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의식주

이탈리아의 3월과 4월

by 올디너리페이퍼

여행의 의, 옷차림

여행 중 옷차림은 짐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부분이면서 아무리 여행을 해도 절대 쉬워지지 않는 고민거리이다.

외출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활동성을 고려해야 하고, 오래 남는 사진도 여행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계절, 기간, 짐의 크기, 이동의 횟수와 방법, 여행 중 특별한 이벤트 또한 예상하지 않을 수 없는 요소인데,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여행의 옷차림은 천차만별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찬란한 햇빛과 색색의 건물들,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해변을 상상하게 되는 이탈리아이니. 하지만 모든 습관들과 마찬가지로 여행의 습관도 잘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 옷차림은 마음대로. 개인적으로는 효율성, 중간 세탁의 수월성, 예쁜 기록 사진 등의 요소 중 효율성에 초점을 두는 편이다.

다만, 혹시나 다음의 여행을 위해 기록해 놓고자 하는 것은 아무리 햇살 따뜻한 이탈리아라 하더라도 3월 그리고 4월의 아침저녁은 아직 춥다는 것, 3월은 해가 중천에 떠오르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겨울이라는 것이다. 유럽의 여름에 그늘이 시원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쌀쌀함이다. 여름에도 긴팔 하나씩은 꼭 챙겨야 하는 것처럼, 봄이라 하더라도 얇은 패딩과 스카프 하나씩은 꼭 챙겨야 한다는 것을. 반팔은 언감생심, 시기상조.



여행의 식, 먹거리

부모님과 함께할 때를 제외하고는 여행 중 한식을 싸가지 않고, 한식당을 찾지도 않는다.

그만큼 현지 메뉴를 즐기는데 어려움이 없었고, 특별히 한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지금까지는 그랬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도 당연히 음식에 대한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저 맛있는 먹거리가 얼마나 많을까를 기대했다.

친구가 라면을 싸 온다길래 딱 한 번 먹을 것만 싸 오라고 강력히 주장했던 나의 성급함과

추운 날씨에 덜컥 그 라면을 초반에 꺼내 먹은 나의 조급함에 애도를...


최애 식재료 중 하나인 토마토와 치즈, 매일 먹어도 매일 맛있다.

이탈리아의 도시마다 현지에서 재배하는 포도와 올리브로 만든 발사믹과 올리브 오일, 넘치게 맛있다.

그래서 파스타와 피자, 생선과 이탈리아 가정식이 맛있다.

그리고 파스타와 피자, 생선과 이탈리아 가정식이 만족스러웠다. 그런데 또, 다시... ㅍㅅㅌ, ㅍㅈ, ㅌㅁㅌ...

어느 도시에서건 음식점을 검색하면 이탈리안, 이탈리안 또 이탈리안.

내세울만한 메뉴가 피시앤칩스뿐이라는 런던에서도, 음식에 큰 관심이 없고 케첩과 머스터드소스면 완성된다는 베를린에서도 이렇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이곳은 음식 부심 가득한 이탈리아이기 때문인가. 한식은 고사하고 그 흔한 일본, 베트남, 태국 음식 레스토랑을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하나쯤 검색되더라도 평점이 낮아 망설여지는. 지방 소도시임을 감안하면 그럴 수 있겠거니 하지만 동시에 여행자들이 찾는 도시들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다소 의아하기도 하다.

대도시에서는 한식당 포함 복수의 다른 국적을 가진 음식과 그중 점수가 어느 정도 이상인 음식점들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당연히도 대도시 역시 이탈리안이 9할을 훨씬 웃도는 비율을 차지하는 것 같았지만. 어쨌든 고심하며 찾아갔던 한식, 태국과 섞인 일식 음식점들에서의 식사는 이후의 이탈리안 음식과 여행을 지속시켜 주는 작은 전환이 되어 주었다.

그나저나, 날이 쌀쌀했기 때문일까. 평소 집에서는 1년에 한두 번 먹을까 말까 하는 라면이 그렇게 생각났던 것은. 그때 시작한 라면앓이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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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말피의 음식점. 강낭콩 소스와 병아리콩인지 뭔지 알 수 없는 소스가 한치와 문어의 맛을 한 층 업그레이드 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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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라의 음식점과 이탈리아에서 처음 맛있게 먹은 폴리냐노 아 마레에서의 피스타치오, 레몬 맛 젤라또. 이 이후, 커피와 함께 젤라또를 꾸준히 먹었다


물론 거의 대부분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는 훌륭하고 만족스러웠다.

뛰어난 미식가가 아니고 가미하지 않은 재료의 맛을 조금 더 선호함에도 불구하고,

발사믹은 물론 산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올리브 오일은 지역마다 분명 미묘한 차이가 있었고(그중 원픽은 마테라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올리브 오일), 태양 때문인지 과일(유일하게 사과랑 딸기 제외. 사과랑 딸기는 우리나라 것을 따라갈 수가 없다. 이번 여행의 최애는 레드 오렌지와 우리나라 것과 완전히 달라 언제나 만족스러운 배)과 채소(방울토마토가 어찌나 탱글 하면서 부드럽고 달콤하던지, 셀러리는 또 얼마나 짭조롬하면서도 달짝지근하던지)가 좋았다. 치즈는 진하면서 신선하고(그동안 먹었던 부라타 치즈는 진정한 부라타 치즈가 아니었다), 파스타면은 각양각색이며, 이번에 알게 된 피스타치오 페스토로 맛을 낸 파스타는 특히나 맛있었는데, 이탈리아에서 먹은 젤라또의 8할이 피스타치오와 레드 오렌지일 정도. 게다가 Tirare(끌어당기다)+mi(나)+su(위로)가 합쳐진 이름으로 이탈리아의 대표 디저트라는 티라미수는 먹는 곳마다 식감과 밀도와 당도가 서로 다르지만 모두 맛있어 이름 그대로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었다. 유일하게 아쉬운 것은 계절 탓으로 이번에도 만나지 못한 납작 복숭아가 그리웠다.

게다가 술잘알 친구의 추천 또는 직원의 추천으로 식사에 곁들였던 각 지역 산지 와인 또는 식전주(아페리티보)는 달콤하거나 새콤하거나 묵직하거나 각각의 매력으로 기분을, 음식의 맛을 한층 돋워주었다. 지역별 포도 품종과 품종별 특징을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훨씬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었으리라.

사실 육류를 제외하는 식이생활로 메뉴 선택에 조금 더 제한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 외에도 이번 여행에서는 특별히 현지 조달 재료로 친구가 준비한 식사까지 포함한다면 정말 이리도 꽉 채운 식도락 여행이 따로 없을 정도였다. 단언컨대 매 끼니를 챙겨 먹은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다.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현지 마트나 시장에서 재료를 직접 구입해 요리해 먹는 것 또한 큰 즐거움 중 하나이리라. 여행할 때마다 꼭 찾는 곳 중 하나가 동네 큰 마트인데 이번에도 역시 식재료들을 찾는 것과 저렴한 가격에 놀라는 것은 큰 즐거움 중 하나였다. 물론, 요알못 나에게는 수많은 간식거리들을 구경하는 것이 조금 더 큰 재미였지만. 피스타치오가 들어간 것은 사탕, 과자, 초콜릿 등 사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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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냐노 아 마레. 맛도 사람도 좋아 카페는 하루 두 번, 음식점은 재방문했다/ 배 터지게 먹은 밀라노, 많이 먹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는. 그럼 주문할 때 말려주시든가요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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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언제부터인가 매 식사마다 디저트를 함께 했던 것 같다. 끄응.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마테라에서 미슐랭스타 레스토랑을 찾았는데, 서비스의 체험과 함께 접시마다 달리 느끼는 시각, 후각, 미각의 즐거움이 또한 감동이었다.

간혹 생각은 했지만 실천하지 않았던 미슐랭스타 만나기는 식사이자 동시에 하나의 새로운 경험으로서 이번 여행을 채워주었는데, 우리나라 레스토랑의 가격이 주는 장벽보다 그곳의 장벽이 훨씬 낮아 더 만족스러웠다. 아주 부분적으로는 여행이 주는 낭만 때문에 마음이 부유해졌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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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테라에서 마주한 미슐랭스타 셰프의 메뉴는 맛과 멋 모두가 훌륭. 5코스 주문했는데, 앞뒤로 나오는 메뉴가 있어 양이 넘치게 충분하다



여행의 주, 숙소

숙소는 호텔과 에어비앤비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로마는 위치를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했는데, 첫 체류 때에는 짧기 때문에, 마지막 체류 때에는 여행 끝의 피로도를 고려해 외곽은 제외하고, 가능한 중심부에 있고자 했다. 로마가 얼마나 큰지 지도상 거리만으로는 가늠할 수가 없어 더 그랬던 것 같다. 또한 어쩔 수 없는 여행자인지라 떼르미니 역 근처는 피했다. 구역을 결정하고, 시설은 구성원과 비용에 따라 적절한 곳으로 선택하면 된다.

결과적으로 떼르미니 역과 바티칸 시티를 끝 점으로 가운데 부분에 위치한 숙소를 잡았는데, 사방의 웬만한 곳은 도보로 이동이 가능해 접근성이 탁월했던 것 같다.


그 외 대도시에서는 특별히 역 근처가 위험하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기 때문에, 짐을 가지고 오갈 때의 편의성을 고려해, 가능한 역 근처로 잡았다. 특별한 목적지가 있지 않다면, 역 근처의 장점은 누구나 알 수 있듯이 이동의 용이함이다. 도착하고 떠날 때 짐을 들고 이동하는 거리가 가능한 짧은 것이 수월하므로. 다만, 아주 가깝지 않다면 오히려 어려울 수도 있다.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라면 비가 오거나, 짐이 너무 무거울 경우 택시 탑승의 선택지가 있는데, 애매하게 가까운 경우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길은 울퉁불퉁한 돌 길로 우리나라 같이 아스팔트나 보도블록으로 잘 닦인 길과는 차이가 있으니.


그리고, 낯선 소도시에서는 대략적인 위치부터도 고민했던 것 같은데, 희망하는 시설에 좀 더 집중해도 될 것 같다. 처음에는 위치 선택이 운이 좋았다 생각했지만, 한 번 돌아다녀 보니 나 홀로 외곽으로 떨어진 곳만 아니라면 전체적으로 정말 '소'도시라서 오고 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즉, 음식점과 다양한 매장들이 몰려 있는 곳에 숙소도 몰려 있기 마련이고, 여행자들은 그 안에서 선택하기 마련이며, 실내 시설의 선호도를 고려해 선택하면 그 위치는 대동소이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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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로마 방문에서의 식사. 보다 간결하고, 다양하고. 태국 사람이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일식당은 교묘하게 섞인 메뉴들인데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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