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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상명 Sep 03. 2020

나서야 한다

겸양의 미덕은 글로벌 미덕이 아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사회학과 교수인 Sam Richard는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강의를 하면서 그 예로서 강의 시간에 동서양의 문화 비교 실험을 진행한 적이 있다. 실험 내용은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 중에 미국 학생과 한국 학생을 자원받아 질문에 답변하게 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는데, 자원한 두 학생을 강의실 밖으로 나가게 하고, 강의실 학생들에게 동서양 문화 특성을 비교하여 설명한다. 그 내용은 이렇다. 동양의 문화 특성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잘하지 못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자아성찰을 통해서 발전시켜 나간다' 반면에 서양의 문화적 특성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잘하는 일에 초점을 맞추고, 높은 자부심으로 삶을 성공으로 이끌어 나간다' 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실험에 자원한 두 미국 학생과 한국 학생을 강의실로 다시 들어오게 하고, 동서양 문화 특성에 대한 설명을 듣지 않은 상태에서 교수의 질문에 답변하게 된다. 교수의 질문에 미국 학생은 잘하는 것이 여러 개 있고, 학점도 우수하고, 테니스도 잘 친다고 하면서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하지만, 한국 학생은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고, 앞으로 더 잘하고 싶다고 답변한다. 학점도 그렇게 좋은 편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 학생은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4년 과정을 2년 만에 졸업하게 될 우수한 학생이라는 사실로 모두를 놀라게 된다.


우리는 예로부터 겸양을 미덕으로 삼아왔고, 조직 사회에서는 군자의 자질로 즉, 리더의 첫 번째 자질로 여겨오면서 따랐다. 공자(孔子) 말씀에도 '내가 아는 것이 있겠는가, 아는 것이 없다'라는 구절(논어 자한편)이 나온다. 알아도 아는 체를 안 하는 것이 미덕인 것이다. 나를 낮춤으로써 다른 사람을 포용하고자 한 것이다. 이것이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그 사람의 좋은 자세로 여겨지고, 평가된다. 특히, 나이가 어린 경우에는 알아도 아는 체를 안 하는 것이 현명한 처신으로 여겨진다. 잘못 아는 체를 했다가는 '어린것이 버릇이 없다, 지가 알아야 얼마나 안다고 나대느냐?'라고 핀잔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겸양이 우리 사회에 좋은 문화로 작용함과 동시에 우리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도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에서, 조직에서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정당하게 의견을 개진하는 것도 방해하게 된다. 이러한 점은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우리 사회가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겸양의 문화가 글로벌 사회에서 그다지 미덕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겸양의 미덕을 발휘한 결과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한국 학생 같이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그것을 세상에 잘 드러내지 못하고, 나서지 못하게 하는 건 아닐까? 지금 기업들은 어느 기업이나 글로벌적으로 경쟁하고, 협업한다. 또, 우리 많은 인재들이 글로벌 기업에 속해서 치열하게 일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기업에 속해서 치열하게 일하고 있으면서 '내가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했으면 됐지', '언젠가는 내가 열심히 한 것을 조직이 알아줄 거야'하고 자족하면서 겸양의 미덕을 발휘하는 것이 좋은 자세일까? 같은 조직에 속해 있는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조그만 역량이라도 당당하게 어필하고, 성과를 내게 되면 당연히 조직에서 인정해 줄 것을 당당히 요구하는데 말이다.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들의 최고 경영층에 인도나 중국계 인재들은 많이 눈에 띈다. 반면에 우리 인재들은 눈에 많이 띄지 않는다. 겸양의 미덕 때문 아닐까?


우리는 지정학적 영향으로 좁은 지역에 많은 사람이 살아야만 했다. 이런 환경에서는 서로 양보하고, 낮추는 것이 서로의 삶을 지켜주는 현명한 삶의 방식이었을 것이다. 반면에 대륙에 속해 있는 민족, 국가들의 삶의 방식은 전쟁을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고, 정복을 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을 드러내고, 성과를 당당히 요구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이제 우리는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세계를 향해서 도전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 도전을 통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성취하였고, 또 이루어 가는 중이다. 건설 사업이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고, IT 산업이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 스포츠에서 세계를 제패하고, 음악에서 세계를 제패하고 있다. 세계가 놀라는 성과이다. 겸양의 미덕보다는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갖게 하고, 도전한 결과라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게 있다면 글로벌 조직에서 구성원으로서 자연스럽게 같이 어울리며, 최고 경영층으로 성공한 경우는 아직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역량의 우수성, 성실성을 감안한다면 다른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것에 비해서 많지 않은 것이 의아할 정도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문화적 특성에 기인하는 것이 제일 크다고 생각된다. 조직에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서 해내기, 안 되는 것도 해보려고 하는 자세, 늘 성실한 자세 가지기 등은 조직 구성원으로서 너무도 필요하고, 좋은 자세이다. 이경우 대부분 고성과자(High Performer)가 될 것이다. 하지만, 실무자로서 인정받는 것과 최고 경영층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은 게임의 룰(Rule)이 다르다.


자신의 의견을 조직에 적절하게 피력할 줄 알아야 한다. 굳이 양보할 필요가 없다. 뒤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 앞으로 나서야 한다.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다른 사람이 불편해하지 않을까를 너무 의식할 필요가 없다. 예의를 갖추는 것은 당연하지만 전쟁의 문화가 흐르는 글로벌 조직에서 겸양의 미덕은 조직을 살아가는 미덕이 아니다. 글로벌하게 경쟁하고, 협업하고 있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도 그 기업에 속해서 일하고 있는 우리도 이제는 겸양의 미덕을 너무 내 세울 필요는 없는 시대가 됐다.


적극적으로 앞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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