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과 vs 국문과
가까운 길을 멀리 돌아간 이유
어문학부에서 1년을 마칠 때쯤, 전공 선택을 할 시기가 다가왔다.
어문학부에는 영문과 국문과 등 네다섯 가지 학과가 있었고, 지원 경쟁률이 높으면 학점 순으로 선발했다.
그리고 학점이 높은 학생들은 주로 영어영문학과를 가는 편이었다. 아무래도 취업이 잘 되고 다양한 분야의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문과 다음으로 선호도가 높은 과는 국문과였다.
10여 년 전에도 취업 잘 되는 과가 최고였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모셔오기 위해 교수님이나 선배들이 1년 동안 공을 들였다.
나는 영문과를 갈지 국문과를 갈지 고민을 참 많이도 했었다. 주변 친구들에게도 물어보고, 가족들에게도 물어보고..
그렇지만 결국 선택은 온전히 내 몫이여만 했다.
나는 연습장을 펼쳐놓고 각 과의 장단점과 졸업 후의 진로 등을 써가며 나름 냉철하고 객관적으로 분석해 가며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고심했었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비로소 ‘본전’ 생각이 났던 것으로 기억된다.
4.2점이 훌쩍 넘는 내 소중한 학점으로도 충분히 가고도 남을 1등 학과(?) 영어영문학과를 포기한다는 것이 좀 아깝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오랜 고민 끝에 영어영문학과에 전공 체크를 해서 냈고, 70명 중에서 4% 학생에게만 주어지는 교직이수자의 타이틀도 거머쥐게 되었다.
그렇지만 2학년이 시작되자마자 나는 마치 꿈에서 깬 듯, 내가 어마어마한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은데....?!!!
학창 시절 나는 국어 선생님들의 수업을 특히 좋아했고,
문학에 담긴 인생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스스로를 반성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며 성숙해져 갔다고 생각한다.
나의 꿈은 애초부터 국어 교사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 ‘본전’ 생각 때문에 '본질'을 놓쳐버린 게 아닌가.
나는 정신이 나간 것처럼 학과 선택을 영어영문학으로 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가장 근본과 핵심을 지나쳐서 나는 왜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던 것일까.
나는 왜 그토록 많은 고민을 했을까.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너무 쉬운 답이 정해져 있었던 것이었는데 나는 난제 끝에 악수를 두고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