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 왜 살아야 하지

by 유영

늘 살아야 할 이유가 궁금했다.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이렇게밖에 살 수 없는 건지.

죽고 싶어서 던진 질문이 아니다. 그냥 정말 순수하게 궁금했을 뿐이다.

마치 어릴 적, 비를 보며 왜 내리는 걸까 묻던 마음과 다를 바 없다. 단지 그만큼 답이 명확하지 않을 뿐이다.


무언가를 하기 전, 늘 '왜'를 먼저 떠올렸고,

무언가를 배우기 전, 정말 필요한 것인지부터 묻고 싶었다.

어른들은 그런 나를 '특이한 아이'라 불렀다.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질문은 나를 늘 다르게 보이게 했지만, 그 다름은 결국 나를 설명해 주는 방식 중 하나가 되었을 뿐이다.


나는 오래도록 생각을 모아두는 습관이 있었다.

대부분 아무 이유 없이 떠오른 문장들이었지만, 버리기엔 뭔가 아까웠다.

그래서 핸드폰 메모장에 조용히 적어두었다. 어차피 나밖에 보지 않을 걸 알면서도 비밀번호까지 걸어두었던 내 메모장. 가끔은 그 메모들을 다시 꺼내 읽었다. 분명 내가 쓴 글인데, 내가 쓴 거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재밌기도 했고, 생각보다 괜찮은데? 하며 웃기도 했다. 사실 정말 솔직한 심정으로는, 누군가가 이걸 읽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스쳤다.

하지만 쉽게 꺼내진 못했다. 어릴 때부터 나는, 나를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보여주기 싫은 사람이었으니까. 내가 만든 음악, 내가 쓴 글, 나의 진심. 그건 언제나 나에게 가장 가까운 동시에 가장 낯선 것이었다.

진심을 꺼내는 것은 늘 불안하고, 두렵다. 그래서 회피했고, 아무렇지 않은 척 넘겼고, 적당한 거리에서 나를 표현하는 법을 익혔다. 지금까지의 나는 나를 드러냈다고 믿었지만, 사실 드러낸 것은 내 생각의 껍질뿐이었다. 안전한 경계 안에서의 말, 안전한 진심, 안전한 표현들. 끝내 입 밖에 내지 못했던 건, 내 안의 가장 투명하고 날카로운 마음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마음을 가장 나답게 느꼈다.


그래서 이제는 꺼내보고 싶어졌다. 극복해 보자는 다짐도, 용기를 내보자는 선언도 아니다.

그냥 어느 날, 문득, 그렇게 하고 싶어졌다. 얼굴을 숨기고, 신상을 가리고, 필명에 기대어. 처음으로 진심을 꺼내보려 한다.


질문들은 조용히 스며들었고, 생각은 모서리에서 자랐다. 나는 오래도록 그 생각들을 묶어두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달았다. 질문은 멈춘 순간 사라지고, 생각은 들키지 않으면 썩는다는 걸.

기억은 흐릿해져도, 기록된 문장은 남는다. 그 문장들은 언젠가의 나를 꺼내줄 단서가 되었고, 어떤 날엔 전혀 예상치 못한 삶의 해답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도 묻고 있다. 정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저 질문하는 나로 남고 싶어서.


이 책은 정답을 말하지 않는다.

나는 정답을 모른다. 정답 없이 살아온 시간 속에서 그때그때 꺼낸 생각의 조각들을 지금 이렇게 글로 남기고 있을 뿐이다.

누군가에게 이 글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나는 이 글을 쓰며 내 안의 생각과 문장들에게 위로받았다는 거다.


사실 나는 아직도 진심을 드러내는 게 두렵다. 정말 두렵다. 하지만 두렵다고 해서 멈추고 싶진 않다.

그 두려움까지 끌어안고, 그렇게 살아보고 싶어졌다.

완성되지 않아도 괜찮은 나로,

정답을 모른 채 계속 묻는 나로,

그래서 결국, 그저 나로 남는 것으로.


그리고 이젠, 내가 쓴 글을 누가 읽지 않아도 괜찮다고 느껴졌다.

왜냐면, 내가 진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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