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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디너리페이퍼 Sep 15. 2024

애어른 어른아이

2020년 12월 #3

요 며칠 배가 전혀 고프지 않은데, 무언가를 먹고 싶은 욕구가 많아졌습니다.

꽤 오랫동안 배가 심하게 고프지 않으면 먹는 거에 대한 생각이 없이 살았는데,

점점 먹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고, 먹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알게 되고…

그러다가 급기야는 식욕이 저를 상당히 지배하고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


건강한 사람이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찐다거나,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거나 하는 말은 거짓입니다.

많이 먹는 것 같아도 살이 찔 만큼은 먹지 않기 때문에 살이 찌지 않고,

적게 먹는 것 같아도 살이 찔 만큼은 먹기 때문에 살이 찌는 겁니다.

결론은…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와 운동을 못 가는 것, 스스로는 운동하지 않는 것, 꾸준한 식욕으로 인해… 점점 몸이 변해감을 느낀다는 겁니다. 

살이 찌는 것도 공부나 업무 능력이 느는 것과 같이 계단형으로 변화하는 것 같습니다.ㅋㅋ

찰랑찰랑 마지노선까지는 느낄 수 없지만, 어느 순간 꽤 큰 변화를 일시에 깨닫게 되는 겁니다.


어쨌든 저는 오늘 1-2인용 밥솥을 주문했습니다. 3년 9개월 전, 처음 독립이라는 걸 할 때 밥은 해 먹으라며 엄마가 사주신 자그마한 밥솥이 있는데, 그간 제가 좋아하는 송편을 찌는 것과 고구마 찌는 용도로 한 네 번 사용했거든요. 왠지 3-4인용 밥솥이라 안 쓰게 되는 걸까 하는 생각에, 핑계인가, 핑계일 수도 있겠지만, 그냥 하나 주문했습니다.ㅋㅋㅋ 한 그릇씩 하얀 쌀밥을 해 먹겠다는 일념하에. 요즘의 식욕이 아니었다면 할리가 없는 일이지요. 

밀가루를 줄이고, 쌀밥을 해먹을 예정입니다. 밥이랑 김, 두부면 충분할 것 같아요. 갑자기 밥에서 김이 모락~ 오르는 행복한 밥상이 떠오릅니다.


그저께는 예정대로 “죄와 벌”을 펼쳤습니다. 3-4장 읽고 접은 이후, 아직 다시 열어보지 않았지만… 내일까지는 다시 열어보려고 합니다.

등장인물 이름의 압박으로 시작해서 속도가 나지 않게 만드는 구구절절한 묘사가 아직 책의 매력으로 저를 끌어당기지는 않고 있습니다. 웬만하지 않고 시작은 대부분 그렇지 않나요? 소설의 첫 문장이 그리도 중요하다고 하는데, 저는 첫 문장부터 매력에 빠졌던 경우가 그닥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소로운 건, 전체적인 내용을 알고 있으니까, 전체적인 내용을 아주 요약적으로 알고 있을 뿐임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을 뭐 이리 구구절절 적어 내려 갔을까… 하는 생각을 한 문장 한 문장 읽을 때마다 했습니다. 

알긴 뭘 안다고.


생각해 보면 그런 태도로 상당히 많은 것들을 대하며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는 척, 이해하는 척, 

동시에 모르는 척, 알 수 없는 척도 꽤나 많이 하기도 합니다.  

정직 또는 진실과는 별개의 문제로 말이지요. 

때로는 정말 알고 있다고 믿기도 하지요. 

하지만 요즘은 점점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한 의심이 들곤 합니다. 

옳다와 그르다는 판단에 대한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세상 옳은 것과 세상 그른 것이 있기는 한 걸까요.

세상의 옳고 그름을 과연 누가 정의하며, 판단하며, 이해할까요.

나이가 들면 세상에 대한 이해가 넓고 깊어져야 하는데, 오히려 더 어려워집니다.

그리고 나의 생각과 이해가 과거의 것, 나만의 것이 아닌지 타당한 의심을 해봐야 합니다.

그러면 저 자신의 생각과 이해에 대한 신뢰가 옅어집니다.

정말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런 어른이라는 거.

그럼에도


많이 웃고, 다음에 만나요. 


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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