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친 고양이들...
14.1. 고양이와 함께 하려면 갑티슈를 쓰세요...
두루마리 휴지는 화장실을 제외한 우리 집의 모든 공간에서 퇴출당하였다..... 그 이유는 호기심 넘치는 쭙쭙이 때문이다. 두루마리 휴지는 고양이가 손톱으로 박박 긁을 수 있어 스크레쳐 기능도 되고 툭 건드리면 도르르 굴러가며 풀리기도 하니 더없이 즐거운 놀잇감이 된다. 휴지로 몸을 감고, 뜯고 하다 보면 거실은 휴지산이 만들어지고 휴지는 사망하게 된다. 벌써 몇 개를 이렇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이후에 거실의 휴지는 모두 갑 티슈로 바뀌었다. 티슈를 사용하는 게 왠지 부르주아 같아 어색했는데, 두루마리 휴지를 쓸 때 무심코 손에 둘둘 감던 걸 안 하게 되어서 절약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쭙쭙아.... 갑 티슈를 사용하게 해 주어서 고오... 맙다...?
14.2. 피리부는 고양이
쭙쭙이 이빨이 다 난 것 같은데 왜 깨무는 것일까? 그런데 또 아프게 물진 않는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주인이 과한 애정을 주어 그만 하라고 하는 신호 일 수도 있고, 애정표현일 수도 있단다. 또, 장난감이라 생각하고 가지고 노는 것 일 수도 있다고 한다. 쭙쭙이는 장난감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대롱대롱 매달린다... 발톱도 세운다.... 내 손은 너덜너덜해 져 간다......
며칠 뒤
너덜너덜 해 진 손때문에 너무 고통스러웠는데, 해결 했다!!!
그 방법은?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같이 물었다.
진심을 다해 물진 않고 조금 아프겠다 싶을 정도로 물었다.
고쳤습니다.
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눈.눈.이.이
14.3 모기장 타는 고양이
3개월이 지나자, 쭙쭙이는 점점 더 와일드 해 졌다. 호다다다닥 뛰어 다니는 거에 더해져서, 모기장을 탄다. 모기장이 망가지는 건 둘째 문제고, 우리집이 4층인데 테라스도 없는 상태에서 저렇게 놀아 걱정이 많다. 놀때 마다 혼을 내는데 내가 혼을 내면 더 재미 있어 하는 것 같다
게다가 바깥세상이 궁금한지, 틈만나면 현관문 밖을 나가고 싶어 한다. 우리집이 4층이고 5층은 빨래를 널 수 있는 옥상이 있는데, 제가 빨래를 널 땐 꼭 옥상을 따라 올라 간다. 조심을 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잘 나가나 모르겠어요. 바람소리도 듣고, 벌레도 보고 옥상이 좋은가 보다. 그런데 옥상에서도 벽 모서리에 올라가고, 곡예를 해서 요즘은 못 올라가게 더 조심을 하고 있다.
한창 호기심 많은 3개월생 캣 초딩때문에 아주 힘들다....
14.3. 고양이를 목욕 시켰다. 이것은 바로 나의 소심한 복수.
쭙쭙이는 제가 목욕을 하면 자꾸 들어 온다. 제가 물 안에 있어서 구해주려고 하는 걸까? 애오애오 울고, 물도 먹고, 욕조 모서리로 걸어다니며 아주 귀찮게 한다. 순간 장난기가 돌아서, 쭙쭙이를 확 잡아챈 후, 목욕을 시켜 버렸다. 생애 두번째 목욕이었는데 쭙쭙이는 목이 터져라 울었다.
쭙쭙이는 괴로워 하는데 나는 왜 즐거울까.....? 그동안 쭙쭙이가 저지른 사고들이 떠오르며 승리한 기분을 만끽했다.
뚱띠는 목욕 시킨지가 1년이 넘은 것 같다. 연중행사 인 것 같다. 의사선생님이 쭙쭙이가 꼬물이 일 때, 보시고 집에 가 목욕 시키라 하셨었다. 이렇게 어린데 시켜도 되냐고 하니, 어리니까 시켜야 한다 하셨다. 하긴 엄마가 핥아 주지도 못하고, 스스로 핥지도 못하니 내가 핥아 줄 수도 없고 목욕을 시켜줘야겠지?
목욕이 끝나고 정말 세상 불쌍하게 쳐다보며 울었다.
왜 나는 기분이 좋을까...ㅋㅋㅋ
나의 소심한 복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