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나비 May 08. 2024

12. 인터뷰(5)

알바_자멸로 이끄는

거대한 상어였다.


거의 한쪽 벽 전부를 차지한,

엄청난 위압감을 주는 그림은

바다와 상어를 그린 그림이었다.

남자는 순식간에 그림 속으로 빠져들었다.


한 없이 길고 음습했던 복도를 걸을 때도

벽인 줄 알았던 곳이 갑자기 문으로 변할 때도

그 문 뒤에 숨겨진 기이한 방을 보았을 때도

이렇게까지 놀랍진 않았다.



남자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의 한가운데 서있다.

남자의 앞에 해일과도 같은 엄청난 파도가 밀려온다.

그 거대한 파도에서 떨어져 나온

수 백, 수 천 개의 물보라들이

남자의 눈앞에서 하얗게 비산하고 있다.

남자는 두려움에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두려움을 떨쳐내려 시선을 조금 아래로 내렸을 때

남자의 온몸은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자신을 두려움에 떨게 했던

거대한 해일과 수 백, 수 천 개의 물보라마저

잊게 만드는 엄청난 존재가

바로 거기 있었다.


빛조차 삼켜버린다는 블랙홀처럼

새까만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상어.

활짝 벌린 입 안으로 보이는

수 십 개의 크고 날카로운 이빨들이

당장이라도 자신의 온몸을 난도질할 것만 같았다.


남자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오른 팔꿈치에 느껴지는 이질적인 감각에

남자는 급히 고개를 돌렸다.


- 아…죄송합니다!

그림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자신의 오른 팔꿈치를 가볍게 터치하며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인사팀장에게

남자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림에 온 신경을 집중한 나머지

인사팀장의 몇 번의 부름도 듣지 못한 남자였다.


-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 방에 처음 들어오신 분들은 전부 같은 반응을

보이시더군요. 하긴 저도 처음 저 그림을 봤을 땐…


말을 끝까지 맺지 못하고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인사팀장의 얼굴 위로 뭐라 단정 지어 말하기

힘든 수많은 감정들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움, 아쉬움, 서운함, 억울함, 두려움

후회, 좌절, 분노, 체념, 불안, 자조


인사팀장의 얼굴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온갖 감정의 자욱들을 남자는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 이런.. 저도 이제 나이가 들었나 봅니다.

점점 감상적이 되어가네요.

소파에 앉아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곧 대표님께서 오실 겁니다.


- 아.. 네..


무엇 때문일까.

무엇 때문에 인사팀장의 얼굴엔

그런 온갖 감정의 편린들이 떠올랐을까.

남자는 속으로 궁금증을 삼키며

짙은 녹색의 벨벳소파에 앉았다.


- 지이잉


소파에 앉아있는 남자의 뒤쪽으로

이미 한 번 들어본 진동음이 들린다.


그리고 진동음의 뒤를 이어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가

바로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진출처:pixabay

이전 11화 11. 인터뷰(4)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