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에서 잊혀져 가는 세명의 의사 아들을 키워낸 노인
햇빛이 잘 들어와야 한다고 했잖아요? "처음 그녀가 100*198 사이즈의 요양원 방으로 들어왔을 땐 등 하나 굽지 않고 꼿꼿이 세워 당당했다.
"커피는 콜롬비아 원두로 내려 주세요. 이제는 이런 것 정도는 마음껏 마실 수 있다고요.평생 처음으로 내가 꽃을 산 것도 얼마 전이에요. 세 아들 모두 의사가 됐거든요."
까만 눈동자에는 한평생의 자부심이 빛났다. 그도 그럴 것이, 서른셋에 남편을 잃고 혼자서 세 아들을 키워냈으니.
"이불은 반듯하게 접어 주세요. 우리 큰아들이 서울대학병원 의사예요. 막내는 소아과, 둘째는 신경외과...흠...흠"
내가 이 손으로 세 아들을 의사 만든 사람이요. "난 여기 계신 분들이랑은 달라요. 세 아들 모두 의사예요. 쪽잠도 못 자고 공부하던 내 아들들이...이제는 수술실에서 생명을 살린다고요."
직원들은 그녀의 자부심 가득한 말투에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보다 당당할 자격이 있는 어머니였으니.
"아들한테 전화해볼까요? 어깨가 많이 아프신가 봐요.""......"의사인 아들에게 전화하자는 말에도 그저 침묵뿐이다. 어깨통증이 점 점 더 심해져 지금은 숟가락도 들지 못하고 포크로 간신히 밥을 드신다
쩌렁 쩌렁 하던 노인의 기세가 꺽인 건 노인이 처음 요양원에 들어오신 던 해 명절이었다
복도마다 들리는 웃음소리,"어머님, 저희랑 갈 준비하세요~ "三일 동안 자식들 집에 다녀온다며 들뜬 목소리로 짐을 싸는 어르신들.
"우리 애들은 곧 올 거예요. 의사라 바빠서 좀 늦는가 봐요. "창가에 앉아 현관만 바라보던 그녀는 시계가 오후를 지나고, 해가 저물어도 그저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박 선생님, 저녁 드셔야죠."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볼게요.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잇는데 복도에서 들리는 경쾌한 발소리. "어머님 가세요~""추석 잘 보내고 오세요!"
그 후로 그녀는 달라졌다. 더 이상 커피 온도를 따지지 않았고 이불의 모서리도 살피지 않았다. 세 아들이 의사라는 말도 더 이상 꺼내지 않았다.
창가에 앉아 하루 종일 멍하니 밖만 바라보다가 가끔 혼잣말처럼 중얼거린다. "바쁘지... 다들 바쁘지..."평생을 세워왔던 자존심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린 것처럼.
치매도 아닌 어머니를, 다리 수술 후 재활치료 한번 없이 요양원에 맡긴 의사 아들들. 누가 이 세상이 아름답다 했던가.
까만 밤, 홀로 잠 못 이루는 어머니는 아직도 자식들을 감싸안는다."바빠서 그래... 우리 아들들이 바빠서..."
"내가... 내가 뭘 잘못했지..."그날 밤, 베개에 얼굴을 묻고 울던 그녀는 까맣게 그을린 손등을 바라 보았다. 장터에서 국수 삶던 자국이 아직도 선명했다."이 손으로...이 손으로 키웠는데..."
하지만 지금...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서 그때의 자부심은 찾아볼 수 없다.
"여보, 나 혼자 어떻게..."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남편을 잃은 그 날, 세 아들을 붙들고 울던 기억이 선명했다.
"엄마가 꼭 의사로 만들어줄게..."큰아들 등하교길에 지나치던 병원 앞에서 그녀는 매일 같은 약속을 했었다. 그땐 그저 허황된 꿈이었을지도 모른다.
장터 구석, 그녀의 국수 가게는 새벽 네 시면 불이 켜졌다. "아줌마, 이 추운데 장사가 될라나...""우리 아들들 공부시켜야 해서요."언 손을 비벼가며 그녀는 미소 지었다.
한여름이면 삶은 면에서 올라오는 김이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어머님, 이러다 쓰러지시겠어요." "괜찮아요. 이게 다 내 아들 약값이에요. 둘째가 폐렴으로 누워있던 그 해, 그녀는 하루도 쉬지 못했다.
밤이면 아들들 책상 앞에 쪼그려 앉아 졸지 않게 다리를 꼬집었다."조금만 더... 조금만 더 버티자..."꿈에서도 국수 가락을 삶던 손이 이제는 떨리고 있다.
"아들 셋 의사 만들어놨다며?""그래요... 내 새끼들 이제 다 잘 됐어요..."장터 사람들에게 자랑스레 말붙이던 날들이 눈물처럼 흘러내렸다.
홀로 잠 못 이루는 어머니는 여전히 자식들을 감싸안는다.
“바빠서 그래... 우리 아들들이 바빠서..."평생 국수 가락 삶던 손을 이제는 가슴에 모은 채.
누가 이 세상이 아름답다 했던가. 한평생 허리 한번 펴보지 못하고 자식들을 키워낸 어머니가이제는 홀로 요양원에 누워 자식이 그리워 눈물 흘리는데.
치매도 아닌 어머니를, 다리 수술 후 재활치료 한번 없이 요양원에 맡긴 의사 아들들. 평생 국수 한 그릇 제대로 못 드시고 자식 공부시키느라 앙상했던 어깨는 이제 통증으로 무너져 가고 재활을 하지 못한 수술한 다리는 굳어져 가고 있다
오늘,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당신의 어머니, 아버지를 생각해보세요. 한 평생을 자식 위해 살아온 부모님
구석진 방에서 홀로 흐느끼는 저 많은 부모님들의 눈물 닦는 소리, 전화 한 통, 짧은 안부라도 부모님께 전해보는 건 어떨까요.
신이시여, 당신이 그리는 세상이 이런 세상이었나요? 부모의 사랑을 저버린 자식들을 위해 오늘도 울먹이며 기도하는 저 어머니의 마음을...부디 달래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