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cial responsibility in Sport (3)
지난 2월 16일 K리그 개막 라운드 울산과 안양의 경기 시작 직전, 경기장에서 작은 행사가 있었습니다. 국가대표 골키퍼로도 활약하고 있는 울산 HD의 조현우 선수가 K리그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회공헌 재단 K리그어시스트에 기부금을 전달하는 행사였습니다. 직전 AFC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경기에서 상대 선수와 충돌로 인한 코뼈 골절로 경기에는 출전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경기장에 나선 것이죠.
이 기부의 시작은 작년 K리그 대상 시상식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24시즌 조현우 선수는 울산 HD의 3연패를 이끌며 K리그 MVP를 수상하였는데, 이때 한 수상소감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축구선수를 꿈꾸는 어린 친구들을 위해 상금 전액을 기부하겠다"며 MVP 상금 1,000만원을 전액 기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난 주말 실제로 기부를 행하며 수상소감으로 했던 약속을 지켰습니다.
이번 기부가 유독 반가웠던 건 제가 K리그어시스트의 업무를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K리그 선수가 또는 프로스포츠 선수들이 단순히 경기를 뛰는 선수에서 멈추지 않고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전하는 리더로서의 역할을 보여주는 좋은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면 빼놓을 수 없는 게 후안 마타(Juan Mata)의 'Common Goal(커먼 골)' 입니다. '커먼 골'은 과거 첼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에서 활약한 마타가 2017년에 시작한 기부 캠페인으로, 축구선수로서 받은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고 스포츠를 긍정적인 사회변화의 플랫폼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든 프로젝트입니다. 마타는 '수익의 1%를 기부한다'는 서약을 하며 '커먼 골' 운동을 시작했고, 이는 동료 선수들에게로 이어져 마츠 훔멜스, 파울로 디발라, 티모 베르너 등 유명한 선수들을 포함한 전 세계의 많은 선수들이 기부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마타의 '커먼 골'은 모인 기부금으로 어린이 교육이나 환경 보호, 여성 권리 증진, 축구 프로그램 보급 등을 통해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되고 있죠.
리버풀의 전 감독인 위르겐 클롭(Jürgen Klopp)도 마타의 커먼골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2018/19시즌 클롭 감독이 FIFA 올해의 감독상을 받으며 한 수상소감이 큰 호응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클롭 감독은 전 세계의 축구 팬들이 보는 시상식 자리에서 "이 자리를 빌려 한마디를 하겠다. 나의 과거는 좋았고, 현재는 무척 좋다. 미래도 지금과 같았으면 좋겠다. 그런데 우리와 같은 풍족한 상황에 놓이지 않은 이웃도 있다. 오늘부로 '커먼 골'의 멤버가 된 사실을 밝힐 수 있어 기쁘고 자랑스럽다"라고 말했죠. 이 소감 직후 '커먼 골' 웹사이트가 마비될 만큼 큰 파급력이 있었습니다.
선수로서 사회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후안 마타나 그런 일에 동참하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밝히는 클롭 감독을 보며 팬과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사회의 리더로서 그들이 행하고 있는 자연스러운 나눔 문화가 너무 멋있어 보였습니다. 조현우 선수의 상금을 전액 기부하겠다는 수상 소감과 실제로 기부라는 약속이 이행되는 모습이 유독 반갑고 기뻤던 건 K리그에서도 같은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도 많은 기부와 선행을 하고 있습니다. FC서울의 기성용 선수는 2022년 월드비전에 무려 20억원을 기부하며 축구 꿈나무를 지원하고 있고, 황희찬 선수는 매년 고향인 부천에 꾸준히 기부를 해오고 있습니다. 이근호 선수는 꾸준한 기부와 함께 이름을 딴 유소년 자선 축구대회도 개최한 적이 있을 정도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는데 진심입니다. 울산 HD의 선수들은 '커먼 골'의 선수들처럼 매년 급여의 1%를 기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그리고 K리그에 이러한 사례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 반갑습니다. 우리 K리그의 선수들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리더로서 더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팬들과 함께 우리 사회에서 나눔의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K리그 #KLEAGUE #K리그어시스트 #기부 #조현우 #COMMONGOAL #커먼골 #후안마타 #클롭 #선수 #선수의사회적책임
(이 글은 지난 2월 20일 매거진을 통해 발행된 글을 재발행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