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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g. 루나 ‘사랑이었다’

<고작 다섯 글자>

by 임지민 Mar 1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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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주는 힘은 굉장하다. 핫한 광고글을 보면 몇 자 안 되는 문구에 갑작스러운 구매욕이 화끈하게 올라간다. 릴스나 숏츠 첫 화면에 뜨는 자극적인 글귀에도 우리는 쉽게 클릭하게 되고 어느덧 알고리즘의 노예가 되어있다. 이렇게 눈으로 마주하는 첫 글자의 존재감, 영향력은 그다음을 궁금하게 만들고 더 나아가 나의 일상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노래와의 첫 만남에서 우리가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제목’ 이다. 그리고 그를 뒷받침해 주는 ‘앨범 사진‘ 이다. 작곡가가 어떠한 순서로 썼는지 알 순 없지만 노래의 내용을 대표하는 제목과 그림으로 대신하는 앨범 사진은 어느 정도 그 곡을 예상할 수 있게 이야기뿐만 아니라 감정까지 담아내기도 한다.


‘사랑이었다’



가사를 뽑아 읽어보지 않고도 고작 다섯 글자에서 이입이 끝나는 경험은 매우 신선했다. 그때는 몰랐던 것, 지나간 이후 뒤돌아보니 깨달은 순간에 대한 여운,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사랑이었지만 그 또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주인공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다른 사람의 노래를 부르기 위한 작업에서 보통은 작곡가가 이야기하는 메세지를 그대로 표현하거나 또는 재해석해서 부른다. 이 두 가지의 경우, 정해진 원칙은 아니지만 원곡이 가진 메세지와 크게 어긋나거나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도록 적절한 선을 잘 유지하며 변화를 시도한다. 그리고 곡을 해석하기 위해 처음 마주하는 것은 바로 제목이다. 지금까지 특이한 제목, 생소한 제목, 시적인 제목 등 다양한 곡들을 만났지만 처음부터 제목에서 여운을 남기는 곡은 이 노래가 처음이었다. 가사의 내용을 알지 않아도 말이다. 다섯 글자 안에 담긴 깊은 여운에 나는 제목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이제 분석을 위한 마음의 준비만 마쳤을 뿐인데 시작부터 마음의 울림이 느껴졌다.


뒤 이어 ‘어떤 사랑을 한 걸까?’ 라는 궁금증이 올라왔고 바로 앨범 사진을 클릭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멀리서 보면 연인이 쇼파에 함께 누워있는 장면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둘은 서로를 바라보고 있지 않고, 같은 곳을 향해 있지 않다. 서로의 등을 지고 반대로 누워 있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주고받는 대화 따위 느껴지지 않고 대립이 있어 보이기도 하다. 분명 잘 지내고 있는 관계라 해도 저 순간은 무척이나 괴롭지 않을까 싶다.


나는 좀 더 나아가 자연스럽게 떠올려 보았다. 내가 가장 괴로웠던 인간관계. 또는 사건들을.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랑을 한다. 온전한 사람은 없듯이 사랑 또한 온전한 관계는 없다. 서로 간의 끝없는 노력과 배려가 둘의 사이를 결정한다. 나는 지난 과거, 실제로 연인만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나’ 조차도 잃어버린 연애를 했었다. 안타깝게도 그 시절을 떠올리면 그리 좋은 기억은 없다. 하지만 ‘사랑이었다’ 라는 해소된 감정을 가지고 노래에 쉽게 이입할 수 있었던 이유는 힘들었던 시간 이후 다시 ‘나’를 찾아가고 사람을 바라보는 ‘기준’이라는 것이 생겼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가사를 봤다.


시간 지나면 다 없었던 일

잠시 미쳤다 생각했는데

사랑이었다 사랑이었다

이제 와 보니 사랑한 거였다

나답지 않던 말과 행동이

멋대로 굴고 있는 심장이

사랑이었다 사랑이었다


연인뿐만 아니라 우리는 여러 사람들과 다양한 형태로 사랑을 한다. 일과 사랑을 할 수도 있다. 함께 해온 시간 안에서 얽히고 얽히며 경험하고 후회하고 다짐했던 순간들이 있었다면, 지금의 시점에서 그때의 나를 다시 한번 이해해 주고 후련하게 보내주자. 그 또한 ‘사랑이었다’ 라며.


우리는 노래를 부르는 순간 가사의 내용을 인지하며 부르는 것은 쉽지 않다. 스토리를 가지고 있거나 가사에서 직접적인 감정을 말하고 있는 단어들이 계속 나온다면 모를까. 모든 노래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듣는 사람도 빠르게 흘러가는 가사 내용을 다 기억하며 들을 수 없다. 가사를 이미 알고 있거나 자신에게 영향력 있는 노래가 아닌 이상 말이다.


‘사랑이었다’ 는 제목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크게 깨달은 곡이기도 하다. 직업병처럼 곡을 분석하는 습관이 불필요하게 느껴졌고 깊이 있는 해석도 딱히 필요하지 않았다. 제목이 담고 있는 감정을 고스란히 느끼며 듣고 불렀다. 그리고 떠오르는 옛 순간들을 자연스럽게 꺼내보고 추억해 보았다. 어찌 보면 노래를 온전하게 느끼는 방법은 이게 정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가사를 통해 내용을 이해하려는 노력 말고 몇 글자 되지 않는 제목만 보고도 바로 귀로 들어오는 음악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감정 안에서 나를 이해하는 것 말이다.



루나 ‘사랑이었다‘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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