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여름학기에 드디어 나는 졸업을 했다. 5학년 1학기 수료생으로 졸업생이 되었다.
영어영문학과와 국어국문학과 두 개의 논문을 써서 통과했고, 교육실습을 포함하여 교직필수 과목도 모두 다 이수했다.
나는 두 개의 학사 학위를 받았고, 두 개의 "교원 자격증"도 취득했다.
자격증을 땄다고 바로 국공립중등학교 정교사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2급 정교사 자격증으로 사립학교 정교사나 공립학교 기간제 교사가 될 수 있는 신분(?)을 갖춘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만족스러웠다.
졸업 후에 그다음 절차는 바로 고시공부.
5년 전, 입학 당시 내 계획대로 졸업과 동시에 나는 고시 공부에 들어갔다.
대학생 때 임용 준비를 미리 하면 좋았겠지만, 사실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는 것도 나에게는 버거웠다.
학점뿐만 아니라 나는 장학금을 받고 싶다는 욕심도 있어서 전액이나 반액, 하다못해 30%라도 받으려고 4학년까지 학점관리에 애를 많이 썼다.
장학생으로 선발되면 일단 부모님께서 기뻐하시는 모습이 좋았고, 혹시라도 임용고시에서 끝까지 고배를 마시게 되면, 일반 기업에 취업해야 될 때를 대비해서 학점관리도 완벽하게 해놓고 싶었기 때문에 학점 관리도 나의 플랜 B의 일환이었다.
외톨이 비사범대, 더욱이 복수전공자였기에 같이 공부를 할 친구도, 교직의 꿈을 품고 있는 친구도, 주변에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졸업을 하면 어떤 코스로 임용을 준비하는지 그 카페를 보다 보면 대충 답이 나왔다.
시험을 처음 치르는 초수생은 경험 삼아 노량진 고시학원 직강을 듣는 것을 추천하는 글이 많았다. 어떤 분위기인지 상황 파악을 일단 하라는 뜻인 것 같았다.
임용고사를 여러 번 치른 장수생의 경우에는 강의 내용이 빠삭했기 때문에 굳이 직강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학원에 오고 가는 시간을 아껴 공부하는데 쓰라는 게 핵심이었다. 그리고 장수생은 생활비도 벌어야 했기에 파트타임으로 학원 강사나 과외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 당시 나의 친구이자, 가르침을 준 카페는 "참사랑 국어"였다. 지금은 그 명성이 예전만 못한 것으로 안다. 어쩌면 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임용 합격이 되고 나서 서서히 그 카페와 멀어진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임용국어 준비생들의 성지, "참사랑 국어"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락날락하면서 공부 방법과 유명한 강사, 심지어 노량진의 밥집 정보까지 틈틈이 내면화시켰다.
또한 2002년인가에 임용 국어로 합격한 사촌언니의 추천에 따라 희소고시학원 유광재 선생님 수업을 직강으로 들었다. 집에서 노량진까지는 넉넉잡아 1시간 정도가 걸렸다.
매일 수업을 듣는 것은 힘이 들어서 주 1회 온종일 하는 특강으로 등록했었다. 전공국어는 '교과교육론', '문법', '문학' 세 파트로 크게 나뉘었다.
첫 수업, 강의실 맨 뒤에 있던 학생이 거의 손바닥만 하게 보일 정도로, 그렇게 큰 교실에 수험생이 많은 것을 처음 보았다.
문제는 선생님 수업을 듣는데 모든 게 새로웠다는 점이다. 명색이 국어를 전공한 내가, 모든 게 낯설게 느껴지다니.. 여태 대학에서 뭐 한 것인지 허무함이 밀려왔다.
이것은 아마도 원론과 실제에서 오는 괴리감이 아니었나 싶다. 어쨌든, 나도 졸업과 동시에 백수... 아니, 노량진 고시학원에서 공부하는 고시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