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마흔, 그 무게를 견뎌보기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

by 심횬


‘학교의 2월’

학교는 매년 2월이면 가장 아프고 시끄럽다. 주변 사람들의 좋은 모습보다는 숨겨진 바닥을 보기도 한다.

모두가 궁금해하고 두려운 업무분장의 달!

선생님들은 마음에 작은 스크래치를 얻기도 하고, 대형 폭탄을 맞기도 한다.

목소리가 큰 사람이 유리할 때도 있다. 교장선생님의 인사권한이 크다 보니 따로 교장실로 가서 쉬운 보직을 요청하는 선생님도 있다. 이쯤 되면 그냥 렌덤 기계에 업무 조직과 선생님 이름을 넣고 뽑기를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2월의 찬바람만큼이나 2월은 선생님들에게는 차갑고 냉랭하다.

왜 해마다 이럴까? 선생님들의 일 순위는 수업이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수업이야기를 학교에서 나누는 일이 거의 없다. 내 수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고민상담을 하고 싶은데.. 수업이야기를 시작하면 금방 이래저래 끝나버린다. 선생님들은 업무는 보이는 거고 티가 나니까 잘해야 하고, 그 업무 때문에 수업에 집중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한다. 나는 화가 난다. 답답하다. 교육이 바로 선다는 것이 행정업무를 잘한다는 게 아닐 텐데 말이다. 선생님들이 열심히 수업을 연구하고, 편안하게 수업자료를 만들고, 수업의 성장을 기쁘게 맞이하는 아름다운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교무실에서 업무를 하지 않고 수업연구를 하는 선생님이 계시면 "와~ 선생님 정말 열심히 수업 준비하시는구나" 란 생각보다 '업무 할 게 없나 보네, 일이 없나 보다'라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

그리고 계속해서 달려야 하는 내 업무를 바라보며 박탈감을 느낄 때도 있다.

업무의 곤란도가 다르기 때문에 일년을 편하게 지내기 위한 눈치작전 ! 그게 교사의 2월이다


‘마흔의 교사는’

마흔이 되니, 학교는 나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과중한 업무를 던져주고, 너 나이에 이 정도는 해야지 라는 무언의 압박을 한다. 마흔이란 나이는 너무 무겁다. 후배 교사에게 멋진 선배이고 싶고,

선배교사들은 우리도 그 나이엔 이만큼 했다며 일을 미룬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중간이다. 마치 샌드위치에 낀 치즈같이 느껴진다. 사이에서 말랑말랑하게 툭툭 건드리면 모양이 휘어지는... 단단해보이지만.. 속은 여린.


거기다 집에서는 엄마, 며느리, 딸, 아내의 역할을 하느라 집이 이미 우리에겐 쉼의 존재가 아니다. 저녁에 출근하는 새로운 일터일 뿐,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흔이 되니, 그만큼의 그릇이 생긴다. 다 담지 못할 것 같았는데 어느새 담겨 있고 넘칠 것 같았는데 딱 그만큼 차있다. 그게 마흔이란 나이인가 보다.


이십 대 선생님들의 자유와 어리숙함이 부럽고, 삼십 대 선생님들의 센스와 에너지가 부러운 우리 마흔 선생님들은 어쩌면 지나온 경력만큼 단단해져 보이지만 실은 여러 가지 걸쳐진 이름들에 부러지지 않기 위해 애쓰고 애써 그 나이를 지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애쓰고 애쓰니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굽이굽이 오르는길 마흔을 닮아있다


#마흔의길#마흔의무게#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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