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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빛고은 Aug 26. 2024

목적지에 도착

2009년 임용 예정자가 되다.

드디어 합격자 발표하는 날.


경기도 교육청 홈페이지에 합격자 발표를 10시에 한다고 예정되어 있었지만, 10시가 가까워질수록 시간은 더욱 느리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


나는 새벽에 깨서 시뮬레이션을 해 보았다.

10시가 되어서 공고문을 열어 본다.

내 이름이 없다.

어떤 표정을 선택할까.

울까, 웃을까, 화를 낼까.

방에서 나가 엄마를 보고 무슨 말부터 꺼낼까.

미안하다고 할까? 울면서 말할까, 웃으면서 말할까.

어떤 표정을 지어야 엄마가 덜 속상해하실까.


최악의 상황에 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끝에,

집을 나가는 게 좋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9시가 조금 지나자마자 가방을 챙겼다.


"엄마 나 도서관 가서 확인해 보려고."

"왜, 집에서 하지. 떨어졌을까 봐 그래?"

"아니 그냥 집에 있기가 좀 그래서. 가서 연락할게!"


집에 있으라고 만류하는 엄마 아빠를 뒤로 한 채 대문을 막 열고 나가려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3차 준비를 같이 했던 스터디 언니였다.

직감적으로 나는 알았다.

드디어 발표가 구나!!


"여보세요?"

"지금 글 올라왔어. 너 붙었어!!! 봤어?"

"진짜요? 언니는요?"

"나도 됐어."


뒤에 축하 인사를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전화를 끊고 곧장 뒤를 돌아 집으로 들어갔다.


"엄마 나 붙었대!!!"


현관문에서부터 아빠가 있는 곳까지 한 걸음에 달려갔다. 아빠가 두 팔을 벌리고 나를 안아주셨다. 우리는 얼싸안고 두세 바퀴를 돌았다. 

그리고 그때 아빠의 눈물을 아주 오랜만에 본 것 같다.


전공을 잘못 택했던 순간부터 합격하는 순간까지. 모든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정말 어렵게 얻은 나의 꿈.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나를 일으켜 세워준 것은 바로 우리 가족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긴 시간 동안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불과 몇 분 사이로 세상은 달라져 있었다.

나는 선생님이 되어 있었고

사랑에 빠지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세상이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오늘은 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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