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responsibility in Sport (2)
대학생 때 독일로 교환학생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일이네요. 독일에서 외국인으로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독일로서는 너무도 부끄러운 역사인 '홀로코스트(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독일이 유대인, 슬라브인, 집시, 장애인 등 민간인과 전쟁포로를 학살한 사건)'가 교육 주제에서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독일이라는 나라를 처음 접하는 외국인들에게 스스로 먼저 나서 본인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본에서 온 학생들이 같은 수업을 들었는데, 같은 전범국이지만 일본이 행한 일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던, 마치 본인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처럼 수업을 듣던 일본 친구들을 보며 괜히 화도 나고 또 안타까웠던 기억이 납니다.
이런 독일의 모습은 프로스포츠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1933년 나치가 독일을 장악한 후,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축구 또한 나치 정부의 이데올로기에 복종하였죠. 나치 독일은 1936년 베를린 올림픽(제11회 하계올림픽)을 개최할 만큼 스포츠를 정권의 선전과 선동을 위해 활용되었으니 축구도 예외는 아니었을 겁니다.
Nie wieder! (Never again!)
이에 DFL(독일프로축구연맹)과 분데스리가 구단들은 2005년부터 1월 27일을 '독일 축구 기념일'로 정하고 반유대주의와 관련된 독일 축구의 잘못을 마주하고 연구하며 구단 역사의 불명예스러운 부분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구단이 적극적으로 홀로코스트와 관련된 이슈를 부각하면서 '홀로코스트'라는 아픈 역사가 커뮤니티에서 계속해서 기억될 수 있도록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세대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죠.
실제로 독일프로축구연맹은 유대인 차별에 맞서는 분데스리가 구단의 다양한 활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DFB(독일축구협회)에서는 1943년 아우슈비츠에서 희생된 전 독일 국가대표 축구선수 율리우스 히어쉬(Julius Hirsch)를 기리기 위해 '율리우스 히어쉬상(Julius Hirsch Preis)'을 만들어 매년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지하고 반유대주의, 인종차별, 극단주의 등 차별과 폭력에 반대하는 개인과 이니셔티브 및 클럽에게 상을 주고 있습니다.
도르트문트는 100만 유로(현재 환율 기준 약 15억 2,500만원)를 기부하여 이스라엘 야드 바셈(Yad Vashem)의 홀로코스트 기념관 내 박물관(House of Collections) 건설을 지원했고, 프랑크푸르트는 프랑크푸르트의 팬이자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헬무트 존네베어그(Helmut Sonneberg)의 전기를 출간하기도 했었습니다. 뉘른베르크와 브레멘에서도 그 시절 희생당한 유대인 구단 멤버나 선수, 코칭스태프 등 흔적을 찾고 조명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고요.
https://www.youtube.com/watch?v=kkouS5U9_NQ
DFL에서는 지속해서 분데스리가 구단 직원들(주로 CSR이나 팬 프로젝트 담당자)과 팬 등을 대상으로 역사-정치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센하우젠이나 아우슈비츠 같은 강제수용소를 방문하기도 하고 독일 내 유대인 추모사업에 대해 안내하며, 구단과 홀로코스트 관련 기관과의 교류를 강화하기도 합니다. 이는 홀로코스트를 기억하는 의미도 있지만, 구단에서 앞으로도 어떤 종류의 차별도 일어나지 않도록 담당자들에게 필요한 능력을 배양하고자 하는 DFL의 의지도 담겨있습니다.
지난 주말은 K리그 경기가 있는 삼일절이었습니다. K리그 구단에서도 경기장과 SNS를 통해 순국선열을 추모하고 팬들은 대형 태극기 걸개로 동참했습니다. 국가유공자나 군인 등 할인 티켓을 제공한 구단도 있습니다. 프로스포츠의 근간은 팬입니다. 대중이 느끼는 슬픔과 기쁨에 함께 공감하고 동참할 때 진정한 커뮤니티의 일원이 될 수 있다고 스스로에게 되새겨 봅니다.
#K리그 #KLEAGUE #축구 #분데스리가 #나치 #홀로코스트 #삼일절
(이 글은 지난 3월 3일 매거진을 통해 발행된 글을 재발행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