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족이 되었습니다.
1.1 아기 고양이 쭙쭙이 와의 만남
우리 가족은 세 명이다. 동그랗고 다정한 홍삼님, 더 동그랗고 흥겨운 감자(나), 그리고 우리 집 서열 1위 고양이 뚱띠, 이렇게 셋이다. 뚱띠는 2년 전에 우리 가족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여름날, 홍삼님과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스파게티를 먹고 있는데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엄마가 평소에 밥을 주시는 길 고양이 예삐가 엄마에게 새끼를 주고 갔다는 것이다. 예삐는 작년에도 엄마에게 새끼를 주고 간 적이 있었다. 그런데 예삐가 다시 데려갈 줄 아시고, 그냥 새끼를 그 자리에 두셨는데 잠시 후에 와 보니 예삐가 새끼를 자기 손으로 고양이 별로 보냈다. 그랬던 예삐가 또 새끼를 두고 간 것이다. 엄마는 예삐에게 “니 새끼 데려가라, 니 새끼 데려가라.” 말을 해도, 예삐는 엄마를 보고 그냥 눈만 껌뻑껌뻑했다고 한다. 엄마 앞에, 그것도 길 한가운데에, 게다가 흙바닥에, 조막만 한 눈도 못 뜬 새끼를 두고 예삐는 무심히 사라졌다.
“설마 이번에도 버리겠어?”
그러나 또 버렸다. 시간이 지나도 예삐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새끼는 미동조차 없었다. 다행히 얕게 숨은 쉬고 있었다. 엄마와 홍삼님, 그리고 나는 이 새끼를 우리가 거두어야 새끼가 살겠다는 결론을 냈다. 우리가 거두지 않으면 작년같이 또 새끼를 죽일까 걱정도 되었다.
예삐는 지금까지 여러 번의 출산을 했는데, 제대로 키운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어디에다 낳는지도 정확히 모르겠다. 배가 불렀다가 꺼지는 걸 보면, 새끼를 출산을 하긴 하는 듯한데, 새끼와 함께 있는 모습이 잘 발견되지도 않고, 예삐의 새끼로 추측되는 고양이가 백골이 된 상태로 발견된 적도 있었다. 예삐는 모성애가 없어서 새끼를 키우지 못하는 걸까?
식사를 끝내자마자 홍삼님과 함께 아기 고양이에게 달려갔다. 출발하기 전, 동물병원에 들러 분유를 사고, 집에 있던 고양이용 젖병을 챙겼다. 고양이 젖병은 뚱띠가 쓰던 것이다. 뚱띠가 아가였을 때, 뚱띠 포함 네 마리의 새끼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있던 터라, 당황하기보다는 아기 고양이를 만나는 설렘이 더 크게 다가왔다.
부모님 댁에 도착하니, 체크무늬 담요 위에 손바닥만 한 눈도 뜨지 않은 삼색이가 누워있었다. 낮게 숨을 쉬고 있었는데, 5-6시간 동안 밥을 먹지 못한 상태라 했다. 서둘러 분유를 타 와 먹였다. 아기 고양이는 젖병이 낯 선지, 젖병을 빨지 못했다. 그런데 입에 우유를 흘려주니 꿀떡꿀떡 삼켰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우유를 잘 먹는 것을 보니 안도감이 들었다.
작은 바구니에 넣어, 어서 아기 고양이를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왔다.
집에 도착해 아기 고양이를 보드라운 담요 위에 올려 두었는데, 쉬지 않고 담요를 엄마젖 빨 듯이 빨았다.
“계속 쭙쭙 거리네.... 네 이름은 쭙쭙이로 하자....”
이렇게 또 쭙쭙이 와의 인연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홍삼님은 쭙쭙 이를 안고 “아빠가~ 아빠가~” 한다. 그런데 나는 아직 아기도 낳지 않았는데, “엄마가~엄마가~” 하는 거 이상하다. 그래서 “언니가~ 언니가~” 했더니 홍삼님이 비웃는다. 36살 차이이지만 나는 언니이고 싶은데... 하지만 곧 나도 “엄마가~ 엄마가~” 하게 되었다.
그래. 좋든 싫든 나는 쭙쭙이 엄마가 되었다.
1.2. 왜 나에게는 고양이 선택권이 없는 걸까?
쭙쭙이는 예상치 못하게 우리에게 왔다. 그런데 뚱띠도 마찬가지였다.
부모님은 몇 년 전 전원주택에 이사 오신 후,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셨다. 그중 미미라고 유달리 사람 손을 타지 않은 고양이가 있었다. 사람 곁에 30센티미터 이내로 들어오지 않았다. 눈만 마주치면 골골대며 비비던 미미의 남자 친구 얄미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러던 미미가 어느 겨울 새끼를 낳았다. 부모님이 만들어 주신 아이스박스 아파트에 4마리를 낳았다. 엄마 아빠는 꼬물이들이 귀여워 자꾸 들여다보셨고, 젖 주는 미미가 힘이 모자라지 않게 고급 캔을 급여하셨다. 그런데 아빠가 지나치게 자꾸 새끼를 들여다 보신 듯하다. 안 그래도 곁을 안 주는 미미인데, 사람들이 들여다보는 게 꽤 스트레스였는지 어느 날 새끼를 모두 옮겨버렸다. 지금까지 사료도 그렇게 열심히 주고, 캔도 맨날 맨날 대령하는 주인... 아니 집사를 어떻게 생각하는 건지, 믿음직스럽지는 않았나 보다. 엄마 아빠는 너무너무 서운해하셨고, 미미에게도 화도 내셨다. 그러나 미미는 냥냥 대고 말대꾸만 할 뿐 새끼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았다.
이런 미미가 어느 날 갑자기 거품을 물고 고양이 별로 갔다. 부모님 댁 주변은 농지가 많아 제초제 사용을 많이 하는 데, 의사 선생님이 제초제를 먹은 것 같다고 하셨다. 후에 얄미도 비슷한 증상으로 고양이 별로 갔다. 미미는 굳어가는 몸을 이끌고 집까지 왔는데, 미미 한 발짝 옆에 새끼 네 마리가 옹기종기 모였다. 엄마 아빠가 자주 다니시는 길목이었다.
미미는 떠나면서도 새끼를 모두 물어왔다 두었다. 부모님이 새끼들을 거둬주리란, 살려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나 보다. 새끼들은 물고 오고, 죽어가던 미미의 마음이 상상조차 안 된다. 평소에 그렇게 곁을 안 주었지만 미미의 마음은 부모님을 믿고 있었나 보다, 엄마 아빠와 미미는 가족이었나 보다. 눈도 못 뜬 새끼들인지라 너무 어려 사람이 계속 옆에 붙어 있어야 했고, 그걸 제가 해야 했다. 그리고 그 4마리 중 한 마리가 뚱띠이다. 나머지 아이들은 좋은 곳에 입양을 갔다.
뚱띠의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은 생각은 계속 있었다. 주변에 페르시안 암수 키우고 계신 집이 있어서 새끼를 낳게 되면 데리고 올 계획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식구가 하나 더 생겨버렸다. 주변에 품종묘 키우는 거 보면서 참 부러웠는데.... 나도 털 길고 털 색깔 예쁘고 눈동자 색 예쁜 고양이 키우고 싶었는데....
뚱띠는 솔직히 좀 귀엽긴 해도 객관적으로는 못생긴 것 같다. 그런데 둘째까지 못난이 삼색이야.... 심지어 뚱띠와 쭙쭙이는 엄마와 딸로 볼 정도로 똑 닮았다.
거기다 쭙쭙이는 무늬의 대칭도 맞지 않고 코 옆에 커다란 영구 점 까지 있다.
영구라니.... 내 고양이가 영구 일리 없어..
우리 엄마 아빠도 나를 낳으시고 기르시며 이런 기분이셨을까? 처음 내 얼굴을 보고 한숨이 푹 나오셨는데 자식이니 어쩔 수 없이 키우신 건 아닐까? 갑자기 부모님들께 감사하고 죄송해진다. 우리 엄마 아빠도 김태희 같은 딸을 키우고 싶으셨을 텐데..... 너무너무 죄송해진다...
1.3. 뚱띠의 간식 투쟁
얼떨결에 아기 고양이를 데리고 오게 되었는데, 아기 고양이를 데리고 오게 되었는데, 우리 집에는 이미 두 살 된 뚱띠가 함께 살고 있었다. 일주일에 하루정도 하루 종일 집을 비우는데, 그때마다 뚱띠가 심하게 울고, 이후 현관만 나가도 심하게 울고, 돌아오면 지나치게 붙어 있고 비벼대 안 그래도 친구가 필요하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아기 고양이가 오는 것이 뚱띠에게도 좋은 일이라 판단했었다. 뚱띠도 당연히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아기 고양이를 라탄 바구니에 넣어 왔는데 쭙쭙이는 바구니 근처에도 못 오며 하악 댔다. 심지어 아기 고양이를 만졌던 내게도 고양이 냄새가 나는지 털을 세우고 하악 질을 했다. 눈도 뜨지 않은 아기 고양이가 무서워서 경계를 하는 것인지 자기와 상의도 없이 새 식구를 들여 배신감에 저러는 것인지 알 수 없는데...
게다가 진짜 웃긴 게, 간식을 거부하기 시작했다. 온갖 간식을 다 들이밀어도 안 먹는다. 근데 또 더 웃긴 건, 사료는 잘 먹는다. 사료는 실컷 먹으며 계속 베란다에 쳐 박혀 있는다. 뚱띠는 애기 때부터 워낙 잘 먹고 똥똥해서 이름이 뚱띠다. 그런 뚱띠가 먹는 걸 마다 한다는 것은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뚱띠에게 물어보고 데려왔어야 했을까..?
집사가 식구를 들이는데 주인님에게 허락을 안 받았네.... 그런데 내가 물어보면 알아듣기나 했을까..? 뚱띠에게 좋은 일이라 생각해서 데려온 것인데, 뚱띠가 저렇게 격렬하게 반응하니 걱정이 되었다. 뭐 이 걱정은 곧 쓸 데 없는 것이 되긴 했다. 고양이들도 질투도 하고, 상처도 받고, 우리랑 똑같더라. 동생이 생겨 힘든 뚱띠를 더 사랑해 주어야겠다 생각을 했는데....
5일 차가 되자, 쭙쭙이 와 뚱띠의 거리가 좁아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베란다에 있는 건 무모하다 판단한 것 같다. 간식도 먹기 시작했다. 쭙쭙이를 향한 하악질도 멈췄고, 의자 위에서 바라보기도 하고, 1미터 근방까지 다가와 어슬렁거린다. 뚱띠의 눈빛이 해치려 하는 것 같진 않아 계속 두고 관찰했다. 격리는 따로 시키지 않았다. 뚱띠야 내가 너를 믿는다..
*이 글은 브런치 북 공모전을 위해 기존의 업로드 내용이 중복, 편집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