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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나비 May 07. 2024

11. 인터뷰(4)

알바_자멸로 이끄는

- 지이잉


벽인 줄만 알았던 나무 벽의 일부분이

뒤로 밀려나더니 미끄러지듯 옆으로 사라진다.

그러자 두 사람이 나란히 들어가고도 남을

충분한 공간이 마치 비밀의 문처럼 신비롭게  

남자를 맞이한다.


신비로운 비밀의 문을 지나

5~6미터 정도의 짧은 내복도를 지나자

널찍한 방이 남자의 눈앞에 펼쳐진다.


- 아...


안으로 들어선 남자가

방을 둘러보다 자기도 모르게

신음과도 같은 탄성을 질렀다.



남자가 들어선 방은 상당히 넓었다.

지금 남자가 살고 있는 24평 아파트의

모든 벽을 허물어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면

대략 비슷할 것도 같다.


전체적으로 조명의 톤은 낮았지만

바깥 복도보다는 조금 밝은 편이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왕관 모양의 거대한 샹들리에가

그 대부분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고

사방 벽에 장식처럼 설치되어 있는

촛대 모양의 조명등이

아주 약간 힘을 보태고 있는 구조다.


방의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벨벳 재질의 녹색 소파가 가장 먼저 시선을 끈다.

덩치가 큰 성인 남자 5명도

충분히 앉을 수 있을 것 같은 긴 소파와

똑같은 재질과 디자인이지만 한 명만 앉을 수 있는

1인용 소파가 ㄱ자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다.


벨벳 재질을 제외한 나머지 프레임 부분은

화려한 골드컬러로 칠해져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남자는 흡사 자신이 지금

중세의 유럽 어느 성안에 있는 느낌이었다.

 

소파의 앞에는 역시나 거대한 크기의

고풍스러운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바깥 복도의 나무벽과 같은 색의 거대한 테이블은

커다란 녹색 벨벳 소파와 조금의 위화감도 없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특히,

테이블 모서리에 조각되어 있는 문양이 인상적이다.

엄지손톱보다 조금 더 큰 삼각형 모양의 무늬가

테이블 상단을 빙 둘러 양각으로 조각되어 있었는데

멀리서 보기엔 마치 신화 속 용의 비늘 같아 보였다.


색감, 재질, 디자인, 크기.

외관에서 볼 수 있는 모든 면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는 소파와 테이블은

가구나 인테리어를 잘 모르는 남자가 봐도

상당히 고가로 보였다.


낮은 조도의 조명,

매우 어두운 색감의 바닥과 벽.

고풍스럽고 특이한 디자인의 소파와 테이블,

왕관 모양의 거대한 샹들리에와 촛대 모양의 등.

굉장히 낯설고 이질적인 이 모든 것들이

기이한 조화를 이루며 방안에 들어선 사람에게

알 수 없는 묘한 위압감을 주었다.


하지만,

신음과도 같은 남자의 탄성을 이끌어 냈던 건

강렬한 색감의 녹색 벨벳 소파도

용의 비늘 같아 보이는

인상적인 문양의 테이블도 아니었다.


남자의 탄성을 이끌어 냈던 건 바로,

소파와 마주 보는 벽에 걸려있는

거대한 크기의 액자였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그 액자에 그려져 있는 그림이

남자의 탄성을 자아냈다.


그 그림의 크기는 너무나 거대해서

마치 벽전체가 그림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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