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누군가에게 칭찬받고 싶은 날이다. 드디어 내가 놀랍게도 스스로 이동했다. 이 이동은 이때까지 해온 나의 모든 노력의 결정이었다. 터미 타임으로 고통받으며 단련한 머리 들기, 딸랑이로 단련한 팔, 온몸을 사용해 성공한 뒤집기가 모두 모여 하나의 동작을 만들었다. 그건 바로 '배밀이'. 다른 이에게는 하찮게 보일지도 모른다. 흑막들처럼 서서 성큼성큼 가는 것도 아니고 배를 바닥에 대고 팔로 힘겹게 밀고 나가는, 나의 머리 크기도 못 미치게 내 작은 손 정도의 이동이다. 하지만 이것은 내가 스스로 기존에 있던 자리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간 첫 행동이다. 비록 지금은 거의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의 거리지만 한 손이 두 손이 되고 내 머리가 되고 언젠가는 내 몸길이만큼 갈 수 있을 것이다. '누가 어서 빨리 칭찬해죠.'
예전엔 흑막들이 모르게 나의 이런 성취를 은밀하게 숨기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나도 깨달았다. 내가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흑막들은 언제 어디서든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나는 더 이상 숨기려고 하지 않는다. 지금은 나를 발전시켜야 할 시기임을 상기시켰다.
역시 흑막들은 내 배밀이를 알아챘고 있었다. 흑막들은 알아채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항상 그에 대한 대비를 해왔고 이번에도 그랬다. 흑막들은 나의 이동을 막으려 어디서 작은 벽을 구해왔다. 그 벽은 지금도 엄두가 나지 않는 철문과 달리 가볍고 얇아 보였다. 그 벽은 내 몸길이 정도의 높이 밖에 되지 않았다. 내가 배밀이를 하며 머리로 밀어보았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왠지 만만해 보였다. '이건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넘어트릴 수 있겠는데'
나를 가로막고 있는 만만한 벽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건 다른 벽과 달리 무엇인가 그려져 있었다. 어지럽게 여러 가지 색깔이 있는 면, 내가 보지도 못한 신기하게 생긴 생물이 있는 면, 알록달록 하고 밑으로 갈수록 여러 개가 그려져 있는 그림 등 면면히 다양했다. 이 문양들은 무언가를 의미하는 것만 같았지만 현재의 난 알 수 없었다.
특히 벽의 한 면 중에는 놀라운 게 있었다. 그 면 너머에 이상하게 생긴 생물이 막 움직였다. 그 생물은 내가 보던 나의 자그마한 손도 가지고 있었고 토실토실한 발도 있었다. '나 말고 여기에 갇힌 사람이 있었나?' 난 한 번도 다른 사람을 이때까지 본 적도 없었고 나의 울음 말고 다른 울음소리를 들어 본 적도 없어 나 혼자만 여기에 갇혀 있는 줄 알았다. 벽 너머에 있는 사람도 내가 신기한지 내가 볼 때면 언제나 나를 보고 있었다. 항상 나를 보고 있는 것을 보니 내가 그를 보는 것보다 더 많이 나를 지켜보는 것 같았다.
이러면 안 되지만 그 사람은 팔다리에 비해 너무나 머리가 컸다. '나도 힘들었지만 당신은 머리 드느라 더 힘들었겠군요.' 이런 생각을 들키지 않게 표정을 숨기며 그 사람을 향해 나아갔지만 우리 사이엔 뭔가 가로막고 있었다. 그 사람도 나를 향해 오고 있었지만 우리는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난 행복했다. 이때까지 나만 갇혀 있는 줄 알고 너무나 고독했지만 더 이상 난 혼자가 아니다. '거기 머리 큰 친구. 언젠간 이 벽을 넘어 우리 만나자고.' 그도 내 생각과 같은지 저 너머에서 같이 웃고 있었다. '빵긋 빵긋'