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디너리페이퍼 Sep 22. 2024

새해를 맞이하는 평범한

2021년 1월 #1

새해 첫날은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해가 바뀐다고 어제에서 많은 것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매일 날짜가 하나씩 가듯이 연도에서 마지막 숫자 하나가 바뀝니다.

어제 뜨던 해가 오늘도 뜨고, 

해가 이미 밝게 채운 느지막한 아침(연말 휴일부터 오늘까지 매일 아침 9:30이 되어야 눈을 뜹니다)

어제 아침에 일어났던 것처럼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눈을 뜹니다.

이불속은 뭉근한 듯 따뜻하고 약간은 냉기가 느껴지는 방바닥에 맨 발을 내립니다.

심장에서 먼 곳부터 안전하게, 슬금슬금 잠을 깨워주는 듯한 요 느낌! 이게 저는 좋습니다. 

가장 먼저 어젯밤 한 방울씩 떨어지도록 살짝 열어뒀던 싱크대와 세면대의 물을 잠급니다.

화장실에서의 일들을 마치고 거실로 나와 

지난밤 반쯤 닫아뒀던 커튼을 열어젖히면 그만큼의 해가 더 들어옵니다.

목요일과 금요일의 여유를 누렸지만 여전히 토요일이라는 사실에, 아직 여유를 더 부릴 수 있다는 생각에 평화를 느낍니다.

오늘 하루도 어제 하루와 같이 시작합니다.

이번 메일이 첫 번째가 아니라 서른일곱 번째인 것처럼. 


그렇게 이어진 하루이지만 

지난 1년 또는 반년, 한 달을 뭉텅이로 되새겨 볼 만한 계기가 주어지기도 하고,

며칠 만에 잊어버리거나, 수포로 돌아갈 그 무언가를 마음먹고 새로 시작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며칠만이라도 해보는 것이 아예 안 하는 것보다 나으니까요.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은 사람은 정작 하고 싶을 때는 할 수 없을 것이다.”

라는 문장을 읽었습니다.

어제 부모님 집에 갔다가 한번 읽고 중고서점에 팔 요량으로 가져온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잠>이라는 책에서 입니다.

부모님 집에 가면 가끔 오래전 읽던 또는 읽은 책을 한 권씩 가져옵니다. 다시 뒤적거리는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며칠 전 읽기 시작한 <죄와 벌>을 잠시 멈추고, 어제 집에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1권을 끝내고 2권으로 넘어갔습니다.

아마도 내일까지 2권도 마무리해야지만 이번에 끝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책을 찔끔찔끔 읽다가 중단해 버리기는 취미라서요. 


잠을 연구하는 수면생리학자 어머니와 아들의 이야기인데, 더 정확히 말하면 수면생리학자 어머니를 둔 수면생리학자 아들의 이야기라고 해야겠네요. 잠의 단계와 잠을 컨트롤하는 방법… 이라기보다는 잠을 컨트롤하는 사람, 깨어있는 현실보다 잠이 더 의미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종족들이 등장합니다. 현실을 근거로 하지만 소설이니까 픽션이 가미되어 있겠지요. 이런 책을 읽으면 어디까지가 근거 있는 이야기고, 어디서부터가 작가의 상상력인지 항상 궁금합니다. 일일이 검색해 볼 수도 없고 말입니다. 그런 열정이 있는 독자도 있겠지요.


어쨌든 등장인물들은 수면의 단계와 꿈을 활용해 암기력이나 상상력을 키우기도 하고, 자각몽을 꾸는 연습을 하고, 공포감을 훈련이나 다른 기억으로 대체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꿈이 모여 있는 클라우드에 접근하기도 합니다. 

그 클라우드에는 저작권이 없기 때문에 같은 이야기나 장면들이 여러 사람에게 닿기도 하는데, 그런 과정을 통해 지구의 서로 다른 곳에 있는 사람들이 비슷한 창작물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읽다가 예전에 서로 다른 연출가와 무대디자이너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무대 형식을 구상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이러저러한 얘기들이 있었고 저 또한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무대 위 기본 구조를 고려할 때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그저께 12월 31일, 2020년의 마지막 밤 잠을 자면서 하얀 눈이 팔팔 날리는 꿈을 꿨습니다. 

펑펑 까지는 아니었지만 아쉽지 않을 만큼 눈답게 팔팔 날리는 가운데 두 그룹의 사람과 사람들을 만났어요. 무슨 내용으로 누구를 만났는지는 아침이 지나면서 잊어버렸지만, 눈이 오는 가운데 서 있는 저를 부감으로 바라보고 있는 저를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좀 꿈을 많이 꿉니다.ㅎ

잠과 꿈을 계속 얘기하는 책을 읽다 보니 저의 꿈을, 그 장면을 계속 상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우연히도 말이지요.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오늘 밤이 지나면 다시 오늘 아침이 되겠지만, 

그러면 다음의 오늘 아침은 또 하나의 일상인 출근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약간, 사실 약간보다는 조금 더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우리에게는 다시 한번의 설이 있다는 사실이 1월까지는 위안이 됩니다. 

어떠한 방식으로든이요.

참 게으른 생각이지요?


올 한 해, 그저께까지의 지난 한 해보다

많이 웃고, 다음에 만나요. 


이전 04화 운동은 좌절을 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