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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나비 May 15. 2024

16. 제안(2)

알바_자멸로 이끄는

- 제안이라면 어떤...


- 저희 클라이언트 한 분께서

다음 주로 예정되어 있던 컨설팅 일정을

급하게 내일로 변경 요청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기존 전담 컨설턴트분과 일정 조율을 했는데

안타깝게도 일정이 맞지 않아 대체 컨설턴트를

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인사팀장이 잠깐 말을 끊는다.


- 아.. 그럼 그 대체컨설턴트를..?


남자의 물음을 기다렸다는 듯

인사팀장이 다시 말을 잇는다.


- 한 번 시험 삼아 일을 해보시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이 분이 성향이 그렇게 까다롭지 않으시고

컨설턴트에 크게 민감한 스타일도 아니셔서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더군요.

물론 일 자체도 어렵지 않구요.

그래서 전화드렸습니다.  

시험 삼아 한 번 해보시면 다음 주까지

결정하시는데 더 도움이 되실 것 같은데..

어떠세요.

내일 직접 한 번 컨설팅을 해보시는 게.


- 아... 네...


- 대략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진행될 겁니다.

이번은 시용 개념이라 페이는

전속 컨설턴트 수임료의 절반인 200만 원입니다.

한 번 생각해 보시고 한 시간 이내로

저에게 다시 콜백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편안한 저녁 보내..


- 하겠습니다.


인사팀장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자의 입에서 하겠다는 대답이 튀어나왔다.


- 아.. 부담감에 바로 결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한 시간 정도 고민해 보시고..


- 아닙니다. 당장 내일이면 상황이 급하실 텐데..

그리고 한 번 경험해 보는 게

저에게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할 일입니다.


-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당장 내일이라 저도 말씀드리기가

조금 난처했었는데…

사실 너무 급하게 일정 변경이 들어와서

대체 컨설턴트를 못 구하면

저라도 들어가야 되나 생각했었습니다.


- 인사팀장님께서 직접 컨설팅에 들어가기도

하시나요?


- 아, 저도 컨설턴트 출신입니다.

제가 말씀을 안 드렸군요.

이래 봬도 현역땐 꽤 잘 나갔었습니다. 하하.

뭐 그것도 다 옛날이야기지만...


- 아.. 대단하시네요.

컨설턴트 현직에서 스탭조직으로 커리어 변경이

쉽지 않은 선택이셨을 텐데..


-  뭐, 결론적으론 좋은 선택이었다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이어지는 말을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기 너머가 조용하다.


- 아, 그러면 내일 컨설팅건은 확정으로 내부 보고

하겠습니다. 세부 내용은 문자와 이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급하게 제안드렸는데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사무실로 오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인사팀장은 이어서 하려던 말을 멈추고

뭔가 급히 정리하는 듯한 느낌으로

남자와의 통화를 마무리했다.


-.. 아닙니다.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남자가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고 카트를 밀기 시작했다.

그때 남자의 시야에 앞쪽 과일 코너에서

과일을 고르고 있는 통장 아주머니가 들어온다.


남자는 급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다시 꺼내더니

전화를 귀에 갖다 댄다.


- 아, 네 그게 그렇게 되는 거군요. 그러면 그다음은

제가 @₩:!3“1₩(6)!|£$$*_•~


입에서 나오는 대로 아무런 말이나 중얼거리며

천천히 카트의 방향을 튼다.

정확히 과일코너와 반대 방향이 되자 카트를 멈추고

힘차게 앞으로 카트를 밀고 나가는

남자의 뒷모습에서 왠지 모를 안도감이 느껴진다.



chapter 1.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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