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사 데 볼룬따리오 멕시코 워크캠프 숙소 마음의 준비

워크캠프 숙소에 대한 마음의 준비

by 헤스티아

고도 2000 미터가 넘는 곳에 위치한 산 크리스토발 데 라스 까사스는 식민 도시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다. 중앙의 쏘깔로 광장도 그렇고, 한 명이 지나다니기에도 벅찬 좁은 돌로 된 인도가 계단처럼 한 단 정도 올라와 있는 게 특색이었다. 멕시코에서도 다른 마을과 구별되는 모양새에 관광지로 널리 알려진 곳이기도 했다. 매끈매끈 닳아진 평평한 돌들이 인도에 그대로 드러나는 것을 따라 걷고 있으면서, 시간 여행이라도 다녀오는 것 같은 기분을 누리자면 가장 인상적인 것은 거침없이 뿜어내는 자동차의 매연이었다. 배기가스 검사따윈 아랑곳 않는 듯이 너무 노골적이라 오히려 당황스러운.



첫날 우리 팀 캠프리더가 도착하기 전까지 덩그러니 남은 일본친구와 나를 스태프가 데리고 길을 나섰다. 우리는 트렁크를 좁은 인도 위의 돌바닥 위를 돌돌 끌며 따라갔다. 까사 데 볼룬따리오는 워크캠프 사무실과 학교로 쓰이는 건물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인도를 따라 조금 걷다가 옆으로 난 골목의 인도를 따라가다 조금 내려가면 벽에 대문이 딱 붙어있는 집들이 있었다. 그중 한 대문을 열고 들어가는 허름한 2층집이었다. 노란 페인트칠은 언제 했는지 거무죽죽하게 변해있었다. 그나마도 여기저기 칠이 벗겨진 곳이 많았다.



들어가자마자 내 눈에 띈 것은 창틀에 뉘어있는 30cm 정도의 거울 덩어리였다. 차마 거울이라 표현할 수 없었던 이유는, 더 큰 거울에서 깨어져 뜯어진 것을 그저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올려놓은 조각이었기 때문이다. 그 옆은 개인 사물함으로 쓸 수 있을 것 같은 커다란 나무장, 거실인 것 같이 생긴 공동 공간 바닥에 놓여있는 매트리스 (아마도 식탁 의자를 제외하곤 여기가 유일한 앉을자리처럼 보였다.)가 있었다. 그 옆엔 공동 주방과 식탁이 있어 일종의 다이닝룸으로 봐야 할 공간이 있었다.



시멘트가 그대로 드러난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오래된 여인숙 같은 구조의 방들이 6개 있었다. 각 방에 2층 침대가 두 개씩 들어있어서, 팀이 짜인 상황에 따라 두 명에서 네 명이 한 방을 쓰는 모양이었다. 우리가 어느 방문 앞에 있을 때, 막 잠에서 깬 키 큰 백인 남자 두 명이 지나갔다. 머리는 까치집처럼 흐트러지고 맨발로 돌아다니는 너무나 편안한 모습에, 장기투숙자 같았다. 기간의 끝이 있는 일탈이라 그런지, 이런 열악한 구조가 오히려 19세기 러시아 소설의 가난한 주인공이 오버랩되어 보이면서 낭만적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알고 보니 이들이 멕시코 시티 술집에 붙잡혀서 고생했던 다른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캠프리더도 없어서 우리가 묵을 방문 키조차 없던 우리에게 그 친구들 일행인 다른 프랑스 여자 참가자가 자기 방에 일단 우리 짐을 두라고 했다. 이 친구도 맨발에 속옷 차림으로 돌아다녀서 순간 이곳에 오래 있다 보면 사람이 피폐해지나 아주 살짝 걱정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그런 건 아니고, 이 친구들은 아마 일주일 있었어도 그렇게 편하게 지냈을 것 같다.)


까사 데 볼룬따리오. 번역하자면 자원봉사자의 집.


굳이 모국어로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부르는 게 좋다. 우리나라에서 ‘~의 집’은 이미 요양원이나 고아원 같은 시설이 특유의 의미를 먼저 형성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곳 까사 데 볼룬따리오에는 스무 명 가까운 사람들이 동시에 묶고 있다고 했다. 처음엔 놀라웠는데, 이 점이 좋았던 것 같다.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팀원이 아니더라도 같은 숙소에 있는 사람들끼리 저녁에 다이닝룸에서 함께 술도 마시고 식사 때 마주치면서 친해질 수 있어서다.


한 방을 두 명 내지 네 명이 쓰다 보니, 그 방 구성원들의 성향, 함께 묵고 있는 팀원들의 성향에 따라 숙소 생활이 많이 바뀌는 것 같다. 당시 우리 프로젝트에 남자 참가자는 두 명이 있었고 그들은 같은 방을 썼는데, 이들의 방은 언제나 칼같이 정돈되어 있었다. 그리고 우리 방은 커다란 짐가방을 가운데 던져놓고 사는 네 명이 함께 지냈다. 작은 침대 하나를 배정받으면, 위생이 의심스러운 침구는 바닥에 깔고 각자 자기가 준비한 침낭에서 지냈다. 전반적으로 우리가 묵을 때의 멤버들은 자유롭게 먹고 노는 분위기였는데, 예전에 이곳에 스태프 중 한 명이 함께 지낼 때는 늘 대청소의 시간을 가져서 숙소가 아주 깨끗했다고 했다. 그 스태프는 해외 출장 갈 때나, 이곳에서 지낼 때나 늘 캐리어 하나로 단출하고 깔끔한 삶을 유지했는데,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하면 미니멀라이프를 굳이 의식하지 않고 실천하고 있었다. 그 부분이 당시에도 상당히 인상 깊고, 저렇게 살 수 있길 바라며 부러워했다. (그런 미니멀라이프의 꿈은 여전히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또 다른 문제가 있었는데, 그건 이날 오후 늦게 드디어 만나게 된 이전 팀 멤버 중 한 명이 만나자마자 알려준 팁에 있었다.

“이곳에 살면 일주일 뒤엔 감기 걸릴 것 예상하고 있어라!”


더운물이 거의 안 나온다고 했다. 사실 더운물이 안 나온다기보다는, 보일러가 너무 작아서 온수가 금방 동이 나는 게 문제였다. 그래서 더운물을 쓰려면 모두가 잠을 자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샤워를 하면 됐다. 대신 다음 사람 생각해서 물을 최대한 아껴 쓰려 했다. 만약 그걸 놓친다면 고산지대에 위치한 지역이라 찬물로만 샤워하는 건 꽤 추웠다. (다행히 멕시코 워크캠프에선 감기는 안 걸렸다.)


또 하나의 제약 사항은 와이파이를 끊어놓았다는 거였다. 사실 와이파이 정도는 제공했었는데, 그랬더니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전부 스마트폰으로 각자 자기 할 일만 해서, 좀 더 친해지고 교류하라고 일부러 끊어버렸다고 한다. (그래서 밤새 스마트폰 금단증상에 시달린 우린 다음날 사무실 건물로 가면 전부 와이파이를 켜고 밤새 연락 못했던 사람들 연락을 확인하곤 했다.)


멕시코 워크캠프 숙소는 이 정도였다. 불편할 수는 있지만, 개인적으로 조금 더 좋은 숙소를 골라서 2주 정도 보낼 비용으로 캠프 활동을 할 수 있다면 합리적인 것 같다.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는 스페인어 수업도 2주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게다가 저녁마다 흥미로운 대화에 늘 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즐거운 시간이었다. 혹시 더 용기가 나는 분들은 고려해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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