나 잠시 후회가 되었다. 혼자서 보낼 3일의 시간이 외로울지 걱정하며 퇴실 시간에 맞춰 호텔을 나왔다.


감정에서 벗어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장소를 옮기는 것이었다. 외로움이 더 깊어지기 전에 타이베이를 떠나 타이중으로 가기로 했다. 메인 역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기차역으로 갔다. 표를 예약하지 않았지만, 평일이라서 그렇기 어려움 없이 표를 예매할 수 있었다. 타이중으로 가는 시간 동안 원래라면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수다를 떨었겠지만, 그 빈 곳을 음악으로 대신 채웠다. 타이중에 도착해 며칠 뒤 타오위안 공항으로 돌아가는 버스표를 예매하고 숙소로 향했다.


타이중 공원의 사람들


경비를 절약하려고 예약한 호스텔은 생각보다 더 삭막한 모습이었다. 도미토리 룸에는 창문이 없어서 밤과 낮이 구분되지 않았고, 잠자는 시간 이외에는 에어컨을 트는 것도 금지되어 있었다. 답답한 호스텔의 공기에 짐만 두고 거리로 나갔다. 걷다 보니 타이중 공공원에 다다랐다. 푸릇푸릇한 잔디밭, 중앙에 있는 호수엔 작은 배들이 떠 있고 곳곳에 있는 벤치엔 노인과 어린아이들이 앉아있었다. 하루의 끝이 아쉽다는 듯 선명한 주황색 햇빛이 마지막 힘을 다해 쏟아져 내렸다. 그 모습이 너무나 평화로워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잔디를 더 가까이 찍으려 바닥에 엎드리기도 하고 나무를 걸쳐 저 너머의 건물을 찍기도 하고 더 좋은 장면을 남기기 위해 이리저리 움직였다. 그러자 친구와 나누던 공간의 빈자리를 대신 채우고 있던 음악 소리가 아득하게 멀어지고 온 신경이 카메라 뷰파인더에 집중되었다. 그렇게 땀으로 온몸이 젖어가는 줄도 모르고 한 시간 넘게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그러자 옅은 외로움이 걷히고 잊고 있던 즐거움이 피어올랐다.


타이중 공원


이후에 친구는 본인 없이 하는 혼자 여행이 어땠냐고 물었다. 그에 나는 둘이 함께 하는 것도 너무나 즐겁지만, 여행보단 해외에서 같이 노는 느낌이 든다고 하지만 혼자 있으면 올곧이 여행하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혼자든 함께든 여행은 언제나 기분 좋은 것임을 다만 다른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것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 또 나만의 시선으로 새로운 세상을 담아내는 게 내가 여행하는 가장 큰 기쁨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 앞으로 누구와의 여행도 혼자 하는 여행도 모두 기꺼이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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