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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디너리페이퍼 Sep 18. 2024

운동은 좌절을 주고

2020년 12월 #4

두 달째 필라테스를 못 가고 있습니다. 고작 일주일에 2회, 50분을 간신히 채워하는 운동인데 말입니다. 운동을 즐기지 않는 제가 생애 최초로 가장 꾸준히 하고 있는 운동이자 치료이고, 그래서 스스로 대견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허리 다쳐서 한 달, 코로나로 문 닫아서 한 달을 못 가니 그나마 1 정도 생긴 근육이 사라질 것 같은 데다 몸의 움직임이 너무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밤에 유튜브를 보다가 의식의 흐름에 따라 갑자기 윗몸일으키기 40회, 어제는 집에서 경의선숲길을 따라 홍대입구역까지 조깅을 했습니다. 우연히 본 배우 이시영이 먹는 거에 홀딱 빠져서 며칠 전부터 밤마다 이시영 유튜브를 보고 있거든요. 사실 계속해서 뛸 수 있는 시간은 2분 정도밖에 안 되어 조깅이라고 말하기엔 양심에 걸립니다만 어쨌든 유튜브의 긍정적 효과입니다. 오늘은 내친김에 따릉이를 빌려 김포까지 가볼까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가, 늦게 일어났다는 핑계로 그냥 한강산책로를 따라 왕복 8km를 걷다, 뛰다, 걷다, 걷다 했습니다. 

제가 거리 감각도 별로 없고, 8킬로미터가 평소 운동을 하는 사람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숫자일 수 있겠지만, 운동량을 보여주는 어플을 처음 깔고 나가 본 저에게는 꽤나 재미있었습니다. 처음 가는 길이라 한강까지 나가는데 조금 헤매고, 오는 길에 괜히 새로운 시도를 했다가 엉뚱한 길로 가는 바람에 다시 약간 헤매고, 막판에 커피 사 오느라 늦춰진 거 포함해서 총 1시간 30분 정도 걸렸는데, 어플에 나온 열량소비량이 고작 510kcal인 것을 보고 충격받았습니다. 끄응. 어쨌든 내리 의지에 따라 운동을, 겨울인데 바깥활동을 했다는 점에 있어서는 매우 뿌듯합니다.


그런 거 보면 참 미디어에, 주변에, 보고 듣는 거에 영향을 많이 받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힘들면 다음날 쉬면 되지 뭐, 라고 할 수 있어서 가능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내친김에 연휴 마지막 날인 내일은 무리하지 않고 근육을 풀어줄 수 있게 집에서 요가를 해볼까 합니다. 평일에 할 수는 없겠지만, 주말에 이렇게 나가보는 건 괜찮겠다는 생각도, 운동복을 자주 입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신발을 신고 문 밖을 나서기 위해 노력은 엄청, 정말 엄청 들지만 조금만 해도 저 자신에게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운동인 것 같습니다. 워낙 안 해서. ㅋㅋ


아…이런!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 기분 좋은 마음으로 다시 어플을 열었다가 제가 오늘 운동으로 소비한 열량이 510kcal가 아니라, k를 뺀 510cal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어플에 510칼로리라고 되어 있 아… 이게 맞나? 당연히 킬로칼로리라고 생각했는데

510kcal에도 실망했는데, 하아….

밥 한 공기가 300kcal고 두부 한 모가 420kcal라는데… 운동해서 소비하는 열량은 어찌하여 1kcal도 안 되는 건지요. 이게 말이 됩니까. 운동으로 1kcal를 소비하려면 도대체 얼마만큼을 해야 하는 건가요.

운동이 이렇게 효과가 낮다 못해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게 맞습니까. 뭔가 잘 못 된 것 같은데... 말도 안 되는 현실인가. 만족스럽지는 않더라도 500킬로칼로리 소비한 줄 알고 돌아와서 초코파이도 먹고, 초코아몬드도 먹었는데… 정말 멘붕입니다. 하아… 내일은 요가고 뭐고 잠이나 잘까 합니다. 생활운동 꿈나무에게 찾아온 좌절이네요. 아무래도 출근하면 운동 즐기는 친구들에게 물어봐야겠습니다. 


그나저나 다음 주면 2021년입니다.

숫자가 딱 떨어져 명쾌한 2020년은 허무와 상실감을 깊이 학습한 한 해였습니다. 물론 그 이전이라고 허무와 상실을 경험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올해처럼 이렇게 하나의 동일한 요인으로 반복적인 상황을 경험했던 적이 있었을까 싶습니다. 

그나마 ‘우리’였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던 것도 같고,

그래도 버틸 수 있었음을 감사해야 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럼에도 호황인 곳과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아이러니를 느끼기도 합니다.

세상이란… 

1년의 고통이 내년에는 순간처럼 느껴질 수 있을까요, 과거의 추억까지는 아니어도 기억이란 이름으로 옅어질 수 있을까요. 하긴,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고, 저는 유난히 잘 망각하는 인간이니까요. 


새해가 되고 업무를 시작하는 다다음주에는 인간이 해결할 수 있는 혼돈은 사라지고, 안정을 찾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많이 웃고, 다음에 만나요.

새해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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