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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빛고은 Aug 12. 2024

스터디 찾아 삼만리

비사범대생이 동료 만드는 방법

임고 재수생활이 시작되었다.

모든 수험생이 간절히 염원하겠지만, 나 역시 이번에는  합격하고 싶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기에 나는 합격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이 상태에서 합격을 해도 큰일 날 일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학원강사가 엮어낸 책만 고작  번 정도 훑어본 상태였고, 전문적 지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모르는 것 투성이라 학교에 가서 누구를 가르칠 단계가 전혀 아니었다.


더 큰 문제는 내가 방향성을 못 잡고 있다는 것. 본질이 무엇인지 꿰뚫지 못하고 그저 겉돈다고 해야 되나.. 

아무튼 제대로 시작해보려고 하니 부족하고 막막한 게 한둘이 아니었다.


하루 종일 강의만 듣고, 혼자 그것을 복습하는 수준으로는 임용고시 합격은 택도 없었다.

노량진에서 주변을 관찰해 보면

선후배, 친구들끼리 서로 쉬는 시간에 전공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고, 질의응답도 하는 모습이 부러웠다.

안타깝게도 나는 부모 잃은 고아처럼, 동지 없는 비사범대 출신이었기 때문에 늘 혼자였다.


그래서  일단 '인적 자원'확보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임고생들 주변을 맴도는 것은 이제 그만! 나도 그들 곁으로 다가가 뭔가 제대로 공부 시늉이라도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래서 먼저 아는 사람 만들기에 돌입했다.

그때 당시 국어임용고시생들의 성지, 인터넷 카페 ‘참사랑국어’에서 스터디 모집란을 열심히 보았다.


많은 임고생만큼이나 스터디 모집글도 정말 많았다. 하지만 보통 초수생은 반기지 않았다. 나처럼 뭘 모르는 사람은 스터디에 도움이 안 되는 건 당연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내가 들어갈 수 있는 스터디를 찾고, 또 찾았다.


드디어 발견.

'초수생 제외'라는 문구 없이 주 1회 토요일 오전부터 남산 도서관에서 스터디를 하고 주중에는 각자 맡은 파트를 정리해서 스터디 당일에 팀원들에게 알려주자는 내용의 게시글.


나같이 병아리 임고생이 도전해 볼 수 있을 정도로 스터디 진입 문턱이 낮아 보였다. 그래서 스터디 모집장에게 정성 들여 메일을 썼다. 

잘 알지는 못하지만 열심히 하겠다는 열정이 전달되도록,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임하겠다고.


일전에도 나는 스터디에 지원해서 이미 여러 번 고배를 마셨던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도 내심 떨어질까봐 초조해하며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행히도 합격 통지 글을 받았다.


"너 나랑 놀래?"라는 말에 "그래 같이 놀자"라고 답을 들을 것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나에게도 ‘임고 동지’가 생긴 것이다. 국어 전공 지식과 고민을 누군가와 같이 나눌 기회가 생겼다는 것에 나는 참 감사했다.

첫 단추를 제대로 끼운 느낌이었다. 비사범대지만 이제 나도 동료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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