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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유지인 Sep 23. 2021

3. 부하직원의 연봉이 상사보다 더 높다?

호봉제의 놀라운 파워

앞 글에서 공무원 계급사회의 특징에 대해서 설명했다.


요약하자면, 공무원 사회는 직급이 그 사람의 권한과 역량을 대표하는 계급사회이기 때문에 마음을 단디 먹고 와라. 이런 얘기다.


그런데 공무원 사회는 급과 함께 연차를 중요하게 여기는 연공서열 문화가 함께한다. 뭐야. 급이면 급이지 또 오래 다녔다고 대접을 해주는 건 뭔가.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추란 말인가?


내가 공무원이 되고 나서 가장 충격이었던 건 호봉의 파워였다. 즉, 복종하는 자의 월급이 명령하는 자의 월급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나이 많은 부하직원에게 측은한 마음을 갖게 된다. 그 사람의 잘잘못을 떠나서 일단 우리나라 국민 정서에는 장유유서가 있지 않은가. 그래서 그 상황이 어떻든 간에 어르신이 젊은이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어딘가 마음이 불편하고, '거 참, 적당히 하지.'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드럽고 치사해도 이를 악 물고 버텼다던 우리내 아버지들의 직장 후일담이 생각나기도 하고, 먹고살기 위해 자존심을 버렸다던 누군가의 라디오 사연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데. 잠깐. 잠깐만.


만약, 혼내는 사람보다 혼나는 사람이 돈을 더 많이 받는다면? 응? 그럼 얘기가 좀 달라지지.


앞 글에서 예를 든 것처럼, 40대 주무관이 20대 사무관에게 머리를 숙이고 "죄송합니다."라고 말해도 월급을 더 많이 받는다면? 안타까운가? 불쌍한가? .... 고개를 갸웃하게 되지 않는가?


2021년 기준 5급 사무관 3년 차 기본급이 약 270만 원. 7급 20년 차가 350만 원, 6급 20년 차가 380만 원이다. 이것저것 수당이 붙는다고 해도 5급 3년 차가 20년 차 부하직원의 봉급을 넘어서기는 어렵다.


상황이 이렇다면 나는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가?  마음 쓴 걸 좀 거둬들여야 하나? 아니 또 돈 좀 더 받는다고 그러면 너무 치사하잖아. 하지만 월급쟁이에게 월급은 능력과 가능성에 대한 대가 아닌가?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노동과 임금에 대한 상식이 바뀌는 것인가?


일반적으로 대기업에서는 상사가 부하직원보다 월급이 적은 일은 거의 없다. 만약에 누군가 급하게 승진이 되어 연봉 협상이 미처 안 되었다고 한다면 다음 텀에라도 조정이 된다. 물론 입사 경로에 따라 연봉 테이블이 다를 순 있는데, 어쨌든 시작이 같았던 사람들과 비교하자면 그렇다는 얘기다.


공무원이 되고 나서 얼마 간, 외부인의 시선으로 이 사회를 바라보고 있자니 '허어... 신기하고 신기하도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 부하 직원의 높은 월급에 대해서도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어느 날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건 국가 노동자 수급의 안정성을 위한 제도가 아닐까 생각이 들더라. 


나라에서는 A급 인재만 필요한 게 아니라, 적당히 똑똑한 사람도 필요하고, 보통의 사람도 필요하다. 고위 공무원이야 벼슬을 한다는 명예를 가져간다고 해도, 하급 공무원에게도 뭔가 당근이 주어져야 사람들이 지원을 할 거 아닌가. 그래야 이 거대한 조직이 돌아갈 게 아닌가.


호봉제라는 게 워낙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거긴 한데 아무튼 대기업과 공무원 중에 고민 중인 그대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는.


1.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라.

2. 빨리 리더가 되고 싶으면 5급 시험에 매진하라.

3. 리더는 되고 싶은데 5급 너무 어려워 보여. 7급도 두려워. 그렇다면 빨리 기업의 취업 시장으로 눈을 돌려 몸값을 높여라.

4. 내가 시험은 잘 보는데 어린 나이에 리더가 되는 게 부담스럽다면 7급 준비도 좋고 기업에 가도 좋다.

5. 나는 그냥 상사를 모시며 사는 게 마음이 편해요. 하는 사람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9급에 합격하라.


정리해보니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위의 1~5번 선택지에 따라 취업을 준비한다면 적어도 이 산이 아닌가벼... 라며 몇 년을 되돌리는 일은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빨리 합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한 가지 예를 들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흔히, 20살에 9급으로 시작하는 사람이 공무원계의 위너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우스갯소리 같지만 정말 그렇다. 어지간해서는 나이 어린 상사를 만나기도 어려울뿐더러, 약 10년이 지나면 서른 살에 7급 8호봉으로 승진할 텐데, 서른 살에 7급 1호봉으로 들어오는 사람보다 연봉이 대략 천만 원 정도 높게 된다. 기업에서도 같은 직급의 동료보다 연봉 천만 원 더 받는 거... 쉽지 않다. 대단한 거다. (그런데 20살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할 만큼 자기 절제력이 강하고 목표 의식이 높은 사람이라면 오히려 고위 공무원과 잘 맞을 성격일 거 같은데... 흠...)


P.S.

다음 편엔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할 이야기. 대기업 과장과 6급 공무원의 연봉을 비교해보겠다. 대기업 vs 공무원에서 자꾸 공무원이 불리한 주제가 언급되는데 장점도 언급될 예정이다.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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