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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키거 May 18. 2024

순례길 중 가장 맛있었던 점심식사 Top 3

열심히 걸은 순례자의 보상은 당연히 맛있는 점심이지!

열심히 걸은 자여, 맛있게 먹어라

 열심히 순례길을 걸으면 늘 점심 즈음 일정이 끝난다. 덜 걷고 더 걸어봐야 한두 시간 차이는 있겠지만 언제나 점심을 먹을 시간. 이게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지 걸어본 사람만이 알 것이다. 단순히 배고프다, 밥을 먹자가 아닌 오늘은 더 안걸어도 된다는 어깨의 짐을 내려놓는 순간이라 식당 의자에 앉을 때 “아~” 하는 안도의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리고 무거운 내 다리도 함께 긴장을 푸는 세상에서 몸과 마음이 가장 가벼워지는 순간. 바로 순례길 일정을 끝내고 점심을 하는 시간이다.

 스페인은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 ‘오늘의 메뉴(메뉴 델 디아)’라는 코스 요리를 정해진 가격에 제공하는데 보통 12유로에서 15유로 사이이다. 한화로 계산하면 1만 7천 원에서 2만 2천 원 선인데 의외로 생각했던 것보다 가격대가 있어 코비드 이후로 유럽도 물가가 많이 올랐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래도 우리가 비싸다고 안 먹을 건가? 아니지… 하루종일 열심히 걸었으니 또 좋고 맛있는거 잘 먹어줘야 내일 잘 걷지! 내가 고급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면 비싼 스테이크를 먹으러 다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레스토랑에서 정성스럽게 지역 스타일로 마련한 코스 메뉴들 그거 스스로한테 못 먹여주겠어? 열심히 걸었으니 맛있게 먹을 자격 충분하다!


 메뉴 델 디아 : 오늘의 메뉴의 구성

 대부분의 레스토랑은 세 코스로 오늘의 메뉴를 제공한다. 가벼운 식사류인 첫 코스, 고기나 생선이 있는 두 번째 코스 그리고 마지막은 디저트. 첫 코스는 샐러드나, 스프, 파스타 등 그 범위가 매우 다양한데 우리가 생각하는 가볍게 입맛만 돋아주는 적은 양의 음식보다는 훨씬 든든하고 양도 풍부하게 식사처럼 나온다. 예를 들면 스프라고해도 야채 가득 들어간 라따뚜이 스타일, 샐러드라고 하면 참치 가득 들어간 큰 샐러드 등 우리가 생각하는 에피타이저보다 양이 훨씬 많다. 아주 마음에 든단 말이지. 두 번째 코스는 대부분 생선구이 아니면 고기류로 여기서는 특히나 얇게 썰어 스테이크처럼 구운 돼지구이나 소고기가 자주 등장한다.

 여기서 좋은 점은 오늘의 메뉴에도 늘 두세 개 이상의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 첫 코스도 기본 두세 개, 두 번째 코스도 또 두세 개, 디저트까지 늘 기본 두 개 이상의 선택지를 가지고 있어서 그야말로 골라먹는 재미가 있어 늘 즐거웠다. 같이 걷는 사람들과 식사를 함께하며 일부러 서로 다른 걸 골라 나눠 먹을 수도 있어서 어쩌다 보면 점심시간에 예닐곱 가지 음식을 맛보기도 했던 참 재밌는 컨셉의 오늘의 메뉴 : 메뉴 델 디아.  게다가 맛있는 와인은 어딜 가나 함께 나오고 가격에 포함되어 있다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순례길을 걸으며 많은 메뉴 델 디아를 먹으며 정말 모든 일행과 동의했던, 여기는 음식 먹으러 꼭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생각했던 맛집들을 공유해 본다.     

   

3위 : 카사 토노 - Restaurante Casa Toño


 여기는 지역 사람들도 단체로 예약을 해서 올 정도로 작은 연회장 같은 곳이 순식간에 꽉 차는 동네 맛집. 인테리어는 정말 동네 회관 같은 느낌이었는데 음식이 찐 로컬에 푸짐하고 신선했다. 메뉴가 정말 많았는데 매일 바뀌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적혀있지는 않았다. 아주머니가 오셔서 친절하게 구글 통역기로 메뉴를 말씀해 주시는데 첫 코스도 두 번째 코스도, 디저트도 3개 이상은 되어서 여러 가지를 골라 먹었던 곳. 나는 첫 코스를 크림 파스타를 먹었고, 두 번째 코스는 연어구이, 디저트는 치즈케이크를 먹었다. 여기의 찐은 디저트가 핸드메이드에 양도 푸짐하고 진짜 진하고 맛있었다는 사실. 게다가 보통의 메뉴 델 디아는 레드 아니면 화이트 와인을 주는데 여긴 로제 와인도 있어서 순례길 통틀어서 로제를 마실 수 있는 유일했던 레스토랑으로 기억을 하게 되었다. 동행들은 생선도 시키고 고기도 시켰는데 메인이 다 너무 맛있었던 곳. 실제 식사는 1시에서 1시 반에 시작한다고 하니까 미리 가서 자리를 물어보는게 좋다. 앉은지 30분여 만에 단체 손님들이 들어오고, 가득 차버려서 우리가 먹고 나갈 때에는 대기하는 여러 팀을 보았다.


지역 : 만실라 데 라스 물라스 (순례길 19일 차)
가게 : Restaurante Casa Toño
주소 : Av. Constitución, 47, 24210 Mansilla de las Mulas, León, 스페인


2위 : 라파릴라 데 아르카야 - LaParrilla de Arcaya


 순례길을 시작하고 9일 차에 처음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메뉴 델 디아라 기억이 많이 남는 곳. 이곳의 장점은 음료를 굳이 와인이 아니더라도 맥주나 띤또 데 베라노 등 마시고 싶은 걸 시킬 수 있다는 것. 물론 추가금 없이 마실 수 있는 거라 시원한 음료로 친구와 잔을 맞대며 짠하는게 정말 즐거웠다. 목마름을 원하는 시원한 술로 적셔준다는 그 기분, 순례길 뒤에 마셔서 더 환상적일 수밖에 없다. 나는 첫 코스로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를 먹었고, 두 번째 코스로는 돼지고기구이, 디저트로 플란을 먹었는데 진심 세 개 다 맛있어서 와~ 매일 이렇게 예쁘고 맛있는거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던 순간. 레스토랑도 나름 고풍스럽고, 테이블보 씌워진 식탁에 시원한 실내에서 분위기 내며 식사할 수 있어서 여행온 듯한 느낌이었다.


지역 :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순례길 9일 차)
가게 : LaParrilla de Arcaya
주소 : Pl. España, 7, 26250 Santo Domingo de la Calzada, La Rioja, 스페인


1위 : 베르치아노 1900 - Bercianos 1900


 음식이 꼭 레스토랑에 온 것처럼 고급지고 참신했던 정말 맛있었던 곳. 다른 곳들은 전문 레스토랑인데 여기는 알베르게에서 함께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란 점이 특별했다. 그런데 더 맛있고 더 특별했다는 거. 첫 코스 4개에 두 번째 코스 5개인데 진짜 너무 맛있어서 점심에 먹은 뒤에 저녁에 다시 메뉴 델 디아 다른 음식으로 한 번 더 먹었다. 첫 코스로는 이탈리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여름 별미 멜론 위에 프로슈토 올린 것과 병아리콩 초리조 스프를 먹었고, 두 번째 코스는 토마토소스 미트볼과 돼지 구이를 먹었는데 모두 만점. 디저트는 애플파이라 안 좋아할 수가 없었다. 너무 맛있어서 계산할 때 주방장님께 정말 맛있는 음식 감사하다고 따로 인사도 드렸다. 나중에 이곳에서 묵는게 아니라 지나가는 중이라 해도 들려서 식사는 꼭 하고 가리라 생각한 곳. 직원들도 하나같이 유쾌하고 친절해서 더 매력적이었던 곳이다.  

 

지역 : 베르치아노 델 레알 카미노 (순례길 18일 차)
가게 : Bercianos 1900
주소 : C. Mayor, 49, 24325 Bercianos del Real Camino, León, 스페인


메뉴 델 디아를 판가름하는 건 바로 디저트

 많고 많은 메뉴 델 디아를 먹으면서 느낀 점은 나름 수준 있는 식사였다고 판가름을 해주는 의외의 복병이 디저트라는 사실이다. 생각보다 많은 레스토랑에서 디저트로 수퍼에서 파는 콘 아이스크림을 주거나, 요거트로 때우기도 한다. 솔직히 그럼 세 코스가 아닌 두 코스 식사 아니겠어? 물론 우리가 사전에 디저트 종류까지 알고 들어가서 먹는 경우도 없고, 이미 레스토랑 골라 들어가서 앉은건 어쩔 수 없지만 내가 언급한 위 세 곳을 포함해 나름 평점이 좋은 곳들은 모두 디저트가 제대로 된 걸로 나온다는 걸 기억하자. 좋은 식사를 제대로 된 디저트로 끝내는 것만큼 뿌듯한 식사는 없지 않겠는가.


하루의 순례길 일정을 소화하고 가장 마음이 편한게  점심시간

 땡볕에서 하루 종일 걷고 걷다 예정지에 도착해서야 먹게 되는 점심. 마음은 가볍고, 몸은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사니 얼마나 꿀맛일지 대강 상상은 할 수 있을 거다. 게다가 오늘의 메뉴라는 재밌는 시스템이 있어서 우리의 순례길 점심은 한 단계 더 흥미진진해진다. 이걸 먹을까, 저걸 먹을까 고민도 하고, 나온 음식들과 와인을 일행들과 나눠 먹으며 참 단순하지만 직관적으로 행복해진다.

 하루 일정을 마쳤다는 사실에 이미 행복한데 음식까지 맛있으면 그날은 꼭 더 성공한 하루 같고, 모든 걸 다 가진 하루같이 느껴지는 게 아니 대체 사람이 순례길을 걸으며 어디까지 단순해질 수 있는 걸까? 아마 단순해지는게 아니라 순수해지고 있는 거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자꾸 원초적인 순수했던 내 모습으로 조금이나마 시간을 돌려 돌아가게 해 주는 게 산티아고가 가진 많은 힘 중에 하나일 수도 있다. 그 매 순간을 참으로 즐겼던 것 같다. 산티아고에서 다양한 메뉴 델 디아를 경험하며 지방색도 느끼고, 스페인 사람들의 친절함도 느껴보시길 바란다. 맛있는 음식 한입이 정말 피곤했던 하루를 잊게 해주는 그 무엇보다 강력한 힘이 됨을 직접 경험해 보면 누구보다 메뉴 델 디아를 고르는 시간을 즐길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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