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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션대리 Nov 17. 2022

내 몸값은 내가 결정해

매일매일이 면접인 프리랜서 라이프

생각하고 있는 단가는 이 정도입니다.
내부적으로 검토해 보시고 연락 주시겠어요?


떨리는 손가락으로 전송 버튼을 누른다.

‘좀 더 낮춰서 부를 걸 그랬나, 거절하면 어쩌지’

메일 답장을 보내고 나서도 한동안 마음이 불안하다.


연봉 협상을 앞둔 구직자일 때도, 프리랜서인 지금도 돈 얘기는 항상 어려운 것 같다. 아니, 오히려 프리랜서가 되고 매 순간 연봉협상을 하는 기분이다. 말만 ‘연봉 협상’이지 정해진 내부 연봉 테이블이 있어서 협상의 여지가 거의 없는 직장인과 달리 프리랜서는 ‘부르는 게 곧 내 몸값’이다. 레퍼런스가 매일 쌓이고 SNS 계정은 나날이 성장하는데 나는 언제 내 단가를 올려야 하지?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A 브랜드에서 에센스 광고 협업 제안이 왔다고 예를 들어보자. 브랜드에서 직접 연락이 오기도 하고 대행사로부터 받기도 하는데, 제품 테스트해보고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간을 고려해 최소 한 두 달 전에는 협업 요청 오는 편이다. 대부분 화장품 리뷰와 관련된 협업 요청이 많고 팝업스토어나 단발성 체험형 방문형 콘텐츠도 있다.


해당 제안이 나에게만 온 걸까? 분명 아닐 거다. 수많은 뷰티 크리에이터에게 같은 연락이 갔을 것이고, 그 중 일정과 마케팅 예산 등에 맞는 사람과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솔직히 내가 대체 불가능한 탑급 인플루언서가 아니다 보니, 만약 이 제안이 욕심이 난다면 다른 크리에이터가 아닌 나를 꼭 써달라고 역으로 설득해야 하는 입장이 된다. 같이 일하고 싶다고 먼저 제안한 건 뷰티 브랜드일지라도. 마치 서류를 보고 마음에 들어서 면접을 보자고 하는 건 회사이지만, 면접관에게 수많은 면접자 중에서 내가 이 회사에 꼭 들어가야 하는 이유를 어필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럴 때마다 프리랜서는 매 순간 면접을 보는 것 같다고 느낀다.


그럼 원하는 일을 따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메일로 의사를 확실하게 어필을 하는 편이다. 이 제품에 정말 관심이 많고 잘 알릴 수 있다고 광고주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면접 준비하듯이 제안받은 브랜드와 제품에 대해 따로 공부도 해야 한다.


크리에이터로 전향하고 초반에는 프로필과 제안 내용을 PPT로 만들어 보내기도 했다. 대행사들이 뷰티 브랜드에게 ‘이런 인플루언서랑 작업을 할 예정입니다’라고 공유할 때 따로 작업할 필요 없이 내가 보낸 PPT 파일을 쓸 수 있게 말이다. 요즘은 개인 프로필 정보가 필요할 때만 PDF 파일을 첨부하고 메일에 제안 내용을 녹이는 편이다.

협업 제안에 대한 답장으로 아래와 같은 구조로 메일을 쓰고 있다. 정답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는 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공유해본다.


[이메일  회신 포맷]
- 안부인사
- 제안 내용 한 줄 요약
- 브랜드나 제품에 대한 나의 관심 표현
- 협업 시 기대효과 3가지 (브랜드가 얻게 될 베네핏을 사례와 함께 제안)
- 단가표 첨부 및  마무리 인사


메일은 장황하게 쓰지 말고 간결하고 구체적으로 쓸 것!


이력서의 원칙과 같다. 담당자는 당신의 메일을 3초 만에 스캔하고 판단한다. 생각해보자. 마케팅 담당자들이 수많은 인플루언서와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을 텐데 언제 핵심도 파악할 수 없는 장황한 메일을 다 읽고 앉아 있겠는가. 전문성이 다소 떨어져 보이는 ‘ㅠㅠ’’ㅎㅎ’ 등의 이모티콘도 자제하는 편이다. 무조건 간결하게, 명확하게, 구체적으로! 정~말 진행하고 싶은 협업 건이라면 몸값을 낮춰 제안받은 단가에 진행하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그리 추천하지는 않는다.


이직할 때 연봉협상 말아먹은 썰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

(대기업에서 외국계 기업으로 이직에 도전하다)


프리랜서 초기에는 스스로 비용을 후려치기도 했다. 회사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크리에이터 활동은 부수입을 벌자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서 5~10만 원 정도의 원고료만 받아도 만족하며 일을 했었다. 그러던 중 2020년도 4월 경에 국내 큰 회사의 색조 브랜드에서 나에게 리미티드 에디션 팔레트와 립 제품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의뢰 주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 브랜드에서 제안주신 금액이 콘텐츠 1건에 40만 원이었다. 크리에이터 초창기였던 나에게 나쁘지 않은 조건이었다. 그런데 그때 나는 ‘내가 이 돈을 받아도 되나? 내 인스타그램이 이 정도의 가치가 있나?’ 내 콘텐츠에 대한 자기 확신이 없어서, 콘텐츠 하나만 올리면 될 걸 괜히 2개를 올렸던 적도 있었다.


처음에는 한번 하고 끝나는 단발성 콘텐츠 협업 건이 많았는데 3년 정도 일을 하다 보니 지속적으로 협업하는 브랜드가 생겼다. 꾸준히 협업하는 브랜드가 생기면 인플루언서 입장에서는 매번 나를 어필하며 이 광고를 따내야 한다는 부담이 줄어들고, 브랜드 입장에서는 진실된 리뷰를 소비자에게 전달할 수 있으니, 리뷰의 진정성도 같이 올라가는 좋은 선순환 구조인 것 같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다양한 브랜드들과 재미난 일을 함께할 수 있도록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야겠다. 이 글을 끝까지 읽은 여러분들에게도 조금이나마 좋은 인사이트와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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