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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나비 May 03. 2024

10. 인터뷰(3)

알바_자멸로 이끄는

유리문 안쪽은 기이했다.

바깥쪽과 마찬가지로

복도가 길게 이어져 있었지만

바닥의 색이 달랐다.

짙은 감색의 바깥쪽과는 달리

안쪽의 바닥엔 검은 카펫이 깔려있었다.


복도의 양쪽 벽은 짙은 나무색이다.

가까이서 보니 페인트나 합판이 아니라

나무의 결과 입체감이 그대로 느껴지는

진짜 나무로 만들어진 벽이다.


오른쪽 벽 상단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작은 등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조도가 상당히 낮았다.

복도의 끝이 보이지가 않을 정도였다.

그건 기이하다 못해 섬뜩함을 자아냈다.


도대체 어디까지 이어져있는지 모를 긴 복도를

오늘 처음 보는 사람과 걸어가며

남자는 또 다른 섬뜩함을 느꼈다.


넓은 복도의 어디에도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사람 또는 사람의 흔적.

둘 다.


사무실의 안내데스크도

복도를 지나다니는 직원들도

보통의 사무실들에서 복도 쪽에 흔히 보이는

복사기나 서류함, 캐비닛…

심지어 평범한 화분 하나 보이지 않았다.


검은 카펫이 깔린 바닥

진짜 나무로 만든 양쪽 벽

오른쪽 벽에 일정한 간격으로 켜져 있는

매우 낮은 조도의 조명

그리고 자신의 앞에서 걷고 있는 낯선 남성의 등


남자의 눈에 보이는 전부였다.


끝이 보이지 않는 복도와

사람 또는 사람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 복도에서

섬뜩함과 꺼림칙함을 동시에 느끼며

지금이라도 발길을 돌려야 할지 고민하는 남자다.


하지만 이제 와서 돌아가기엔

남자의 상황도

지금의 상황도

모두 여의치 않다.


그저,

자신을 샤크컨설팅의 인사팀장이라고 밝힌

중년의 남성이 걸어가는 대로

그 뒤를 묵묵히 따라갈 뿐이었다.



- 좀... 많이 다르죠?


한참을 앞장서 걸어가던

인사팀장이 천천히 걸음을 멈추며

몸을 돌려 남자를 향해 말을 건넨다.


'무엇이', '어떻게'가 빠진

저 허술한 문장만 듣고도

남자는 인사팀장이 무엇을 얘기하는지

정확히 알아들을 수 있었다.


- 아... 네... 그러네요.


- 저희 대표님께서 취향이 좀.. 특별하셔서요.


특별?

이런 건.. 특이하다고 해야 되는 거 아닌가.


- 다 왔습니다. 이쪽입니다.


인사팀장의 말과 손짓에 따라

왼쪽으로 몸을 트는 남자다.


지금까지 걸어오며 질리도록 봐온

진짜 나무로 만들어진 벽이 눈앞에 보인다.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남자는 다시 인사팀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런 표정을 보는 게 익숙한 듯

인사팀장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나무벽 중간 부분에 손을 가져다 댔다.


……..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남자는 다시 한번 의아한 표정으로

인사팀장을 바라보았지만,

인사팀장은 오른손을 갖다 댄 나무 벽만을

지그시 바라볼 뿐이었다.


- 아니 대체 무슨…


그렇지 않아도 기이하다 못해 섬뜩한 분위기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던 남자다.

거기에 인사팀장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까지

더해지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그때였다.






*사진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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