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1
이사
사는 곳을 다른 데로 옮김.
이전
장소나 주소 따위를 다른 데로 옮김.
지난 금요일 짐을 싸고,
토요일 낮에 짐이 빠진 텅 빈 사무실을 보았습니다.
이곳으로 이사하기 전 사무실에 처음 방문했던 넓디넓은 회의실이 지금의 사무실입니다.
네, 토요일에 사무실이 이사를 했습니다.
이사라고 했지만 사전을 찾아보니, 이사가 아니라 이전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수 있겠네요.
월요일에는 십수 년 전 매일 아침 출퇴근하던 지역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합니다.
그보다 짧은 수년 전 공연 보러 몇 번 찾아갔던 극장이 있는 낯선 지역으로 이사를 했었습니다.
그날 아침 첫 출근하던 장면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그닥 특별할 것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기억 속에 사진처럼 명확하게 남아있는 것을 보면
어떠한 이유로든 특별했었나 봅니다.
그때의 이곳은… 정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낡고 낡은, 낡은 곳이었죠.
하지만 생각해 보면 반짝이는 순간들이 참 많았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도 하늘과 구름도,
시작엔 그닥 좋아하지 않았던 컬러의 건물들도, 촌스런 초록색 인조잔디도.
그사이 이곳이 참 많이 변했고, 많이 변할 만큼 꽤 오랜 시간을 이곳에 머물렀습니다.
며칠 전 누군가 기분이 어떠냐고 물었을 때 아무렇지 않다고 말했었는데,
빈 공간을 보니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시간과 장소, 그리고 사람이 만나 시대를 이루니만큼 이 이동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모르겠습니다만, 그저 지금은 무언가 등 뒤로 묵직한 문을 닫고 한 발을 딛는 듯한 느낌입니다.
그러고 보니 사회생활, 다시 구체적으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전의 경험이 한번 더 있었습니다.
꼬꼬마시절 두 번째 직장 다닐 때, 삼성동의 한 곳에서 삼성동의 다른 곳으로 이사를 했었습니다.
그때는 잘 기억이 나질 않네요.
그냥 16층의 사무실에서 목격했던 고담시티와 같던 황사만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새로 오는 월요일 아침의 기억은 나중에 어떻게 남게 될까요.
많이 웃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