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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나비 May 02. 2024

9. 인터뷰(2)

알바_자멸로 이끄는

오후 2:45

강남 중심가의 고층 빌딩 앞에 남자가 서있다.


이 건물이라니..


강남을 지나다니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건물이다.

이런 곳에 사무실을 둔 회사라면

그렇게 이상한 회사는 아닐 것 같단 생각을 하며

남자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 건물 1층에 도착했습니다. ]


문자메시지를 보낸 지 몇 초 되지 않아

남자의 핸드폰이 울린다.


[ 네, 로비에 얘기해 두었습니다.

28층 인터뷰로 말씀하시고 올라오시면 됩니다. ]


문자 메시지를 확인한 남자가

핸드폰을 다시 상의 왼쪽 주머니에 넣은 뒤

건물 내부로 들어선다.


-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로비 데스크의 젊은 여자가 다가오는 남자를 향해

싱긋 웃으며 말을 건넨다.


- 아.. 네.. 오늘 인터뷰가 있어서..

아, 저 28층, 샤크컨설팅입니다.


- 아, 28층 손님이시네요.

미리 연락받았습니다.

여기 출입카드 받으시구요.

저쪽 입구에서 카드 찍고 들어가시면

오른쪽 고층 전용 엘리베이터 이용하시면 되십니다.

벽 중앙에 위치한 스크린에

출입증 한 번만 더 찍어주시고

28층 전용 3번 엘리베이터 이용 부탁드립니다.


- 아.. 네..


로비에서 출입카드를 받아 든 남자가

출입구를 향해 걸어간다.


전용 엘리베이터..?



- 28층입니다.


목적층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안내음이 나오고

3초 정도 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린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남자가 좌우를 살핀다.

왼쪽은 복도 끝으로 막혀있다.

세로로 긴 통유리창 밖으로

강남 시내가 시원하게 내려다 보인다.


오른쪽으로 꺾어서 열 걸음쯤 걸어가자

다시 좌우로 복도가 나뉜다.

잠시 망설이던 남자는

오른쪽 복도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짙은 감색의 카펫이 깔린 복도를

스무 걸음쯤 걸었을까.

불투명한 유리문이 복도 전체를 막고 있다.

왼쪽 상단에 '샤크컨설팅'이라고 쓰인

아주 작은 동판이 걸려있다.


남자는 다시 잠시 망설이다

양복 상의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손끝에 핸드폰이 만져지자

손바닥으로 감싸 주머니에서 꺼내려는 순간,

불투명한 유리문이 열리며

중년의 남성이 걸어 나온다.


-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샤크 컨설팅 인사팀장 박무한입니다.


호감 가는 중저음의 목소리로 인사를 하며

목례를 하는 중년의 남성에게

남자는 상의 주머니에 있던 손을 재빨리 빼고

역시 가볍게 고개를 숙인다.


고개를 막 들려고 하는 순간

상대가 내민 오른손이 시야에 들어온다.


불투명한 유리문이 열리고

중년의 남성이 걸어오는 그 순간부터

오른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하는 지금 이 순간까지

모든 장면이 너무도 자연스럽다.

물 흐르듯 너무나 자연스러워

오히려 뭔가 미묘하게

이질적인 감정이 드는 남자다.


하지만 상대가 내민 오른손이

자신의 복부를 향해 계속 머무르고 있는 것을 보며

남자도 오른손을 급히 내민다.


- 아.. 네.. 처음 뵙겠습니다.


- 그럼, 들어가시죠.






*사진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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